2026 KOVO컵 여자부 경기에서 세터의 세트(흔히 토스라 부르는 두 번째 터치)가 흔들린다고 걱정하는 팬들이 많았습니다. 세터의 능력은 KOVO 공식 기록으로도, 기대득점으로도 측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세터가 올린 공이 공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대로 상대에게 넘어간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는 셀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런 세트를 무공격 세트(세트 뒤 공격 없이 공이 상대에게 넘어간 경우. 세트가 그대로 넘어간 공과, 공격수가 세 번째 터치로 넘긴 프리볼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라고 부르겠습니다.
아무리 흔들린 리시브나 디그라도 전위 쪽으로 높게 세트해 공격수가 오픈 공격이라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세터의 능력이라면, 저는 세트 범실과 무공격 세트를 적게 만드는 세터가 안정감 있는 세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KOVO 기록의 세트 범실에 무공격 세트를 더한 공격으로 잇지 못한 세트를 함께 정리했습니다(두 기록은 세트 한 개에 함께 기록되는 일이 없어 그대로 더할 수 있습니다). 문자중계를 바탕으로 직접 센 비공식 기록이라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문자중계에 기록되는 무공격 세트
KOVO 문자중계는 공격수가 네트 아래에서 공을 넘기는 프리볼을 기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트 바로 다음에 상대의 디그가 기록되어 있으면, 세 번째 터치가 프리볼이었는지 아예 세 번째 터치를 할 수 없었는지(세트가 바로 상대편 코트로 넘어감) 구별할 수 없습니다.
2023년 2월 3일 KGC인삼공사(지금의 정관장)와 흥국생명의 3세트 20:22 랠리에는 두 경우가 모두 있었습니다. 흥국생명 옐레나의 퀵오픈이 정관장 정호영의 블로킹에 맞은 뒤부터 문자중계 기록을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순서가 「-」인 행은 문자중계에 없는 플레이입니다).
순서
팀
선수
문자중계 기록
1
정관장
정호영
유효블로킹
2
정관장
엘리자벳
디그
3
정관장
노란
세트
-
정관장
염혜선
(프리볼, 문자중계에 없음)
4
흥국생명
김해란
디그
5
흥국생명
이원정
세트
6
정관장
염혜선
디그
리베로 노란의 세트(순서 3) 뒤에는 염혜선이 프리볼로 공을 흥국생명 코트에 넘겼지만, 공격이 아니라서 이 동작은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이원정의 세트(순서 5)는 길어서 그대로 정관장 코트로 넘어갔습니다. 둘 다 문자중계에서는 세트 바로 다음이 상대 디그인 무공격 세트이지만, 한쪽은 프리볼 상황이고 한쪽은 사실상 기록되지 않은 세트 범실 상황입니다.
두 경우는 구별할 수 없어 함께 세었고, 노란처럼 세터가 아닌 선수가 올린 세트만 세터의 기록에서 제외했습니다. 2025-26 여자부 무공격 세트의 3분의 2(67.6%)는 이렇게 세터가 아닌 선수의 세트에서 발생했습니다. 세터가 닿지 못할 만큼 흔들린 공을 다른 선수가 올리면 네 번에 한 번 정도(23.5%)는 공격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직전 공에 따라 달라지는 무공격 세트
세터가 올린 세트도 어떤 공을 받아서 올렸는지에 따라 무공격 세트가 크게 달라집니다.
세터가 올린 세트를 직전에 받은 공으로 나눠 세트 100개당 횟수를 그렸습니다(세터가 닿지 못할 만큼 나빴던 리시브는 다른 선수가 세트해서 그림에 없습니다). 리시브가 정확했을 때 0.62회였던 무공격 세트가 상대 공격을 디그한 공에서는 5.74회로 9배 정도가 됩니다. 프리볼 디그 뒤(0.84회)는 리시브 정확 뒤와 비슷한데, 프리볼은 대개 높고 느리게 넘어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면 세트 범실은 직전 공이 어떠했건 세트 100개당 채 1회가 되지 않을 정도로 희소하고, 리시브 일반 뒤(0.83회)가 가장 많습니다.
그래서 세터끼리 견줄 때는 그 세터가 어떤 공을 받았는지를 감안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세트마다 직전 공에 맞는 리그 평균을 더해 같은 공을 받은 평균 세터의 횟수를 구하고, 세터의 실제 횟수를 그 횟수와 견주었습니다.
남자부는 2025-26 세트 100개당 세트 범실 0.36회, 무공격 세트 1.83회로, 세트 범실은 여자부의 3분의 2, 무공격 세트는 60% 정도입니다. 남자부는 디그한 공을 세트하는 비율이 28%로 여자부(43%)보다 적고, 같은 리시브 일반 뒤에서도 무공격 세트가 1.69회로 여자부(3.44회)의 절반입니다. 다만 상대 공격을 디그한 공에서는 7.01회로 여자부보다 많은데, 남자부의 강한 공격을 받아 낸 디그는 세터가 다루기에도 그만큼 어려운 것 같습니다.
2025-26 시즌 같은 팀 세터의 공격으로 잇지 못한 세트
같은 세터라도 함께 뛰는 공격수와 리베로가 바뀌면 기록이 달라질 수 있어, 팀이 다른 세터끼리는 견주지 않고 같은 팀 세터끼리 견주겠습니다(이 기록이 다음 시즌으로도 이어지는지는 글 뒤 부록에 적었습니다). 세트 범실은 너무 드물어서 무공격 세트와 합친 공격으로 잇지 못한 세트로 봅니다.
세트를 300개 이상 올린 세터만 팀별로 묶어, 공격으로 잇지 못한 세트가 같은 공을 받은 평균 세터보다 많으면 오른쪽(빨강), 적으면 왼쪽(파랑)으로 그렸습니다. 같은 팀 세터끼리 견주면 한국도로공사(이윤정 3.14회, 김다은 4.31회), 현대건설, 흥국생명은 주전 세터가 교체 세터보다 적었고, GS칼텍스는 두 세터 모두 평균 세터보다 많았습니다. IBK기업은행은 반대로 주전 박은서(4.68회)가 김하경(2.87회)보다 많았습니다(한 시즌 세트 2,700개 정도면 우연만으로도 0.36회 정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세트 범실만 따로 보면 주전 세터 모두 0.50~0.71회로 큰 차이는 없어 보여서, 차이의 대부분은 무공격 세트에서 생겼습니다.
이번 KOVO컵 여자부
10월 11일부터 18일까지 여자부 열두 경기에서 세터가 올린 세트는 2,482개였습니다. 세트 100개당 세트 범실은 0.68회로 평균 세터(0.54회)보다 조금 많았지만, 우연만으로도 생길 수 있는 차이입니다(17개 대 13.5개). 무공격 세트는 2.90회로 평균 세터(3.12회)보다 적었고, 둘을 합치면 공격으로 잇지 못한 세트는 3.59회로 평균 세터(3.67회)와 거의 같았습니다. 대회 전체로는 세트가 흔들렸다고 할 만한 차이가 없습니다.
세터마다 같은 공을 받은 평균 세터의 횟수(속 빈 점)에서 실제 횟수(채운 점)로 화살표를 그렸습니다. 화살표가 오른쪽으로 그려져 있으면 평균 세터보다 많이, 왼쪽으로 그려져 있으면 적게 기록한 것입니다. 한 팀이 한 경기에 올리는 세트는 110개 정도라, 한 경기의 횟수는 우연만으로도 크게 달라집니다. 2025-26 여자부에서는 한 팀이 한 경기에 세트 범실과 무공격 세트를 합쳐 5회 이상 기록한 경우가 40%였습니다. 그래서 경기당 횟수만으로는 흔들림을 말하기 어렵고, 세터가 그 경기에서 올린 세트 수를 함께 봐야 합니다.
IBK기업은행 박은서와 한국도로공사 김다은 세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IBK기업은행 박은서 세터와 한국도로공사 김다은 세터의 기록은 눈에 띕니다. 박은서는 이번 대회에서 올린 세트 232개 중 14개(세트 범실 2, 무공격 세트 12)가 공격으로 이어지지 못했는데, 같은 공을 받은 평균 세터였다면 8.6개 정도였을 것입니다. 같은 팀 김하경은 165개 중 4개(평균 세터 6.5개)였습니다. 김다은은 236개 중 15개(세트 범실 3, 무공격 세트 12)로 평균 세터(8.9개)보다 6개 정도 많았고, 같은 팀 이윤정은 194개 중 4개(평균 세터 7.0개)였습니다.
평균 세터가 같은 수의 세트를 올려 이만큼 이상을 기록할 확률은 박은서 5%, 김다은 4% 정도입니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 세트를 30개 이상 올린 세터 열네 명을 함께 놓고 보면 그중 한 명이 이만큼 많이 기록할 확률은 절반 정도라, 대회 기록만 보면 우연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세터는 2025-26 시즌에도 같은 팀 세터보다 많았습니다. 박은서는 세트 범실과 무공격 세트를 합쳐 세트 100개당 4.68회로 평균 세터(3.73회)와 김하경(2.87회)보다 많았고, 김다은도 4.31회로 평균 세터(3.48회)와 이윤정(3.14회)보다 많았습니다. 김다은의 2025-26 시즌 세트는 998개로 박은서(2,714개)의 3분의 1 정도라 우연의 폭이 더 큽니다.
무공격 세트에는 공격수가 넘긴 프리볼도 들어 있어, 모두 세터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두 세터 모두 2025-26 시즌과 이번 대회에서 같은 팀 세터보다 공격으로 잇지 못한 세트가 많았으니, 저는 정규리그에서도 지켜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정규리그가 시작되면 같은 방법으로 다시 세어 보겠습니다.
부록 : 더 읽어볼 거리
아래 내용은 일반 팬분들께서 읽으시기에는 복잡한 내용이라 본문에서 떼어내 따로 정리했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이어지는 기록일까
무공격 세트가 세터의 안정감을 보여 준다면, 한 시즌 무공격 세트가 많았던 세터는 다음 시즌에도 많았을까요? 두 시즌 연속 세트를 300개 이상 올린 여자부 세터를 같은 선수끼리 이어서, 두 시즌 모두 평균 세터보다 많았거나 모두 적었던 비율을 세어 보았습니다. 앞 시즌과 아무 관계(상관관계)가 없다면 이 비율은 50% 정도가 됩니다.
2005년부터 2025-26 시즌까지 비교한 154건에서 두 시즌 연속 같은 쪽인 경우는 세트 범실 67%, 무공격 세트 61%, 두 기록을 합친 공격으로 잇지 못한 세트 62%였습니다. 모두 50%보다는 높아 앞 시즌과 약한 관계(상관관계)는 있지만, 무공격 세트와 두 기록의 합은 열 번 중 네 번 정도 반대쪽으로 바뀌었습니다.
무공격 세트가 앞 시즌과 잘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기록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같은 세터라도 함께 뛰는 공격수와 리베로가 바뀌면 무공격 세트가 달라질 수 있고, 세터의 기량 자체가 시즌마다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팀 단위로 보면 주전 세터가 그대로인 팀은 앞 시즌과 같은 쪽인 경우가 68%, 주전 세터가 바뀐 팀은 61%로 조금 차이가 있지만, 세터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남자부는 무공격 세트가 56%로, 세터의 기록이라고 하기에는 앞 시즌과의 관계(상관관계)가 약합니다.
오래 주전으로 뛴 세터를 한 명씩 따라가 보면, 61%라는 비율 안에 서로 다른 모양이 섞여 있습니다. 여자부 세터 중 한 시즌 세트를 1,000개 이상 올린 시즌이 다섯 번 이상인 15명을 데뷔 순으로 놓고, 시즌마다 무공격 세트가 같은 공을 받은 평균 세터와 얼마나 차이 났는지 그렸습니다.
점이 0보다 위에 있으면 그 시즌 평균 세터보다 많았던 것이고, 회색 띠는 한 시즌 세트가 2,500개 정도일 때 우연만으로도 생길 수 있는 폭입니다. 이효희는 팀을 세 번 옮기는 동안 15시즌 중 14시즌이 평균 세터보다 적었고, 한수지는 세터로 뛴 8시즌 모두 많았습니다(2016-17부터는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바꿨습니다). 두 세터와 달리 염혜선은 2008-09에 평균 세터보다 0.89회 많았다가 2024-25에는 1.23회 적었고, 조송화는 데뷔 초 두 시즌만 크게 많았습니다.
15명 중 6명은 통산으로 보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평균 세터와 차이가 있었습니다(이효희·이숙자·이나연·조송화는 적은 쪽, 한수지·이다영은 많은 쪽). 시즌마다 우연 폭보다 크게 달라진 세터도 5명이었습니다. 두 시즌 연속 세트를 1,000개 이상 올렸을 때 앞 시즌과 같은 쪽인 경우는 팀을 옮겼을 때 17번 중 12번(71%), 같은 팀에 남았을 때 81번 중 53번(65%)으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여러 팀을 거치면서도 같은 쪽에 있었던 세터가 있고, 같은 세터라도 시즌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본문에서 팀이 다른 세터끼리 순위를 매기지 않고 한 시즌 안에서 같은 팀 세터끼리 견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 무공격 세트를 센 방법
(1) 세터의 세트: 그 시즌 포지션이 세터인 선수가 올린 세트만 세었습니다. 다른 선수가 올린 두 번째 터치는 제외했습니다. KOVO컵 절을 뺀 나머지는 모두 정규리그 기록입니다.
(2) 무공격 세트와 세트 범실: 무공격 세트는 세트 바로 다음 행이 상대 팀의 디그나 공격인 경우입니다. 세트 범실은 세트 행에 범실(오버네트, 네트터치, 더블콘텍트, 캐치볼 등)이 기록된 경우입니다. 세트 범실이면 그 자리에서 랠리가 끝나서 두 기록이 세트 한 개에 겹치지 않습니다. 둘을 더한 것이 공격으로 잇지 못한 세트입니다.
(3) 같은 공을 받은 평균 세터: 세트마다 직전에 같은 팀이 한 플레이(리시브 정확·일반, 상대 공격 디그, 유효블로킹 뒤 디그, 어택커버, 프리볼 디그)를 보고, 그 상황에서 그 시즌 리그 세터들이 기록한 평균을 모두 더해 같은 공을 받은 평균 세터의 횟수를 구했습니다. KOVO컵은 2025-26 시즌 평균을 썼습니다.
(4) 두 시즌 연속 같은 쪽: 두 시즌 모두 세트를 300개 이상 올린 세터를 같은 선수끼리 이어, 앞 시즌과 다음 시즌이 평균 세터를 기준으로 같은 쪽(둘 다 많음, 또는 둘 다 적음)이었던 경우의 비율을 구했습니다.
(5) 오래 주전으로 뛴 세터: 세트를 1,000개 이상 올린 시즌이 다섯 번 이상인 여자부 세터입니다. 세트 500~999개 시즌은 속 빈 점으로만 그렸고 셈에서는 제외했습니다. 한 시즌에 팀을 옮긴 경우는 두 팀 기록을 합쳤습니다. 두 시즌 연속은 바로 이어지는 두 시즌만 세었습니다. 은퇴나 해외 리그 진출, 세트 1,000개 미만인 시즌이 사이에 있으면 그 앞뒤 시즌은 세지 않았습니다. 통산 차이는 우연 표준편차의 두 배 이상일 때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즌마다 크게 달라졌는지는 그 세터의 통산 수준을 기준으로 시즌별 차이가 흩어진 정도를 구해, 우연만으로 생기는 정도의 두 배를 넘는지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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