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에 저는 프로배구 순위표에 야구의 피타고라스 승률을 얹어 본 글을 하나 썼습니다. 그때는 제곱지수를 남자부 13, 여자부 12로 감을 잡아 쓰고 설명은 생략했었죠. 그 뒤로 시즌이 두 번 더 지났으니, 이번에는 정규리그 경기를 여러 시즌에 걸쳐 전부 세어 그 값을 제대로 재 보려 합니다.
야구에서 시작된 기대승률
1980년대에 빌 제임스가 만든 식이 하나 있습니다. 팀이 시즌 내내 낸 총득점과 총실점, 딱 두 숫자만으로 그 팀의 승률을 추정하는 식입니다.
기대승률 = 득점² ÷ (득점² + 실점²)
제곱한 값 셋이 한 식에 들어앉은 모양이 직각삼각형 공식을 닮았다고 해서 피타고라스 승률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실제 기하학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영화 「머니볼」에도 제곱지수(exponent) 2를 쓴 이 식이 잠깐 등장하죠.
이 식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잘 맞아서만이 아니라, 틀리는 방식이 늘 일정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 승률이 득점과 실점으로 예상한 기대승률보다 낮으면 운이 없다고들 하는데, 그 차이를 초과승수(기대보다 몇 승을 더 얻었는가)라고 부릅니다. 야구에서는 이 값으로 두 가지 사항을 알아봅니다. (1) 순위표에서 실력과 운을 갈라 보고 (2) 시즌 중에 남은 경기를 예측합니다.
제곱지수는 나중에 다듬어졌습니다. 실제 기록에 가장 잘 맞는 값은 2보다 조금 작은 1.83이라는 것이 알려져 지금은 이 값이 표준으로 쓰입니다.
야구를 넘어 다른 스포츠로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이 식은 야구에 머물지 않고, 다른 스포츠의 분석가들이 제곱지수만 자기 쪽에 맞게 갈아 끼워 그대로 가져다 썼습니다.
| 스포츠 | 제곱지수 | 제안 |
|---|---|---|
| 야구 | 1.83 | 빌 제임스 → 실제 기록으로 보정 |
| 아이스하키 | 2 남짓 | Dayaratna·Miller |
| 미식축구 | 2.37 | Football Outsiders |
| 농구 | 13.91 | 대럴 모리 |
야구 1.83과 농구 13.91, 같은 식을 쓰는데 제곱지수는 여덟 배 차이가 납니다. 왜 이렇게 벌어질까요?
제곱지수가 정하는 것은 시즌 득점과 실점의 비율이 승률로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가입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한 경기에서 점수가 몇 점 발생하는지가 정합니다. 야구는 한 경기에 4~5점밖에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즌 득점과 실점의 비율이 운으로도 크게 흔들리고, 그 비율이 조금 좋다고 그 팀이 정말 좋은 팀이라 말하기 어려우니 승률도 천천히 따라 증가하죠. 반면 농구는 한 경기에 100점씩 나옵니다. 그렇게 쌓인 비율이 1을 조금이라도 넘겼다면 운으로 만들어지기 어려운 값이고, 그래서 승률도 빠르게 따라 증가합니다.
한 경기에 점수가 적게 나는 스포츠는 제곱지수가 낮고, 많이 나는 스포츠는 높습니다.
그렇다면 배구는 어디쯤일까요? 질문을 넷으로 나눠 보겠습니다 - 배구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적용한다면 제곱지수는 얼마가 적정할까, 적용하면 야구처럼 효용이 있을까, 그리고 승리 결과에서 운을 떼어낼 수 있을까.
첫 번째 질문 - 배구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여기서 바로 의문이 생깁니다. 야구, 축구, 농구와 달리 배구는 세트제 경기입니다.
25:10으로 이기든 26:24로 이기든 얻는 것은 세트 하나로 같고, 4세트를 25:8로 크게 졌다고 해서 경기 결과가 더 나빠지지도 않습니다. 배구에서 총득점은 승패를 결정하지 않고, 결정하는 것은 세트를 세 개 먼저 가져가는 일뿐이죠. 피타고라스 승률의 전제 자체가 배구에서는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것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총득점이 승패를 정하지 않는 경기에서, 총득점이 앞선 팀은 실제로 얼마나 이길까요?
V리그 정규리그 경기를 여러 시즌에 걸쳐 전부 세어 봤습니다.
| 남자부 | 여자부 | |
|---|---|---|
| 총득점이 앞선 팀의 승률 | 94.6% | 93.4% |
| 3:0 경기 (전체의 42.1 / 40.2%) | 100% | 100% |
| 3:1 경기 (33.9 / 35.2%) | 98.4% | 98.8% |
| 3:2 경기 (24.0 / 24.6%) | 78.9% | 74.2% |
세가지 상황별로 나누어서 보겠습니다. 3:0 경기의 100%는 당연한 결과입니다(세 세트를 모두 이겼다면 세 세트에서 모두 점수가 앞섰다는 뜻이니까요). 3:1도 98%가 넘고, 진짜 시험대인 3:2 경기에서도 총득점이 앞선 팀이 열에 여덟 가까이 이깁니다. 위 승률은 양 팀 총득점이 같았던 경기(드물게 나옵니다)를 뺀 값입니다. 그 경기까지 넣어 전체로 세면 총득점이 뒤지고도 이긴 경기는 4.8%(여자부 6.1%)뿐입니다.
시즌 단위로 묶으면 더 뚜렷해집니다. 득실마진과 승률의 상관관계는 남자부 팀-시즌 148개에서 .963, 여자부 130개에서 .943이고, 시즌 득실이 플러스인 팀이 실제로 5할을 넘긴 비율은 남자부 86%, 여자부 87%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세트를 이기는 방법이 곧 점수를 얻는 방법이기 때문이죠. 배구에서 점수를 더 많이 내는 팀은 세트를 더 많이 가져가고, 세트를 더 많이 가져간 팀이 경기를 이깁니다. 세트라는 단계가 중간에 하나 끼어 있을 뿐 연결은 끊어지지 않는 것이죠. 다만 그 5% 정도의 예외는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뒤에서 다시 이 5% 이야기로 돌아올 참이니까요.
두 번째 질문 - 제곱지수는 얼마가 적정할까
배구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이제 제곱지수를 찾을 차례입니다. 22개 시즌 팀-시즌 278개에 가장 잘 맞는 값을 찾으면 이렇게 나옵니다.
남자부 12.0 · 여자부 10.6
야구 1.83이 아니라 농구 13.91 쪽인데, 배구도 한 경기에 점수가 많이 나는 경기종목이기 때문입니다. 양 팀 합쳐 평균 171점(여자부 169점)이 나니 한 시즌이면 6,000점이 넘게 쌓이고, 그렇게 쌓인 득점과 실점의 비율은 웬만해서는 1에서 멀리 가지 못합니다. 22시즌 팀-시즌 278개를 재 보면 그 비율의 표준편차가 남자부 0.080, 여자부 0.078밖에 되지 않습니다(열에 아홉이 남자부 0.86~1.15, 여자부 0.87~1.13 안에 들어옵니다). 그 좁은 범위를 큰 제곱지수가 받아 내는 것이죠.
그전에, 2023년 제 글의 정정
앞에서 말씀드린 2023년 12월 글에서 저는 제곱지수를 남자부 13, 여자부 12로 썼습니다. 경험적으로 골라 쓴 값이었고 그때는 설명도 생략했었죠. 22시즌 전수로 다시 맞춰 보니 남자부 13은 12.0으로 대체로 맞았지만 여자부 12는 확실히 과했습니다. 제곱지수가 크면 강팀과 약팀의 기대승률이 실제보다 더 벌어지기 때문에, 여자부에 12를 쓰면 강팀은 실제보다 더 강하게 약팀은 더 약하게 계산됩니다. 지금 쓰는 값은 10.6입니다.
제곱지수 12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
그런데 왜 하필 12일까요? 배구가 세트제라는 사실이 여기서는 오히려 답을 줍니다.
배구의 승부는 점수 → 세트 → 경기라는 두 단계를 거칩니다. 그래서 단계마다 제곱지수를 따로 재 볼 수 있죠. (1) 점수에서 세트 승률로 가는 1단계가 7.61(여자부 6.44)이고, (2) 세트에서 경기 승률로 가는 2단계가 1.60(여자부 1.62)입니다.
두 값을 곱하면 12.2(여자부 10.4). 앞에서 전수로 맞춘 12.0과 10.6이 여기서 거의 그대로 재현됩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승산비(odds)로 바꿔 놓고 보면 두 단계의 제곱지수는 곱해져서 전달되니까요. 배구의 제곱지수가 큰 것은 단계를 두 번 거치기 때문이었습니다.
남녀 차이도 여기서 갈리는데, 2단계 제곱지수는 남녀가 사실상 같습니다(1.60 대 1.62). 3선승제라는 규칙이 남녀 공통이니 당연한 일이죠. 그래서 남녀 차이는 전부 1단계에서 생기는데, 1단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세트 점수차를 보면 됩니다.
| 남자부 | 여자부 | |
|---|---|---|
| 세트 평균 점수차 | 4.74점 | 5.46점 |
| 10점차 이상으로 끝난 세트 | 6.8% | 13.0% |
여자부는 세트가 더 일방적으로 끝납니다(10점 넘게 벌어진 세트가 남자부의 두 배죠). 그리고 몰아서 진 점수는 승수로 바뀌지 않습니다. 25:10으로 지나 25:23으로 지나 잃는 세트는 하나인데 총실점에는 13점이 더 쌓이니까요. 그렇게 낭비되는 점수가 많을수록 총득실이 승률을 가리키는 힘은 약해지고, 제곱지수도 따라 낮아집니다.
세 번째 질문 - 적용하면 야구처럼 효용이 있을까
제곱지수를 넣고 22시즌 팀-시즌 전부를 실제 승률과 맞춰 봤습니다.
| 남자부 | 여자부 | |
|---|---|---|
| 실제 승률과의 상관관계 | .971 | .951 |
| 실제 승률과 빗나간 폭(평균) | .0403 | .0439 |
| 36경기로 환산하면 | 1.45승 | 1.58승 |
| 10%p 안에 든 비율 | 95.3% | 91.5% |
시즌 득점과 실점, 딱 두 숫자만 가지고 한 시즌 승수를 1.5승 차이로 추정합니다(36경기 시즌이니 한두 경기쯤 어긋나는 정도입니다). 배구에서도 이 식은 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총득점 말고 총세트승으로 하면 안 될까
당연히 나올 질문입니다. 배구는 세트로 승부가 나니 득점 대신 획득 세트와 헌납 세트를 넣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이죠. 실제로 해 보면 제곱지수 1.6짜리 세트 피타고라스가 만들어집니다.
| 남자부 | 제곱지수 | 승률이 빗나간 폭(36경기 환산) |
|---|---|---|
| 총득점 피타고라스 | 12.0 | 1.45승 |
| 총세트 피타고라스 | 1.60 | 0.89승 |
| 세트 승률을 그대로 쓰기 | - | 2.10승 |
세트 피타고라스가 압승입니다. 빗나간 폭이 1.45승에서 0.89승으로, 득점 쪽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까지 감소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지금 계산한 것은 이미 끝난 시즌의 승률이고, 그래서 이번에는 승패를 예측하게 해 봤습니다. 시즌 앞부분 k경기만 보고 남은 경기의 승률을 예측하는 것인데, 아래 숫자는 빗나간 정도라서 낮을수록 좋습니다.
| 남자부 · 앞 k경기로 잔여 시즌 예측 | k=3 | k=8 | k=12 | k=24 |
|---|---|---|---|---|
| 실제 승률을 그대로 쓰기 | .3044 | .1952 | .1825 | .1780 |
| 세트 피타고라스 | .2486 | .1767 | .1648 | .1704 |
| 득점 피타고라스 | .2217 | .1610 | .1519 | .1637 |
뒤집혔습니다. 그리고 여자부까지 포함해 모든 구간에서 득점이 이깁니다.
이유는 세이버메트릭스가 오래전에 정리해 둔 것과 같습니다. 결과에 가까운 지표일수록 운을 함께 물고 옵니다. 세트 승패는 이미 승부의 결과입니다. 26:24로 이긴 세트와 25:10으로 이긴 세트가 같은 1로 기록되는 순간, 그 안에 섞인 운도 같이 1로 기록되죠. 반면 점수는 훨씬 잘게 쪼갠 표본입니다(36경기는 세트로 130개 정도지만 점수로는 6,000점이 넘습니다). 덜 정확한 대신 덜 흔들리는 셈이죠.
네 번째 질문 - 승리 결과에서 운을 떼어낼 수 있을까
이제 본론입니다. 야구가 이 식으로 하는 일을 배구에서도 할 수 있는지, 지난 시즌(2025-26) 순위표를 남녀부 나란히 보겠습니다. 여자부부터입니다.
| 팀 | 실제 승 | 기대 승 | 차이 |
|---|---|---|---|
| 한국도로공사 | 24 | 21.5 | +2.5 |
| 현대건설 | 22 | 21.7 | +0.3 |
| 흥국생명 | 19 | 16.8 | +2.2 |
| GS칼텍스 | 19 | 20.0 | -1.0 |
| IBK기업은행 | 18 | 19.9 | -1.9 |
| 페퍼저축은행 | 16 | 16.3 | -0.3 |
| 정관장 | 8 | 9.7 | -1.7 |
표에서 볼 것은 위아래 두 곳입니다. 24승으로 1위를 한 도로공사의 기대 승수가 21.5승인데, 2위 현대건설이 21.7승입니다. 승수로는 두 경기 차이지만 득점과 실점만 놓고 보면 두 팀이 사실상 같았고, 소수점으로는 오히려 현대건설이 앞섭니다. 아래쪽에서는 나란히 19승을 거둔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기대 승수가 16.8승과 20.0승으로 3승 넘게 갈립니다. 같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한 팀은 득실보다 두 경기를 더 이겼고, 다른 팀은 한 경기를 덜 이긴 셈이죠(표의 +2.2와 -1.0).
남자부도 같은 시즌을 보겠습니다.
| 팀 | 실제 승 | 기대 승 | 차이 |
|---|---|---|---|
| 대한항공 | 23 | 23.2 | -0.2 |
| 현대캐피탈 | 22 | 23.2 | -1.2 |
| KB손해보험 | 19 | 17.6 | +1.4 |
| 우리카드 | 20 | 19.5 | +0.5 |
| 한국전력 | 19 | 20.7 | -1.7 |
| OK저축은행 | 17 | 16.5 | +0.5 |
| 삼성화재 | 6 | 6.9 | -0.9 |
남자부는 여자부와 위아래가 반대입니다. 위쪽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기대 승수가 23.2승으로 똑같습니다. 순위표에서도 두 팀은 승점 69 동률이었으니(승수 한 경기 차이로 갈렸습니다) 득실도 순위도 같은 말을 하는 셈입니다. 갈리는 곳은 아래쪽인데, 나란히 19승을 한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기대 승수가 17.6승과 20.7승으로 3승 넘게 벌어집니다. 득점과 실점만 보면 한국전력이 위인데(득점마진 -13점 대 +79점) 순위표는 그 반대였죠. 여자부의 흥국생명과 GS칼텍스가 남자부에서는 이 두 팀입니다.
역대 최대 격차는 남자부 2005-06 상무의 +4.93승, 여자부 2011-12 도로공사의 +6.17승입니다. 기대보다 2승 이상 더 이기거나 덜 이긴 팀-시즌이 전체의 25% 정도 되니 적은 편은 아닙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어디서 오는지는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작게 이기고 크게 지는" 팀이 기대보다 더 이깁니다.
진 세트의 평균 점수차에서 이긴 세트의 평균 점수차를 뺀 값 - 팀의 강약을 통제하고 나면 이 값과 초과승수의 상관관계가 .70(여자부 .74)입니다. 여기에 3:2 승리와 0:3 패배의 비중, 5세트 승률까지 더하면 초과승수가 팀마다 갈리는 폭의 61%(여자부 70%)가 설명됩니다. 앞에서 기억해 두시라고 한 "총득점이 뒤지고도 이긴 5%"가 여기서 돌아오는 셈입니다.
혹시 그것은 운이 아니라 감독의 선택 때문이 아닐까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배구에는 크게 뒤진 세트에서 주전을 빼고 다음 세트를 준비하는 관행이 있죠(일종의 가비지 세트입니다). 그렇게 벌어진 점수차라면 거기엔 감독의 선택이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확인해 봤습니다. 똑같이 6점 이상 뒤진 상황을 놓고 그 세트를 버려도 되는지로 갈랐습니다. 상대가 이미 2세트를 가져갔다면 이 세트를 지는 순간 경기가 끝나므로 포기할 수 없고(must), 반대로 내가 2세트를 확보한 상태라면 이 세트를 버려도 다음 세트에서 끝낼 수 있습니다(spare). 점수차는 같고 동기만 다른 것이죠.
먼저, 관행은 실제로 있었습니다. 뒤진 팀의 교체 빈도를 상황별로 나눠 보면 순서가 이렇습니다(랠리 100개당).
| 상황 | 남자부 | 여자부 |
|---|---|---|
| 평상시 | 8.7 | 8.1 |
| 지면 끝나는 세트 | 12.1 | 13.0 |
| 중간 | 15.2 | 14.5 |
| 버려도 되는 세트 | 18.9 | 16.2 |
순서가 한 번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버려도 되는 세트일수록 교체를 더 쓰니(평상시 8.7에서 18.9까지), 감독들은 짐작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그 세트가 더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뒤진 팀의 랠리 승률을 같은 팀·같은 서브 상황의 평소 값과 비교하면 세 상황 모두 2~4%p씩 낮고 그 크기가 서로 같습니다(남자부는 -2.2%p, -2.1%p, -2.2%p). 여자부는 오히려 지면 끝나는 세트에서 가장 많이 떨어지고요. 교체를 실제로 낸 뒤의 랠리만 따로 봐도 하락은 0.6~1.2%p이고, 그 뒤에 일어난 손실을 전부 교체 탓으로 돌린다 해도 팀당 한 시즌 0.1승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단순한 검증을 했습니다. 6점 이상 벌어진 상태에서 나온 점수를 전부 지우고 제곱지수를 다시 맞춰 본 것인데, 이렇게 하면 남자부 전체 득점의 9.9%, 여자부는 14.2%가 사라집니다. 지워 보니 초과승수의 표준편차는 1.69승에서 1.68승으로(여자부 1.66→1.56) 거의 그대로였고, 지우기 전과 후의 초과승수 상관관계는 .90이었습니다.
가비지 세트는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지만, 초과승수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차이는 시즌별로 독립적이다
야구는 이 지점에서 한 걸음 더 갑니다. 초과승수를 만드는 차이의 일부는 팀의 스타일 - 장타에 의존하는 타선 같은 - 에서 온다고 보죠. 즉 일부는 실력이라는 것입니다.
배구에서는 그게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서브 범실률, 에이스율, 공격 효율, 공격 범실률, 리시브 효율, 블로킹 비중, 디그 성공률 등 여덟 개 지표를 팀 강약 통제 후 초과승수와 맞춰 봤을 때 상관관계의 최댓값이 .07이었습니다. 초과승수를 만들어 내는 스타일이라 부를 만한 것이 배구에는 없었습니다. 더 결정적인 사실은, 팀의 초과승수가 다음 시즌에도 유사하게 재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그해 초과승수 | 이듬해 | |
|---|---|---|
| 남자부, 기대보다 2승 이상 더 이긴 14팀 | +2.82승 | -0.48승 |
| 남자부, 2승 이상 덜 이긴 24팀 | -2.66승 | +0.19승 |
| 여자부, 2승 이상 더 이긴 14팀 | +2.96승 | -0.20승 |
깨끗하게 사라집니다. 시즌 간 자기상관은 -.14(여자부 -.06)로 0을 조금 밑돕니다.
그래서 저는 이 차이를 "운"이라는 한 단어로 부르지는 않으려 합니다. 방금 봤듯 원인이 전부 무작위인 것은 아니니까요. 가비지 세트도 실제로 있었고, 접전을 견디는 그날의 무언가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기록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정확히 이것뿐입니다. 다음 시즌으로 가져갈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이 팀은 접전에 강하다"는 문장을 초과승수에서 끌어내지는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적어도 그 문장으로 다음 시즌을 예측할 수는 없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실제 순위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
야구에서 피타고라스 승률이 가장 요긴한 때는 시즌 초반인데, 배구에서는 순위표와의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집니다. 앞 k경기로 잔여 시즌을 예측하는 시합에서 피타고라스는 3경기째부터 실제 승률을 앞지르고 그 뒤 전 구간에서 앞섭니다. 더 극적인 건 "아무것도 모른다고 치고 5할이라 답하기"와의 비교입니다.
| 5할이라고 답하기를 이기기 시작하는 시점 | 남자부 | 여자부 |
|---|---|---|
| 실제 승률 | 7경기 | 17경기 |
| 피타고라스 | 4경기 | 6경기 |
여자부 순위표는 17경기가 지나야 비로소 아무 정보도 없는 것보다 나아집니다(시즌의 절반 가까이죠). 반면 득실은 6경기면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개막 2주 차 순위표를 보며 "아직 표본이 작다"고 말할 때, 그 말은 승패에는 맞고 득실에는 이미 틀린 말인 셈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두 값 모두 적절히 5할 쪽으로 수축시켜 쓰면 여자부에서는 격차가 사라지기 때문에, 피타고라스의 우위가 견고한 쪽은 남자부라고 말씀드리는 편이 정확하겠습니다.
맺으며 - 이 지표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
정리해 보겠습니다. 배구는 총득점으로 승부가 나는 경기가 아닌데도 총득점이 앞선 팀이 20경기 중 19경기를 이깁니다. 그래서 야구의 피타고라스 승률을 옮겨 올 수 있고, 그때의 제곱지수는 남자부 12.0 · 여자부 10.6입니다. 야구(1.83)보다 농구(13.91)에 가까운데, 그 큰 값의 정체는 점수→세트(7.6)와 세트→경기(1.6) 두 단계의 곱이었습니다. 이 식은 한 시즌 승수를 1.5승 차이로 추정하고 시즌 초반에는 순위표 자체보다 정확합니다만, 그 차이 곧 초과승수에서 팀의 성격을 읽어 내려 하면 안 되겠죠. 그해에만 있는 몫이니까요.
그래서 이 지표로 볼 것은 한 줄로 줄어듭니다.
순위표의 어디까지가 실력이고, 어디부터가 그해에만 있는 몫일까.
다만 하나는 짚어 두겠습니다. V리그 순위는 승률이 아니라 승점으로 매겨지니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승률에 한정됩니다. 승점 관리는 승률과 또 다른 세계고요.
2026-27시즌부터는 이 표를 순위표 옆에 붙여 두려 합니다. 개막 한 달이 지나면 반드시 이런 팀이 나옵니다. 순위는 높은데 득실이 못 따라오는 팀, 그리고 그 반대의 팀. 그때 이 글을 다시 꺼내 보셔도 좋겠습니다. 어느 팀이 걸릴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
수치는 V리그 정규리그 문자중계를 바탕으로 직접 셈한 것입니다(여러 시즌 합산). 문자중계 기반의 비공식 통계라 공식기록과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스포츠별 제곱지수는 Bill James, Daryl Morey, Football Outsiders, Dayaratna & Miller의 값입니다(Wikipedia "Pythagorean expectation" 정리). 가비지 세트 검정은 6점차 이상 랠리 남 42,607개·여 46,202개와 교체 기록 13만 건 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