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내: 배구 로테이션 시리즈의 1편입니다. 네이버 블로그 시절의 로테이션 연재를 새로 고쳐 쓴 글이며, 5편에 걸쳐 로테이션의 원리부터 여섯 자리 각각의 움직임까지 다룹니다.
시작에 앞서 : 이 글은 배구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일반 팬이 배구 초심자를 위해 작성한 안내문입니다. 배구 전문가가 읽으실 때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러한 부분을 발견하셨다면 제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배구 초심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로테이션입니다. 축구나 야구와 달리 배구는 선수들이 계속 자리를 바꿉니다. 방금 네트 앞에 있던 선수가 어느새 뒤에 가 있고, 서브를 넣던 선수가 어느 순간 네트 앞에서 블로킹을 하고 있습니다. 팀이 서브를 넣을 때는 그나마 네트 앞에 3명, 코트 뒤쪽에 3명 (서브를 넣는 1인 포함)으로 앞뒤가 구별되어 보이지만, 상대 서브를 받을 때는 서브 직전에 선수들이 독특하게 서 있다가 상대 서브와 동시에 움직이며 공격 대형을 만드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 모든 움직임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그 규칙의 하나인 로테이션이 왜 존재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구 초심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로테이션에 앞서 : 기본적인 배구 규칙
그 전에 기본적인 배구 규칙 몇 가지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배구는 팀당 6명이 코트에 섭니다.(6인제 배구)
둘째, 공이 코트에 떨어지거나 범실이 발생할 때까지의 공격과 수비가 반복되는 경기 단위를 랠리라 하고, 랠리를 이긴 팀이(어느 팀이 서브를 넣었든) 1점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랠리를 이긴 팀이 다음 랠리의 서브를 넣습니다. (이것을 서브권이라 합니다)
셋째, 한 팀은 공을 세 번 안에(블로킹 터치는 예외로 합니다) 상대 코트로 넘겨야 합니다. 그래서 배구의 공격은 대개 상대 서브를 받아내고(리시브), 그 공을 공격수에게 올려주고(세트), 상대 코트로 내려치는(공격) 세 번의 터치로 이루어집니다.
이 세 가지 기본적인 규칙을 기억하고 진행하겠습니다.
전위와 후위 — 네트 앞 공격과 블로킹의 권리
공격은 네트 앞에서 때릴수록 강하고, 블로킹도 네트 바로 앞에서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별다른 규칙이 없다면 최대한 많은 인원이 네트 앞에 몰려 공격하고 블로킹을 하겠죠. 경기가 균형있게 흘러가지 않을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배구 규칙은, 6명의 선수 중 절반인 3명에게만 전위(Front row : 네트에서 네트 앞 3미터 어택라인까지의 공간)에서 활약할 권한을 부여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코트에 선 6명 중 3명(전위)은 네트와 어택라인 사이 공간에서 뛰어올라 공격하고 블로킹할 수 있지만, 나머지 3명(후위)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후위 선수는 어택라인 뒤에서 점프해야만 공격할 수 있고, 블로킹에는 아예 참여할 수 없습니다.
[참고] 전위와 후위로 나누어진 선수가 각각 해당 코트에 아예 발을 디디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이후의 설명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작점입니다. 후위 선수에게 금지된 것은 "전위 공간에서 점프해 공격하는 것"뿐입니다. 후위 세터가 네트 앞까지 올라와 세트하는 것도, 전위 선수가 후위로 내려가 수비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로테이션의 이유
전위의 권리가 이렇게 크다면, 팀은 당연히 가장 큰 선수, 가장 잘 때리는 선수 3명을 전위에 고정시키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배구 규칙은 서브권이 없던 팀이 랠리를 이겨 서브권을 가져올 때마다, 그 팀은 선수들을 시계방향으로 한 칸씩 돌리도록(로테이션) 강제하고 있습니다. 서브를 넣은 팀이 랠리를 이겼을 때는 로테이션하지 않고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킵니다. 전위의 한 명이 후위로 내려가고, 후위의 한 명이 전위로 올라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로테이션(회전)"일까요? 만약 규칙을 "전위 한 명이 내려가고 후위 한 명이 올라온다"라고만 만들었다면, 팀은 특정한 두 선수만 계속 오르내리게 하고 나머지 넷을 제자리에 고정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규칙은 여섯 자리를 하나의 고리로 묶고, 정해진 방향(시계방향)으로만 돌게 했습니다. 누가 내려가고 누가 올라올지를 팀이 고를 수 없게 만든 것입니다.
즉 로테이션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모든 선수가 전위와 후위를 골고루 거치게 만드는 것. 특정 선수를 네트 앞에 고정시킬 수 없게 하기 위한 규칙인 것이지요.
심판이 로테이션이 지켜지는지 확인해야 하므로, 코트의 여섯 자리에는 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서브를 넣는 오른쪽 뒷자리가 1번, 그 앞이 2번, 네트 앞 가운데가 3번, 왼쪽 앞이 4번, 그 뒤가 5번, 뒤 가운데가 6번입니다. (지금은 규정이 바뀌어 엔드라인 뒤 어디에서든 서브를 넣을 수 있습니다만, 서브를 넣을 차례가 1번 자리라는 점은 그대로입니다)
현대 6인제 배구의 일반적인 포지션
로테이션을 설명하기에 앞서, 선수들의 포지션을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세 번의 터치 중 두 번째인 세트는 공격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섬세한 터치이기에, 현대 배구는 이 터치를 전담하는 선수, 즉 세터를 둡니다. 세터가 정해지면 나머지 다섯 명의 역할도 따라 정해집니다.
- 세터(S/Setter) — 두 번째 터치를 전담해 공격수에게 공을 올리는 팀 공격의 지휘자
- 아웃사이드히터(OH/Outside Hitter) ×2 — 사이드 공격 및 리시브의 주력 선수
- 미들블로커(MB/Middle Blocker) ×2 — 네트 중앙에서 블로킹을 지휘하고, 세터 가까이에서 빠른 속공을 때리는 선수
- 아포짓스파이커(OP/Opposite Spiker) — 세터의 대각에 서는 공격 전담 선수 (리시브에서 면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합니다)
- 리베로(L/Libero) — 수비 전문 선수. 전위로는 나가지 않고, 후위로 내려간 미들블로커와 교대해 코트에 들어옵니다 (후위 미들블로커가 서브를 넣을 차례에는 교대하지 않습니다)
[정의] 이 시리즈에서 두 명의 OH와 MB는 서브 순서로 구분합니다. 세터부터 서브 순서대로 S → OH1 → MB1 → OP → OH2 → MB2. 즉 세터가 1번 자리일 때 2번 자리에 있는 선수가 OH1, 3번 자리에 있는 선수가 MB1입니다. 영어권 로테이션 차트가 흔히 쓰는 표기와 통일시켰습니다.
여섯 개의 장면
이제 이 여섯 명을 로테이션 해보겠습니다. 여기서 초심자를 가장 괴롭히는 함정이 나옵니다. 선수는 시계방향으로 도는데, 자리 번호는 반시계방향으로 매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세터가 1번 자리에서 출발하면, 다음 로테이션에서 세터는 2번이 아니라 6번 자리에 갑니다. 세터의 이동 순서는 1 → 6 → 5 → 4 → 3 → 2. 이 여섯 장면을 눈으로 따라가 봅시다.
[참고] 도식의 후위에 MB² 대신 리베로(L)가 서 있는 것을 눈치채셨나요? 리베로는 후위로 내려간 미들블로커 대신 코트에 들어와, 그 자리의 일원으로 함께 움직입니다. 그 자리가 전위로 올라갈 차례가 되면 원래의 미들블로커가 돌아옵니다.
여섯 장면을 하나로 이으면 이렇게 됩니다.

도식을 넘기며 보시면 알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세터가 시계방향으로 코트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나머지 다섯 명도 같은 간격을 유지한 채 함께 돕니다. 그리고 어떤 로테이션에서도 대각선에 있는 두 선수는 절대 같은 열에 서지 못합니다. 한 명이 전위면 다른 한 명은 반드시 후위입니다.
대각의 원리
이 마지막 원리가 배구 포지션 배치의 열쇠입니다. 대각의 두 선수는 경기 내내 전위와 후위로 헤어져 만나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
어떤 로테이션에서도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려면, 대각에는 반드시 같은 포지션의 선수를 세워야 합니다.
도식의 배치가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OH 2명을 대각에, MB 2명을 대각에 세우면, 언제나 전위와 후위에 OH와 MB가 한 명씩 존재하게 됩니다. 남은 두 자리는 세터와 나머지 공격수의 몫인데, 이 공격수는 필연적으로 세터의 대각, 즉 반대편(Opposite) 에 서게 됩니다. 아포짓스파이커(Opposite Spiker)라는 포지션 이름은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로테이션의 목적은 전위와 후위를 나누는 것 뿐이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것 하나만 기억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
로테이션 위치는 "서브 직전까지 지키고 서 있어야 하는 자리" 일 뿐, 실제 공격·수비는 이와 다르게 움직입니다.
로테이션의 목적은 전위·후위 멤버를 정하는 것까지입니다. 게다가 "지키고 서 있는다"는 것도 도식의 좌표에 고정되어 있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규칙이 체크하는 것은 이웃한 선수와의 순서(앞뒤·좌우의 상대적 관계) 뿐이기 때문에, 그 관계만 어기지 않으면 어디에 서 있어도 됩니다. 상대 서브 직전 선수들이 이상해 보이는 자리에 엉켜 서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정확한 판정 기준은 4편에서 다룹니다). 그리고 상대 서브 직후에는 이 제약마저 해제되면서, 선수들은 자기가 실제로 플레이할 자리로 빠르게 움직이게 됩니다.
그런데 로테이션에는 여섯 가지 상황이 있지만, 전위와 후위의 선수 구성으로 보면 이를 다시 두 종류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세터가 전위에 있거나, 아니면 후위에 있거나. 이 두 가지 상황에서 6인의 선수가 만들어 내는 공격 대형은 어떻게 될까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이 시리즈의 도식은 직접 제작한 것입니다. 문의와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