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내: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영상에서 직접 설명한 기록 활용법을 KOVO V리그 기록으로 다시 확인해 보는 시리즈의 2편입니다. 세트당 득점, 세자르 감독의 신호등, 상대 세터의 분배 습관 순서로 3편이 이어집니다.
시작에 앞서 : 이 글은 배구를 사랑하는 일반 팬이 쓴 글입니다. 영상 속 이야기는 제가 스페인어 원문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라 표현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글에 나오는 수치는 한국배구연맹(KOVO) 홈페이지의 문자중계를 정리해 만든 비공식 통계이며, 공식 기록과 몇 개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1편에서는 세트당 득점을 알아봤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세자르 감독이 선수들에게 보여 주는 신호등을 V리그 기록으로 다시 그려 보고, 그가 덧붙인 두 가지 이야기를 V리그 기록과 맞춰 보겠습니다.
세자르 감독의 신호등
세자르 감독은 기술마다 목표를 정해 둡니다. 2021년 인터뷰에서 보여 준 팀 목표는 여자배구를 기준으로 정한 서브 5, 리시브 60, 공격 40, 공격 효율 30이었고 여기에 블로킹·디그·범실 목표가 붙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목표를 넘긴 기록은 초록, 가까운 기록은 노랑, 모자란 기록은 빨강으로 칠해 선수들에게 보냅니다(선수들이 숫자를 들여다보지 않았으면 해서라고 합니다). 세트는 0:0에서 다시 시작하니 신호등도 세트마다 따로 켭니다.
위 화면은 세자르 감독이 바키프방크 코치로 일하던 2020-21 시즌 터키 여자배구 리그 경기(바키프방크 3-0 페네르바체)의 신호등입니다(출처 : 세자르 감독 SNS). 맨 위 큰 숫자가 목표이고, 가운데 신호등이 바키프방크, 맨 아래 칸이 페네르바체의 기록입니다.
목표를 어떻게 정했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해의 경기를 분석해 보니 그 숫자를 넘긴 팀이 더 자주 이겼다고 답했습니다. 그가 덧붙인 이야기도 두 가지 있는데, (1) 2020년 방송에서는 다른 기록이 다 초록이어도 공격이 빨강이면 그 세트를 진다고 했고, (2) 2021년 인터뷰에서는 반격 경합에서 지면 아주 높은 비율로 그 세트를 진다고 했습니다.
세자르 감독의 목표와 V리그 기록
다만 그의 숫자를 V리그 기록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세자르 감독이 보는 기록은 세계 배구에서 널리 쓰이는 데이터발리(DataVolley) 프로그램의 기준을 따르고 인터뷰 화면에는 목표마다 계산식이 함께 적혀 있습니다. 목표 일곱 개를 KOVO 문자중계의 기록과 나란히 놓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KOVO 기록과 정의가 같은 것은 공격 40(공격 성공률)과 공격 효율 30 두 가지뿐입니다. 서브·리시브·블로킹·디그 목표는 데이터발리 평가 중 퍼펙트(#)와 포지티브(+) 같은 좋은 평가를 함께 센 기록입니다. 서브는 득점(서브 성공)과 범실만, 리시브는 정확과 실패만 적히는 KOVO 문자중계로는 같은 값을 셀 수 없습니다. KOVO 문자중계의 디그에는 반격하기 좋게 받았는지를 가르는 평가가 아예 없고 범실도 어떤 실수까지 범실로 세는지가 기록 체계마다 다릅니다.
리시브는 제가 나눈 등급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리시브 다음에 누가 세트(흔히 토스라 부르는 두 번째 터치)를 했는지를 보고 리시브를 일반(세터가 세트), 나쁨(세터가 아닌 선수가 받아 올림), 오버패스(공이 바로 상대 코트로 넘어감)로 더 나눕니다. 서브도 상대 리시브가 어떻게 됐는지로 나눠서 셉니다. 일반 리시브 중 세터가 속공까지 쓸 수 있었던 리시브를 그 뒤 첫 공격으로 가려 포지티브 쪽에 넣고(정확 리시브 뒤에도 세터가 속공을 고르는 비율만큼 보정했습니다) 세트를 가져간 팀과 내준 팀 사이에 경계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눈 기준이 데이터발리의 평가와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정확만 세면 60에 크게 못 미치고 정확과 일반을 합치면 60을 크게 넘어서, 세자르 감독의 리시브 60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여자배구 기준인 60은 V리그 여자부의 추정 경계선보다 8%p 높은 목표입니다(60을 넘긴 세트는 여자부 세트의 22%였습니다). 남자부 경계선이 60과 비슷한 것은 리그가 달라서 생긴 우연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숫자 대신 그가 숫자를 정한 방법을 빌려 오기로 했습니다.
클래식 기록으로 만든 신호등
먼저 KOVO 기록으로 누구나 셀 수 있는 클래식 기록 여섯 개로 신호등을 만들었습니다. 세자르 감독의 신호등처럼 서브, 리시브, 공격, 블로킹, 디그, 범실에서 하나씩 골랐습니다. 최근 네 시즌(2022-23~2025-26) 정규리그의 1~4세트를 모아 기록마다 세트를 가져갈 확률이 50%가 되는 지점을 경계선으로 정했습니다. 경계선보다 좋으면 초록, 나쁘면 빨강입니다.
블로킹과 디그는 상대 공격을 기준으로 한 비율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상대 공격 차단율의 분모인 상대 공격 시도는 상대 팀 공격 효율의 분모와 같은 값입니다. 유효블로킹(블로킹에 맞은 공이 우리 쪽에 떨어져 반격으로 이어진 경우)은 블로킹의 절반으로 셌습니다. 유효블로킹 뒤에 블로킹한 팀이 그 랠리를 가져간 비율이 55%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상대 공격 디그율은 우리 코트로 넘어온 상대 공격 중 디그로 살려 낸 공과 상대 득점이 된 공을 합쳐 그중 살려 낸 비율입니다.
세자르 감독의 화면에서 디그는 좋은 디그의 세트당 개수이고 KOVO 기록실도 디그를 세트당 개수로 보여 줍니다. 하지만 디그가 많으면 상대가 그만큼 많이 공격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서브 수가 같은 세트끼리 비교하면 디그가 많은 팀이 오히려 세트를 조금 덜 가져갔습니다. 디그 성공률은 디그 성공 / 디그 시도로 계산해서 디그 기록 없이 상대 득점이 된 공이 분모에서 빠집니다. 그래서 상대 공격 성공을 분모에 넣었습니다.
세자르 감독의 노랑은 감독이 정한 목표에 가까운 기록이라서 승패로 선을 긋는 이 방법에는 그대로 쓰기 어렵습니다. 세트를 가져갈 확률이 40~60%인 구간을 노랑으로 두어 보니 서브 득실과 리시브 효율은 세트의 70~87%가 노랑이 되어서 초록과 빨강 두 색으로만 나눴습니다. 물론 기록 하나씩 따로 그은 선이라 여러 기록이 함께 움직이는 실제 세트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KOVO컵 결승의 신호등
이 신호등을 10월 18일 KOVO컵 여자부 결승(GS칼텍스 3-2 한국도로공사)에 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승한 GS칼텍스 쪽의 신호등이고 경계선은 정규리그 여자부 값을 그대로 썼습니다.
GS칼텍스는 1~4세트를 합치면 초록불이 서브 득실과 공격 효율 두 개였고 리시브 효율은 경계선보다 8.1%p 낮았습니다. 1세트는 초록불 넷으로 가져갔지만 4세트는 초록불이 공격 효율(47.2%) 하나뿐이었는데도 25-22로 가져갔습니다. 15점으로 끝난 5세트는 경계선과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클래식 신호등의 경계선
초록불일 때와 빨간불일 때 세트를 가져간 비율의 차이는 공격 효율이 남자부 47.1%p, 여자부 51.0%p로 가장 크고 상대 공격 차단율(31.5%p, 33.4%p)과 상대 공격 디그율(24.0%p, 34.6%p)이 다음입니다. 서브 득실의 경계선은 남자부 -2.6개, 여자부 -0.9개로 0보다 작습니다. V리그에서는 세트를 가져간 팀도 대개 서브 범실이 서브 득점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세자르 감독의 목표와 그대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정의가 같은 공격 두 가지뿐입니다. 공격 효율 30%는 여자부 경계선(26.8%)보다 3%p 정도 높습니다. 목표를 넘긴 팀이 더 자주 이겼다는 그의 설명대로 경계선보다 조금 높은 목표인 셈입니다. 신호등에는 넣지 않은 공격 성공률도 같은 방법으로 경계선을 그어 보면, 세자르 감독의 40%는 여자부 경계선(39.5%)과 거의 같습니다. 남자부에서는 공격 성공률이 40%를 넘은 세트가 88%나 됩니다. 그래서 여자배구 기준인 40%는 남자부와 비교하면 낮은 선입니다.
초록불 개수와 세트 결과
한 세트에서 클래식 신호등 여섯 개 중 몇 개가 초록이었는지로 세트를 나눠 봤습니다.
초록불 넷을 켜면 남자부 72.8%, 여자부 81.2%를 가져가고 다섯이면 남자부 92.7%, 여자부 94.7%를 가져갑니다. 신호등이 목표로 쓰기에 괜찮은 도구라는 뜻이겠죠. 여섯 개를 모두 켠 세트는 남자부 3.3%, 여자부 3.4%로 많지 않고 이 세트는 모두 가져갔습니다.
공격이 빨강인 세트
그렇다면 다른 불이 다 초록인데 공격만 빨강인 세트는 정말로 졌을까요? 공격 효율만 빨강이고 나머지 다섯 불이 모두 초록인 세트를 세어 봤습니다.
그런 세트는 남자부 85세트, 여자부 44세트였고 남자부 80.0%, 여자부 75.0%를 가져갔습니다. V리그에서는 공격이 빨강이어도 나머지가 다 초록이면 대체로 이긴 셈입니다. 하지만 다른 불 하나만 빨강인 세트는 90.6~100%를 가져갔습니다(표본이 30세트 이상인 경우). 불 하나만 빨강인 세트 중에서는 그 불이 공격일 때 세트를 가져간 비율이 가장 크게 감소합니다. 거꾸로 공격만 초록이고 나머지 다섯이 빨강인 세트는 남자부 16.4%, 여자부 28.3%만 가져갔습니다.
세자르 감독의 말을 V리그 기록에 맞춰 고쳐 쓰면 "공격이 빨강이면 다른 불이 모두 초록이어도 네 세트에 한 세트(남자부는 다섯 세트에 한 세트)는 내준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표본이 세트의 1~2% 정도라는 점은 감안하고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세 가지 경합
세자르 감독의 경기 요약 자료에는 서브, 첫 공격(FBSO), 트랜지션(반격)의 세 가지 경합이 적혀 있습니다. 국면마다 우리 팀과 상대 팀의 득점 차이를 그 국면의 경합으로 봅니다. 그의 자료에서 첫 공격과 반격 경합은 공격 득점만 세기 때문에 블로킹 득점과 서브 밖의 상대 범실은 어느 경합에도 들어가지 않고, 세 경합을 더해도 점수차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랠리가 끝난 국면별로 모든 득점을 나눠, 세 경합을 더하면 세트 점수차가 되도록 셌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센 반격 경합에는 블로킹 득점과 디그 이후 공격 득점, 반격 국면의 상대 범실이 함께 들어갑니다(세자르 감독은 블로킹 경합을 따로 부릅니다).
반격 경합에서 진 세트는 남자부 17.6%, 여자부 13.5%만 가져갔습니다. 세자르 감독의 말 그대로입니다. 세트를 가져간 팀이 앞선 점수차 중 반격 경합에서 생긴 점수차의 비율도 남자부 62%, 여자부 71%입니다.
이유는 브레이크포인트에 있습니다. 서브를 받는 팀은 첫 공격으로 사이드아웃을 하면 되지만 서브를 넣은 팀이 점수를 내려면 대개 상대의 첫 공격을 막거나 받아 올려 반격해야 합니다. 실제로 최근 네 시즌 브레이크포인트의 66.6%(남자부)와 72.8%(여자부)가 반격 국면에서 났습니다. 세트를 가르는 연속 득점이 주로 반격 경합에서 갈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품질 지수로 그린 신호등
클래식 기록은 누구나 셀 수 있지만 플레이의 결과를 성공과 실패 정도로만 나눕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우리 기록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신호등을 그려 봤습니다. 플레이 한 번의 결과마다 우리 팀이 그 랠리를 가져간 비율을 값으로 매기고 한 세트의 값을 평균한 것을 품질 지수라고 부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서브 득점은 100, 서브 범실은 0이고 상대가 정확하게 받은 서브는 남자부에서 26입니다. 품질 지수는 그 플레이만 놓고 본 랠리 승률입니다. 값을 매기는 방식은 기대득점(EP)과 같습니다. 서브·리시브·공격·블로킹·디그 다섯 플레이에 하나씩 만들었습니다. 세트는 문자중계에 결과로만 적혀 있어 제외했고 범실은 각 플레이에서 값이 0인 결과로 이미 들어 있습니다.
막대가 길수록 그 플레이 결과 뒤에 우리 팀이 랠리를 가져간 비율이 높습니다. 서브는 상대 리시브를 흔들수록, 리시브는 정확할수록 값이 커집니다. 공격이 득점이 되지 않고 랠리가 이어진 경우에는 상대가 디그한 공을 상대 세터가 올렸을 때가 가장 낮습니다(남자부 39.8%, 여자부 40.9%).
품질 지수의 경계선
클래식 신호등과 같은 방법으로 지수마다 경계선을 정했습니다.
다섯 지수의 경계선은 모두 리그 전체에서 그 플레이를 한 팀들이 랠리를 가져간 비율과 거의 같습니다. 그 플레이만 놓고 본 랠리 승률이 리그 평균만큼이면 세트를 가져갈 확률이 50%라서 신호등의 기준으로 쓰기 좋습니다. 품질 지수 다섯 개로 세면 넷을 켠 세트를 남자부 90.9%, 여자부 93.3% 가져갑니다. 클래식 신호등보다 세트 결과가 더 분명하게 갈립니다. 공격 품질 지수만 빨강이고 나머지가 초록인 세트는 남자부 81.4%, 여자부 79.3%를 가져가서 공격에 대한 결론은 클래식 신호등과 같습니다.
클래식 신호등과 품질 지수 신호등
두 신호등이 세트를 얼마나 잘 가르는지 초록불일 때와 빨간불일 때 세트를 가져간 비율의 차이로 비교했습니다.
공격 효율은 공격 품질 지수와 거의 같고(두 값의 상관 0.99), 상대 공격 차단율과 상대 공격 디그율도 품질 지수와 비슷하게 세트를 가릅니다. 차이가 큰 곳은 서브와 리시브입니다. 서브 득실에는 서브 득점과 범실만 들어가서 상대 리시브를 흔든 서브가 빠집니다. 리시브 효율에는 정확과 실패만 들어가서 그 사이의 리시브를 세터가 올렸는지 다른 선수가 올렸는지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수와 팬이 경기를 보며 바로 이해하기에는 클래식 신호등이, 세트를 더 정확하게 판정하기에는 품질 지수 신호등이 나은 것 같습니다. 「서브 품질 지수 31」 같은 숫자는 직관적이지 않지만 클래식 기록이 놓치는 서브와 리시브의 차이까지 담기 때문입니다. 야구에서 더 정교한 지표가 있어도 OPS를 많이 쓰는 것과 비슷한 관계입니다.
다음 편 예고
신호등과 경합은 우리 팀을 들여다보는 도구입니다. 세자르 감독은 우리 팀 분석과 함께 상대 세터 분석도 맡아 왔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의 상대 세터 분석 방법과, 그 가운데 V리그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알아보겠습니다.
덧) 세자르 감독은 이 신호등 아이디어를 이탈리아에서 일할 때 음악도 전화도 없이 매일 한 시간씩 달리다가 떠올렸다고 합니다.
세는 법: V리그 정규리그 문자중계를 바탕으로 직접 셈했습니다. 15점으로 끝나는 5세트는 제외하고 1~4세트만, 2022-23~2025-26 네 시즌을 합산했습니다. 경계선은 기록 하나로 세트 승패를 예측하는 로지스틱 회귀에서 확률이 50%가 되는 지점입니다. 원년부터 합쳐도 비슷합니다(공격 효율 경계선 남자부 33.8%, 여자부 25.8%). 품질 지수의 값도 같은 네 시즌에서 정했습니다. 서브는 서브 효율((서브 득점 - 서브 범실)/서브 시도) 대신 세트당 서브 득실을 썼습니다. 세트를 가져간 팀은 서브를 24회 이상 넣게 되어, 비율로 나누면 득점과 범실의 차이가 같아도 서브 수에 따라 초록과 빨강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상대 공격 차단율과 상대 공격 디그율의 상대 공격 시도·성공은 같은 세트에서 상대 팀이 기록한 공격 시도·성공입니다. 경합은 랠리가 어느 국면에서 끝났는지로 득점을 나눴습니다. KOVO컵 결승의 신호등도 컵대회 문자중계로 같은 방법으로 셌습니다. 도식의 「1~4세트 합계」에서 세트당 개수(서브 득실 · 범실)는 네 세트의 평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