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내: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영상에서 직접 설명한 기록 활용법을 KOVO V리그 기록으로 다시 확인해 보는 시리즈의 3편이자 마지막 편입니다. 세트당 득점, 세자르 감독의 신호등, 상대 세터의 분배 습관 순서로 이어졌습니다.
시작에 앞서 : 이 글은 배구를 사랑하는 일반 팬이 쓴 글입니다. 영상 속 이야기는 제가 스페인어·영어 원문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라 표현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글에 나오는 수치는 한국배구연맹(KOVO) 홈페이지의 문자중계를 정리해 만든 비공식 통계이며, 공식 기록과 몇 개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편은 신호등과 경합이 우리 팀을 들여다보는 도구라는 이야기로 끝났습니다. 세자르 감독은 우리 팀 분석과 함께 상대 세터 분석도 맡아 왔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의 상대 세터 분석 방법과, 그 가운데 V리그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알아보겠습니다.
세자르 감독의 세터 분석
세자르 감독은 상대 세터의 경기를 5~10경기 모아 엑셀의 피벗 테이블로 나눠 봅니다. 경기를 고를 때부터 기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대표팀이 러시아를 상대해야 한다면, 러시아가 폴란드·일본·태국처럼 한국과 비슷한 팀과 치른 경기만 골라 본다고 합니다. 약한 팀과의 경기가 섞이면 실제로 우리를 상대할 때와 다른 모습이 섞이기 때문입니다.
나누는 기준은 로테이션(세터가 1번 자리에 있을 때는 늘 따로 봅니다), 리시브 품질, 세터가 서 있던 자리, 세트 진행 구간(0~7점, 8~14점, 15~20점, 21점 이후), 그리고 점수차입니다. 이렇게 나눠서 분배가 한쪽으로 쏠린 경우만 찾고 분배가 고르면 선수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이 공격수는 18점 이후에 공을 거의 받지 않는다"처럼 쓸 만한 경우가 보이면 그 공격수는 세트 후반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선수가 됩니다.
그가 세터를 읽는 대표적인 구분이 긴 쪽 세터와 짧은 쪽 세터입니다. 리시브를 받으러 세터가 4번 쪽으로 움직였을 때 반대편 먼 곳(2번 자리의 아포짓)으로 주면 긴 쪽 세터, 움직인 쪽 가까이에 주면 짧은 쪽 세터입니다. 긴 쪽 세터를 만나면 우리 미들블로커는 세터를 따라가지 않고 가운데에서 기다리고 짧은 쪽 세터를 만나면 세터를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선수들에게는 "긴 쪽 세터" 세 마디면 되지만 그 뒤에는 이런 분석이 깔려 있습니다(그리고 선수들에게 이유를 설명하는 대신 그런 상황이 자주 생기는 훈련 과제를 만든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긴 쪽과 짧은 쪽은 V리그 문자중계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문자중계에는 세터가 어디서 공을 올렸는지, 리시브가 어디에 떨어졌는지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대신 제가 셀 수 있는 것은 점수에 따른 분배와 차단 · 범실 뒤의 분배입니다.
점수에 따른 분배
세자르 감독은 점수차가 클 때와 접전일 때의 분배를 따로 봅니다. 7점을 이기고 있거나 지고 있을 때의 세터는 접전일 때와 다르게 공을 준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가 일하던 바키프방크의 세르비아 출신 세터 마야 오그녜노비치는 크게 앞선 경기에서 일부러 평소와 다르게 분배했다고 합니다. 상대가 자기 분배를 분석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습니다.
V리그 기록으로는 세터가 공을 사실상 몇 명에게 나눠 줬는지를 셀 수 있습니다. 다섯 명에게 똑같이 나눠 주면 5, 한 명에게만 주면 1이 되는 수입니다(유효 선택지 수). 2025-26 시즌 1~4세트를 앞선 팀의 점수 구간과 점수차로 나눠 봤습니다.
접전에서는 세트가 끝으로 갈수록 선택지가 줄어 21점 이후에는 남자부 3.78명, 여자부 3.55명입니다. 반대로 3점 차 이상 벌어지면 세트 후반에 오히려 넓어집니다. 원년부터 모든 팀의 시즌을 따로 재 봐도 접전 후반(21점 이후)에 선택지가 줄어든 팀-시즌이 남자부 91%, 여자부 98%였습니다. 세자르 감독의 말대로 세터는 점수차가 크지 않으면 좁히고, 벌어지면 넓힙니다.
그렇다면 좁히면 더 잘 될까요? 접전 후반에 주포의 공격 점유율은 남자부 7.6%p, 여자부 12.2%p 늘어나지만 주포와 나머지 공격수의 공격 성공률 차이는 초반과 거의 같습니다. 상대 세터가 세트 후반에 누구를 찾을지는 미리 알아 둘 만하지만 몰아준다고 공격이 더 잘 들어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차단 · 범실 뒤의 분배
세자르 감독이 보는 것 가운데 하나는 차단 · 범실 뒤의 선택입니다. 공격수가 차단당하거나 범실한 다음 공을 다시 그 선수에게 주는지, 다른 선수에게 돌리는지를 봅니다. 다시 주지 않는 세터라면 방금 4번 공격을 막은 뒤에는 다음 공이 4번으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블로킹을 다른 쪽에 맞출 수 있습니다.
V리그 문자중계로도 이 질문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랠리를 내준 팀은 다음 랠리에 리시브를 하고 로테이션도 그대로라서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공격수에게 공이 다시 가는지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격수가 차단당하거나 범실해서 랠리를 내준 경우를 같은 공격수가 때린 공이 상대 수비에 걸려 랠리가 이어진 끝에 점수를 내준 경우와 견줬습니다. 두 경우 모두 팀에서 마지막으로 공격한 선수는 같고 다른 점은 그 선수가 차단당했거나 범실했느냐뿐입니다.
여자부 세터는 차단당하거나 범실한 공격수에게 공을 덜 줍니다. 차단당한 뒤에는 34.5%가 31.2%로 줄었고 차단과 범실을 합쳐 같은 경기 안에서 같은 로테이션·같은 공격수끼리만 비교해도 2.4%p 낮습니다. 남자부 세터는 차단당하거나 범실한 공격수에게도 공을 거의 그대로 다시 줍니다.
다만 여자부에서도 세 번에 한 번꼴로는 다시 그 공격수에게 공이 가니 블로킹을 다른 쪽으로 옮길 만큼 큰 차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습관이 세터마다 다르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한 세터의 한 시즌 경기를 홀수 번째와 짝수 번째로 나눠 두 번 재 보니 두 값이 서로 따라가지 않았습니다(상관 0.04). 세자르 감독이 말한 "다시 주지 않는 세터"를 V리그 기록에서 따로 골라내기는 어려운 셈입니다.
같은 공격 유형의 반복
공격수 대신 공격 유형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대 공격에 랠리를 내준 뒤 우리가 리시브를 받아 첫 공격을 할 때 속공을 쓰는 비율은 남자부 20.0%, 여자부 13.2%입니다. 그런데 내준 랠리에서 우리가 속공을 썼다면,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이번 첫 공격에서 속공을 쓸 확률이 남자부 8.5%p, 여자부 11.7%p 낮아집니다. 세터들은 방금 쓴 공격을 연달아 쓰는 것을 꽤 강하게 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습관은 차단 · 범실 뒤의 선택과 달리 세터마다 다르고 한 세터에게는 시즌이 바뀌어도 어느 정도 이어집니다. 커리어 동안 속공을 쓴 랠리를 내주고 다음 첫 공격을 올린 경우가 150회 이상인 세터(남자부 17명, 여자부 13명) 중 속공을 많이 줄인 쪽과 적게 줄이거나 오히려 늘린 쪽에서 세 명씩 골라 봤습니다.
빈 점에서 채운 점까지 왼쪽으로 멀리 갈수록 방금 쓴 속공을 더 피한 세터입니다. 세터별 차이는 같은 로테이션끼리만 비교한 값이라 앞 문단의 리그 값보다 폭이 작습니다. 그래서 대상 세터 평균(남자부 -2.3%p, 여자부 -5.3%p)과 견주어 읽어야 합니다. 여자부에서는 김다인이 속공 비율을 3분의 1 정도로, 이고은이 5분의 1 정도로 줄였지만 이효희는 두 경우 모두 16.7%였습니다. 남자부에서는 김광국이 절반 남짓으로 줄였고 최태웅과 이승원은 오히려 더 썼습니다. 다만 한 팀의 한 시즌에는 주전 세터가 대개 한 명이고 두 팀에서 각각 두 시즌 이상 값을 측정할 만큼 기록이 쌓인 세터가 남자부 2명, 여자부 5명뿐이라, 이 습관이 세터 본인의 것인지 그 팀 감독이나 미들블로커 구성에서 온 것인지는 가리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상대 속공에 실점한 직후에는 남자부 세터들이 속공을 조금 더(1.5%p) 씁니다. 자기 반복은 피하면서 상대 속공에는 조금 따라가는 셈입니다.
1번 서브
같은 시기 한국 여자대표팀의 스카우트였던 안드레아는 영어로 진행된 다른 방송에서 "대부분의 세터는 1번 자리로 오는 서브를 싫어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상대 세터는 1번에서 온 리시브 11개로 2점밖에 내지 못했다는 예도 들었습니다(물론 표본이 작다는 점도 스스로 덧붙였습니다).
V리그 문자중계에는 서브가 떨어진 자리도, 리시버가 리시브 라인 어디에 섰는지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서브 순서로 로테이션상 자리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테이션상 1번 자리 선수가 받은 서브가 곧 1번 서브는 아닙니다. 1번 자리 선수가 6번 쪽으로 온 공을 받기도 하고 1번 쪽으로 온 공을 옆의 리베로가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1번 서브 이야기는 V리그 기록으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맺으며
3편에 걸쳐 세자르 감독의 이야기를 V리그 기록에 맞춰 봤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V리그로 가져올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숫자를 그대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세트당 19점과, KOVO 기록과 정의가 같은 공격 성공률 40%·공격 효율 30%입니다. 세트를 가져간 V리그 팀이 직접 만든 득점은 19점과 거의 같았습니다(남자부 18.8점, 여자부 19.9점). 여자배구 기준인 공격 성공률 40%는 여자부의 세트 승패 경계선(39.5%)과 거의 같았고 남자부(51.5%)와 비교하면 낮은 선이었습니다. 범실 5개도 세는 범위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V리그와 비교할 만했습니다. 리시브 60은 평가 기준이 달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나눈 리시브 등급으로 추정해 보면 여자부의 세트 승패 경계선(52%)보다 8%p 정도 높은 목표였습니다.
숫자 대신 방법을 빌릴 수 있는 것에는 신호등과 세 가지 경합, 상대 세터의 분배를 점수 구간과 차단 · 범실 뒤로 나눠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신호등의 목표는 V리그 기록으로 새로 정해야 하지만 여러 해의 승패에서 목표를 정하는 방법은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누구나 셀 수 있는 클래식 기록으로 신호등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결과마다 랠리 승률로 값을 매긴 품질 지수로는 더 정확하게 그릴 수 있었습니다(공격·블로킹·디그는 두 신호등이 비슷했고, 서브와 리시브는 차이가 컸습니다). 반격 경합이 세트를 가른다는 것과 접전 후반에 분배가 좁아진다는 것은 V리그에서도 거의 그대로 보였습니다. 다만 공격이 빨강이면 세트를 진다는 말은 절반만 맞았고(나머지가 모두 초록이면 열에 일곱에서 여덟은 가져갔습니다) 차단당하거나 범실한 공격수를 다음 랠리에 덜 쓰는 모습은 여자부 세터에게만 있었습니다.
문자중계에는 세터가 공을 올린 자리와 서브가 떨어진 자리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긴 쪽·짧은 쪽 세터와 1번 서브는 기록에 없어 가져올 수 없는 것입니다.
세자르 감독은 인터뷰에서 로테이션, 리시브, 점수 구간을 겹쳐 나누다 보면 경우마다 공이 몇 개 되지 않아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진행자는 이를 두고 배구는 데이터 문화는 깊은데 데이터가 적다고 정리했습니다. V리그 문자중계는 공이 떨어진 자리를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 시즌을 합칠 수 있어서 세자르 감독이 표본이 모자라 멈춘 곳 몇 군데는 이어서 확인해 봤습니다. 그의 숫자를 모두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지만, V리그 기록으로 벤치마크할 만한 아이디어는 많이 얻었습니다.
덧) 안드레아는 한국 선수들이 영상 미팅에서 아주 꼼꼼하게, 한국어로 받아 적는 선수들이었다고 기억했습니다.
세는 법: V리그 정규리그 문자중계를 바탕으로 직접 셈했습니다. 유효 선택지 수는 세터가 올린 공의 공격수별 비중으로 계산했습니다(같은 팀 안에서 셈). 후반 선택지 변화는 원년부터 모든 팀-시즌을 따로 셌고 차단 · 범실 뒤의 분배는 원년부터 합산했습니다. 차단 · 범실 뒤의 같은 공격수 비교는 다음 랠리에도 그 공격수가 코트에 있었고 첫 공격을 세터가 올린 경우만 셌습니다. 세터별 비율은 커리어 합산이고 직전에 속공을 쓴 뒤의 비율은 같은 로테이션끼리 비교한 차이를 평소 비율에 더한 값입니다. 남자부 「속공을 많이 줄인 쪽」의 세 번째 자리에는 김상기(-5.2%p)와 김영래(-4.8%p) 대신 차이가 비슷하고 팬들에게 더 익숙한 하승우(-4.7%p)를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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