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배구 대표팀은 4위에 그쳤습니다. 조별리그와 8강을 모두 이겼지만 준결승에서 일본에, 동메달 결정전에서 태국에 모두 0:3으로 졌습니다(우승은 결승에서 일본을 3:0으로 꺾은 중국입니다). 2022 항저우 대회(5위)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아시안게임에서 두 번 연속 메달을 놓친 것은 처음입니다.
김연경이 대표팀을 떠난 2021년 도쿄 올림픽 이후 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좀처럼 이기지 못했습니다.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서는 2022년과 2023년 12전 전패, 2025년 1승 11패로 최하위가 되어 강등됐고, 파리 올림픽과 2025 세계선수권에는 본선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도쿄 이후 일본에는 7전 전패(세트 0:21), 중국에는 5전 전패, 태국에는 1승 7패입니다. 지금 세계랭킹은 27위로 일본(6위), 중국(7위), 태국(13위)과 차이가 큽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하나만 보려고 합니다. V리그 여자부의 아포짓 자리에 국내 선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회를 마친 차상현 감독도 "V리그는 대표팀이 소속팀에서 외국인 선수들에 밀리는 환경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원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V리그 여자부 아포짓 자리에 어떤 선수가 뛰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아포짓 자리를 살펴본 방법
아포짓스파이커(OP)는 세터의 대각에 서는 선수입니다. 서브 순서로는 세터 다음 세 번째 선수이고 리시브를 (대개) 면제받는 대신 오른쪽 전위와 후위에서 팀 공격을 가장 많이 맡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준결승 일본전에서도 한국의 최다 득점 선수는 아포짓 나현수(14점)였습니다.
그런데 등록 포지션으로 보면 실제와 어긋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OH로 등록된 선수가 세터 대각에 서기도 하고 OP로 등록된 외국인 선수가 OH 자리로 옮겨 뛰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문자중계의 서브 순서로 랠리마다 세터 대각 자리에 어떤 선수가 뛰었는지를 확인하고 그 선수가 국내 선수인지, 외국인 선수인지, 아시아쿼터 선수인지를 붙였습니다. 세터는 랠리마다 코트 위에 있는 등록 세터(없으면 그 경기에서 공을 올린 기록이 많은 선수)로 보았고, 세터와 아포짓을 함께 바꾸는 더블 스위치처럼 교체로 세터가 바뀌면 바뀐 세터를 기준으로 셌습니다.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1) 그 자리에서 뛴 랠리 (2) 그 자리에서 시도한 공격. 자리는 서브 순서상의 칸이라 코트에서 실제로 오른쪽에 섰는지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V리그 정규리그 문자중계를 바탕으로 제가 직접 계산한 비공식 통계라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05년부터 2025-26시즌까지
2005년과 2005-06시즌에는 여자부에 외국인 선수가 없었으니 두 선 모두 100%에서 출발합니다. 2006-07시즌 외국인 선수가 들어온 뒤에도 몇 시즌은 국내 선수가 이 자리를 지켰습니다(외국인 선수 상당수가 OH 자리에서 뛰었습니다). 공격 시도 기준 국내 선수 비율은 2009-10시즌 64.5%, 2010-11시즌 36.4%로 감소했고 2014-15시즌에는 20.2%까지 감소합니다.
2016-17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은 두 선 모두 증가합니다. 다만 국내 아포짓이 늘어서라기보다는, 외국인 주공격수를 OH 자리로 옮기고 국내 선수를 대각에 세워 리시브를 받게 하는 리시빙 아포짓을 여러 팀이 썼기 때문입니다(로테이션의 이해 심화 2편). 도로공사 문정원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이 시기에는 랠리 선(2016-17시즌 75.3%)과 공격 선(51.1%)의 차이가 커집니다. 대각에서 뛰기는 했지만 공격은 많이 하지 않은 선수들이었습니다.
아시아쿼터가 도입된 2023-24시즌 이후에는 두 선이 모두 급감합니다. 2024-25시즌 랠리 13.5%·공격 시도 10.1%, 2025-26시즌 랠리 15.3%·공격 시도 10.6%입니다. 2025-26시즌 여자부 일곱 팀이 세터 대각 자리에서 시도한 공격 열 번 중 여덟 번 넘게(86.3%)를 외국인 선수가, 3.1%를 아시아쿼터 선수가 때렸습니다.
팀별 주전 아포짓
칸에는 그 시즌 세터 대각 자리에서 가장 오래 뛴 선수를 적었습니다. 빨간 칸이 국내 선수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황연주입니다. 2005년부터 2017-18시즌까지 열네 시즌 연속으로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주전 아포짓이었고 매 시즌 팀 랠리의 76~100%를 대각에서 뛰었습니다. 외국인 선수가 들어온 뒤에도 두 팀은 황연주를 아포짓에 두고 외국인 선수를 OH 자리에 세웠습니다.
황연주는 V리그 원년(2005년)의 신인왕입니다. 2006년 1월 7일 현대건설전에서 여자부 1호 트리플크라운(후위공격 8개, 서브 3개, 블로킹 3개)을 기록했고, 현대건설로 옮긴 2010-11시즌에는 통합우승과 함께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올스타전 MVP를 모두 받았습니다. V리그에서 처음으로 5,000득점을 넘긴 선수이기도 합니다. 올해 5월 22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510경기에서 5,868득점(역대 3위), 후위공격 득점 1,269개(2위), 서브 득점 461개(남녀부 통틀어 1위)를 기록했고 우승 반지는 여섯 개입니다(은퇴 발표 당시 보도 기준). 문자중계 기록으로 보면 정규리그 세터 대각 자리에서 시도한 공격만 12,709회인데,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도 역대 1위이고 2위 모마(8,633회)와도 차이가 큽니다.
국내 선수가 대각에서 팀 공격의 한 축을 맡은 경우(한 시즌 대각 자리 공격 시도 300회 이상)만 따로 살펴보았습니다.
2022-23시즌에는 네 명(IBK기업은행 김희진·육서영, 현대건설 황연주, 도로공사 문정원)이었고, 2023-24시즌에는 흥국생명 김미연 한 명, 2024-25시즌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2025-26시즌에는 현대건설 나현수가 311회로 한 명 있는데, 대각 자리에서 뛴 1,088랠리 중 359랠리는 세터와 함께 교체로 들어간 더블 스위치였습니다. 등록 포지션도 함께 보면, 2015-16시즌까지는 이 목록의 선수가 모두 OP로 등록된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2016-17시즌부터는 20칸 중 10칸이 OH나 MB로 등록된 선수이고(점선 칸), 2021-22시즌 김희진은 MB로 등록된 채 대각 공격을 761회 시도했습니다.
2025-26시즌 국내 선수 중 대각에서 가장 오래 뛴 선수는 현대건설 나현수(MB, 팀 랠리의 17.2%)와 페퍼저축은행 박은서(OH, 12.2%)였습니다. OP로 등록된 국내 선수는 흥국생명 문지윤, 도로공사 황연주, 정관장 신은지 세 명이었는데, 세 선수가 코트에서 뛴 랠리를 모두 합쳐도 1,027랠리로 GS칼텍스 실바 한 명(6,044랠리)의 6분의 1 정도입니다.
대표팀 아포짓의 소속팀 기록
대표팀 아포짓은 직전 V리그 시즌에 소속팀에서 어떻게 뛰었을까요? 2010년부터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VNL의 공식 경기 기록에서 대회마다 세터 대각 자리로 가장 많이 선발 출전한 선수를 골라 두 가지 점유율을 나란히 놓았습니다. (1) 대표팀: 그 대회에서 한국의 공격 시도 중 그 선수가 시도한 공격의 비율 (2) 소속팀: 직전 V리그 시즌 팀 공격 시도 중 그 선수가 세터 대각 자리에서 시도한 공격의 비율.
2010 세계선수권과 2012 올림픽 예선의 황연주는 두 점유율이 거의 같습니다(소속팀 25.6%·23.0%, 대표팀 24.8%·22.0%). 소속팀에서 하던 역할을 대표팀에서도 그대로 했습니다. 그 뒤로는 빈 점(소속팀)이 대부분 0~6%에 있고, 빨간 점(대표팀)만 12~32%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황연주를 빼면 소속팀 점유율이 대표팀 점유율보다 높았던 경우는 2022 VNL의 김희진 한 번뿐인데, 김희진이 소속팀에서 아포짓으로 뛴 2021-22시즌 직후였습니다.
박정아의 경우가 가장 극단적입니다. 2018 아시안게임(27세트 중 25세트)과 세계선수권, 2024 VNL(41세트 중 30세트)에서 대각 선발로 뛰었는데, 직전 시즌 소속팀(도로공사, 페퍼저축은행)에서는 OH로 뛰면서 대각에서 공격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2018 세계선수권에서 대각으로 선발 출전한 세 경기에서는 대표팀 공격 시도의 32.3%를 맡았는데, 2025-26시즌 V리그 외국인 아포짓이 소속팀에서 맡은 비율(28.0~43.0%)과 비슷합니다. 도쿄 올림픽의 김희진(직전 시즌 소속팀에서 MB)은 0.0%에서 22.8%로, 2022 세계선수권의 이선우는 0.7%에서 23.2%로 늘었습니다. 국내 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때리던 대각 공격을, 국제대회에서는 소속팀에서 그 공격을 거의 해 보지 않은 국내 선수가 맡아 온 셈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나현수도 소속팀 5.8%에서 대표팀 19.0%입니다. 준결승 일본전에서 팀 최다 득점을 올렸고 6월 AVC컵 우승 때는 베스트 아포짓으로 뽑혔지만,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는 미들블로커로 등록된 백업 선수였습니다. 차상현 감독은 5월 기자회견에서 소속팀에서 공격 점유율이 높지 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대표팀 점유율은 대회 전체 공격 시도 기준이고, 2018 세계선수권은 박정아가 대각으로 선발 출전한 세 경기만 계산했습니다. 국제대회 기록은 FIVB 공식 경기 기록과 대회 결과책에서 옮겼습니다).
공격 시도 횟수로 보면 차이가 더 뚜렷합니다. 나현수는 지난 시즌 V리그에서 경기당 대각 공격을 8.6회 시도했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경기당 20.8회를 시도했습니다. 2025 VNL의 이선우도 경기당 5.1회와 21.3회로 네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2022 세계선수권의 이선우는 직전 V리그 한 시즌 동안 대각 공격이 27회뿐이었는데, 세계선수권 5경기에서만 117회를 시도했습니다(V리그 쪽 경기당 횟수는 팀 경기 수로 나눈 값입니다).
아시아쿼터 이후
V리그 여자부의 외국인 선수 제도는 이렇게 바뀌어 왔습니다.
| 시즌 | 제도 |
|---|---|
| 2006-07 | 외국인 선수 도입(팀당 1명, 자유계약) |
| 2015-16 |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도입 |
| 2023-24 | 아시아쿼터 도입(팀당 1명, 외국인 선수와 동시 출전 가능, 포지션 제한 없음) |
| 2024-25 | 아시아쿼터 대상을 아시아배구연맹(AVC) 전 회원국으로 확대 |
| 2026-27 | 아시아쿼터 자유계약 전환 |
| 2027-28 |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 전환, 아시아쿼터 팀당 2명(세 명 동시 출전 가능) |
아시아쿼터 선수가 대각만 차지한 것은 아닙니다. 2023-24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아시아쿼터 선수는 OH(타나차·위파위·레이나·자스티스 등), MB(피치·장위·시마무라 등), 세터(폰푼·천신통)로 고르게 뛰었고, 대각에서 주로 뛴 선수는 정관장 메가(2023-24·2024-25)와 IBK기업은행 킨켈라(2025-26)였습니다. 그래서 국내 선수가 코트에서 뛴 비율 자체가 감소했습니다.
| 시즌 (단위: %) | 2022-23 | 2023-24 | 2024-25 | 2025-26 |
|---|---|---|---|---|
| 코트 위 여섯 자리 중 국내 선수 비율 | 85.4 | 72.7 | 73.4 | 74.1 |
| 팀 공격 시도 중 외국인·아시아쿼터 점유율 | 32.6 | 49.7 | 45.2 | 48.1 |
외국인 선수가 한 명이던 시절에는 코트 위 여섯 자리 중 국내 선수 비율이 85% 정도로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시아쿼터 첫 시즌에 이 비율이 12.7%p 감소했고 팀 공격 시도의 절반 가까이를 외국인과 아시아쿼터 두 선수가 맡게 됐습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올해 6월 이사회에서 2027-28시즌부터 여자부 아시아쿼터를 팀당 2명으로 늘리고 외국인 선수까지 세 명이 동시에 뛸 수 있게 했고, 9월 이사회에서 세부 규정까지 확정했습니다. 코트 위 여섯 자리 중 절반을 외국인과 아시아쿼터 선수가 채울 수 있게 됩니다. 당장 2026-27시즌에도 일곱 팀의 아포짓은 모두 외국인 선수(여섯 팀)나 아시아쿼터 선수(현대건설 메가)가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중국·태국의 리그
외국인 선수를 많이 쓰는 리그가 V리그만은 아닙니다. 일본 SV리그는 2026-27시즌부터 동시에 코트에 설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두 명에서 세 명으로 늘렸고(아시아쿼터 한 명은 별도), 중국 리그는 코트에 두 명까지, 태국 리그는 두 명에 동남아시아 선수 한 명을 더 쓸 수 있습니다. 세 리그 모두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을 제한하는 규정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선수의 수 하나로 대표팀 성적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일본과 중국은 선수층부터 우리와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국내에서 여자 배구부를 운영하는 고등학교는 20곳 정도이고 얼마 전까지 선수 여섯 명으로 버틴 팀도 있었다고 합니다. V리그 여자부의 아포짓 자리는 일곱 개뿐인데, 그 일곱 자리가 모두 외국인 선수에게 돌아가면 국내 아포짓이 한 시즌 수백 회의 공격을 시도해 볼 곳은 사실상 없어집니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손본다면
지금 이대로라면 V리그에서 제2의 황연주를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아포짓 일곱 자리가 모두 외국인과 아시아쿼터 선수 몫이고 대표팀 아포짓은 소속팀에서 거의 해 보지 않은 대각 공격을 국제대회에서 맡고 있습니다. 해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 제도를 손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의 제도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는 리그의 수준과 흥행을 받쳐 주고, 아시아쿼터에는 국내 선수 연봉의 가파른 증가를 억제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선수가 모자라니 외국인 선수로 채울 수밖에 없다는 말도 틀리지 않습니다. 국내 선수가 주전 자리를 경쟁으로 따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V리그의 아포짓은 경쟁이 일어나는 자리가 아닙니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 전용 포지션이니까요. 팀들은 처음부터 아포짓을 맡길 외국인 선수를 뽑고 그 선수가 팀 공격을 도맡습니다(2025-26시즌 일곱 팀의 외국인 선수는 팀 공격 시도의 28.0~43.0%를 맡았고 가장 많았던 선수는 GS칼텍스 실바였습니다). 국내 아포짓은 외국인 선수가 쉴 때 잠깐 코트에 서는 선수가 되고 소속팀에서 대각 공격이 팀 공격의 6%가 안 되던 선수가 대표팀에 가서 14~32%를 맡게 됩니다. 선수층이 얇을수록 코트에 설 기회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도를 손보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1) 2027-28시즌의 아시아쿼터 확대를 다시 검토하는 것 (2) 보유 인원은 그대로 두되 동시에 코트에 서는 인원을 제한하는 것 (3) 차상현 감독이 제안한 것처럼 큰 국제대회가 있는 시즌에 국내 선수만 뛰는 라운드를 두는 것. 어느 쪽이든 V리그의 아포짓 자리 가운데 몇 개는 국내 선수에게 돌아가야 대표팀 아포짓도 생길 수 있습니다.
다음 아시안게임은 2030년 도하에서 열립니다. 그때 대표팀 아포짓은 소속팀에서도 아포짓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