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내: 로테이션의 이해 심화편 2편입니다. 1편 「백오더와 프론트오더」에서 이어집니다.
1편은 팀들이 프론트오더를 쓴 이유가 대부분 리시브와 이어져 있었다는 이야기로 끝났습니다. 리베로에게 리시브를 더 맡기거나 외국인 주공격수의 리시브 부담을 덜어 주는 식이었죠. 이번 편에서는 리시브 부담을 덜어 주는 또 다른 방법인 리시빙 아포짓을 알아보고, 이 전술이 프론트오더와 어떤 관계였는지도 V리그 기록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리시빙 아포짓
기본편 3편에서 아포짓스파이커(OP)가 리시브를 받지 않는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리시브를 받다가 균형이 흐트러지면 오른쪽 공격을 준비하지 못할 수 있고, OP는 대개 팀에서 가장 많이 때리는 선수라 리시브에서 빼 주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OP를 빼면 전위 OH, 후위 OH, 리베로 세 명이 리시브 라인에 섭니다.
리시빙 아포짓은 이 결론을 거꾸로 돌린 선택입니다. OP가 리시브 라인에 서고, 그 대신 OH 한 명을 리시브에서 빼 줍니다. 같은 로테이션(백오더 세터 5번 자리)으로 두 대형을 비교해 봅시다.
기본 3인 리시브에서는 전위 OH, 후위 OH, 리베로가 받고, OP는 전위 오른쪽에서 공격만 준비합니다.
리시빙 아포짓에서는 OP가 리시브 라인 오른쪽으로 내려와 받고, 그 대신 후위 OH가 리시브 라인 뒤로 빠져 중앙 후위공격을 준비합니다. 팀의 주공격수가 OP가 아니라 OH일 때(V리그라면 외국인 선수가 OH로 뛰는 팀) 주로 씁니다. 2022-23 시즌 남자부 한국전력은 OH 타이스 대신 OP 서재덕이, OK저축은행은 레오 대신 신호진이 리시브를 받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두 선수의 위치를 바꾸어 외국인 OH를 OP 자리에, 리시브가 되는 OP를 OH 자리에 세우면 되지 않을까요? 선수마다 익숙한 포지션이 있어서 쉬운 일은 아닙니다(특히 왼손잡이 공격수는 오른쪽 OP 자리에서 오래 뛰어 온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선수를 원래 포지션에 둔 채 리시브만 맡기는 쪽으로 전술을 짭니다. 이 질문은 뒤에서 다시 꺼내겠습니다.
[참고] 상대 서브가 강한 경우 OP가 리시브 라인 뒤로 돌아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네 명이 함께 받는 4인 리시브도 가끔 보입니다. 이번 편에서 말하는 리시빙 아포짓은 이런 경우가 아니라, OH 한 명을 빼고 OP가 그 몫을 받는 3인 리시브입니다.
기록으로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문자중계에는 리시브를 누가 받았는지 적혀 있으니, 세트마다 세터 대각 자리(서브 순서에서 세터 다음 세 번째)에 선 선수가 팀 리시브의 몇 %를 받았는지 계산하면 됩니다. 이 글에서 대각은 등록 포지션과 상관없이 세터 대각 자리에 선 선수를 말합니다. 이 구분은 뒤에서 중요해집니다.
세 명이 나눠 받으면 한 명이 33% 정도이니, 대각이 리시브를 20% 이상 받은 세트를 리시빙 아포짓 세트로, 5% 미만인 세트를 OP가 리시브에서 빠진 세트로 보았습니다(리시브 8개 이상인 세트만 계산했습니다. V리그 정규리그 문자중계를 바탕으로 제가 직접 계산한 비공식 통계라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남자부의 리시빙 아포짓
남자부에서는 리시빙 아포짓을 자주 쓰지 않았습니다. 2018-19 시즌 이후 대각이 리시브를 20% 넘게 받은 세트는 4.8%이고, 한국전력 서재덕(2018-19·2022-23·2023-24), KB손해보험 정동근(2019-20·2020-21), OK저축은행 조재성(2021-22)과 신호진(2022-23~2024-25), 현대캐피탈 신호진(2025-26)처럼 몇몇 선수에게 몰려 있습니다. 이 세트들은 거의 모두 백오더였습니다(프론트오더는 0.5%).
게다가 남자부의 리시빙 아포짓은 세트 내내 같은 모양으로 쓰는 대형이 아니었습니다. 대각이 리시브를 받은 세트 가운데 OH 한 명이 리시브를 거의 받지 않은(5% 미만) 세트는 37%였고(여자부 프론트오더에서는 94%), 나머지 세트에서는 빠졌어야 할 OH도 로테이션에 따라 리시브를 나눠 받았습니다. 상대 서버에 따라 그때그때 꺼내 쓰는 대형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다만 2023-24 시즌 OK저축은행은 신호진이 대각에서 리시브를 받은 79세트 가운데 60세트에서 레오의 리시브를 거의 완전히 면제했습니다.
여자부의 리시빙 아포짓
여자부는 리시빙 아포짓을 훨씬 자주 썼습니다. 2018-19 시즌 이후 대각이 리시브를 20% 넘게 받은 세트가 19.4%로 남자부의 네 배 정도입니다. 그리고 시기에 따라 함께 쓴 오더가 다릅니다.
1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2017-18 이전 기록은 선수 위치가 덜 정확하지만, 누가 누구 다음에 서브했는지와 누가 리시브를 받았는지는 그 시절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3-14부터 2016-17까지 여자부에서 대각이 리시브를 20% 넘게 받은 세트의 89%가 백오더였습니다. GS칼텍스 이소영(2013-14·2014-15), 흥국생명 주예나(2013-14)·정시영(2015-16)·신연경(2016-17), 한국도로공사 문정원(2014-15·2016-17), IBK기업은행 김미연(2016-17)이 모두 백오더에서 대각으로 리시브를 받았고, 2016-17 시즌에는 대각이 20% 넘게 받은 세트 가운데 프론트오더가 한 세트도 없었습니다(그보다 앞선 시즌들은 여자부 세트 대부분이 프론트오더로 시작해 두 가지를 떼어 놓고 보기 어렵습니다).
흐름이 바뀐 것은 2017-18 시즌입니다. 도로공사가 문정원을 대각에 세우고 외국인 선수 이바나를 리시브에서 뺀 프론트오더를 사용했고, 그 시즌 대각이 20% 넘게 받은 세트의 78%가 프론트오더였습니다. 이듬해부터 GS, IBK, 흥국, 정관장이 차례로 비슷한 배치를 썼고, 2020-21부터 2023-24까지는 여자부 프론트오더 세트의 78.6%가 리시빙 아포짓 세트였습니다. 1편의 팀별 차트에서 2017-18 이후 여자부에 다시 생긴 진한 칸은 대부분 이 배치였습니다.
같은 팀이 두 오더를 오간 시즌
리시빙 아포짓에는 프론트오더가 더 잘 맞았던 걸까요? 2018-19 시즌부터 여자부 전체를 보면, 대각이 리시브를 20% 넘게 받은 세트의 55.1%가 프론트오더였습니다. 대각이 리시브에서 빠진 세트는 5.7%만 프론트오더였으니 둘이 함께 쓰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리시빙 아포짓을 즐겨 쓴 팀이 프론트오더도 즐겨 쓴 팀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팀이 같은 시즌에 두 오더를 모두 쓴 경우만 모아, 오더에 따라 대각이 받은 리시브에 차이가 있었는지 비교했습니다.
| 팀·시즌 (단위: %) | 백오더 세트 | 프론트오더 세트 |
|---|---|---|
| GS 2020-21 | 러츠 0.1 | 이소영 27.1 |
| IBK 2020-21 | 라자레바 0.1 | 표승주 37.6 |
| 흥국 2022-23 | 옐레나 0.1 | 김미연 48.3 |
| GS 2023-24 | 실바 0.7 | 권민지 37.1 |
| 정관장 2023-24 | 메가 0.5 | 박혜민 23.7 |
한 행이 한 팀의 한 시즌이고 각 칸에는 그 오더로 시작한 세트에서 대각에 가장 많이 선 선수와 대각 자리의 리시브 점유율을 적었습니다. 다섯 팀 모두 백오더 세트에서는 대각이 리시브를 거의 받지 않다가 프론트오더 세트에서는 23.7~48.3%를 받았습니다. 두 오더를 5세트 이상씩 쓴 2018-19 이후 여자부 25팀-시즌을 모두 보아도 18팀-시즌에서 프론트오더 쪽 대각이 더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두 칸의 선수 이름이 오더마다 다릅니다.
적어도 2018-19부터 2023-24까지의 여자부 팀들은 리시빙 아포짓을 쓸 때 프론트오더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반대 방향의 시즌도 있었습니다. 흥국은 2020-21 시즌 프론트오더 세트에서 대각 브루나가 리시브를 거의 받지 않았고(0.2%), 오히려 백오더 세트에서 대각 김미연이 조금 받았습니다(9.1%). 그리고 2024-25 시즌 여자부에서 프론트오더가 사실상 사라지면서(백오더가 99.8%였습니다) 이 조합도 함께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리시브에서 빠진 선수
앞의 표로 돌아가 보면 백오더 세트의 대각은 러츠·라자레바·옐레나·실바·메가 같은 외국인 선수였고(메가는 아시아쿼터), 프론트오더 세트의 대각은 모두 OH로 등록된 국내 선수였습니다. 오더와 함께 대각에 선 선수가 바뀌었습니다. 프론트오더 세트에서 외국인 선수는 어디에 서 있었을까요?
2018-19 시즌부터 여자부 프론트오더에서 대각이 리시브를 받은 세트의 81%에서는 OH 자리 하나(세터 다음 두 번째로 서브하는 자리)에 선 선수가 리시브에서 빠졌습니다. 그 선수의 94%가 OP로 등록된 선수였고, 알리·파튜·러츠·라자레바·켈시·엘리자벳·옐레나·실바·메가·부키리치처럼 대부분 그 팀의 외국인 주공격수였습니다. 외국인 주공격수가 OH 자리로 옮겨 리시브에서 빠지고, 국내 OH가 대각에서 리시브를 받은 것입니다.
이런 세트만 모아 세터 자리별로 리시브 점유율을 계산했습니다. OH 자리로 옮긴 주공격수는 여섯 로테이션 모두 1% 정도만 받았습니다. 로테이션이 돌아도 리시브 라인에 거의 서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 리시브는 대각(40~62%)과 다른 OH, 리베로가 나눠 받았습니다.
흥국이 2022-23·2023-24 시즌에 쓴 배치를 세터 1번 자리로 그렸습니다. 세터 대각 자리의 김미연이 전위 왼쪽에서 리시브를 받고, OH 자리의 옐레나는 리시브 라인에서 빠져 공격만 준비합니다. 리시브는 김미연, 리베로, 김연경 세 명이 받습니다.
세터 6번 자리에서도 옐레나는 전위 오른쪽에서 리시브 없이 공격을 준비합니다.
리시브를 받는 선수는 여전히 세 명입니다. 리시브를 받는 국내 OH가 OP 자리로, 리시브를 받지 않는 외국인 OP가 OH 자리로 위치를 바꾸었을 뿐입니다. 앞에서 던진 질문, "차라리 두 선수의 위치를 바꾸면 되지 않을까"를 이 시기 여자부 팀들은 실제로 해 본 셈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 여자부의 리시빙 아포짓은 OP에게 리시브를 맡긴 전술이라기보다 OH와 OP가 위치를 바꾼 배치에 가깝습니다.
1편에서 소개한 2004년 일본 여자대표팀도 왼쪽 공격이 특기인 선수를 OP 자리에, 오른쪽 공격이 특기인 선수를 OH 자리에 두고 프론트오더를 썼습니다1. 이 시기 여자부 팀들과 같은 모양입니다. 이 배치가 프론트오더와 함께 쓰인 이유는 3편에서 기록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편 예고
주공격수와 국내 OH의 위치를 바꾸는 방법이 프론트오더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백오더에서도 주공격수를 OH 자리에 두고 대각의 국내 선수에게 리시브를 맡길 수 있습니다(앞에서 본 남자부의 리시빙 아포짓도 대부분 백오더였습니다). 다만 두 오더는 주공격수가 전위에 서는 로테이션이 서로 다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두 배치를 서브 순서로 나란히 놓고 사이드아웃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본 뒤, 지금 V리그 팀들이 쓰는 표준 배치와 함께 심화편을 정리하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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