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내: 로테이션의 이해 심화편 마지막 3편입니다. 2편 「리시빙 아포짓」에서 이어집니다.
2편에서는 여자부 팀들이 프론트오더에서 외국인 주공격수와 국내 OH의 위치를 바꾼 배치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같은 모양을 백오더에서 만든 배치와 나란히 놓고 두 배치의 사이드아웃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두 배치를 모두 쓴 한국도로공사의 시즌들도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지금 V리그 팀들이 쓰는 표준 배치와 함께 심화편을 정리하겠습니다.
리시빙 아포짓의 두 가지 배치
주공격수와 국내 OH의 위치를 바꾸는 방법이 프론트오더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백오더에서도 외국인 주공격수를 OH 자리에 세우고 대각(세터 대각 자리)에 선 국내 선수에게 리시브를 맡길 수 있습니다. 백오더 표준과 두 가지 리시빙 아포짓 배치를 서브 순서로 나란히 놓아 봅시다.
두 배치 모두 주공격수를 OH 자리로 옮겨 리시브에서 빼고, 국내 OH가 대각에서 리시브를 받습니다. 다른 점은 주공격수가 서브 순서에서 서는 자리입니다(프론트오더에서는 세터 다음 두 번째, 백오더에서는 네 번째). 그래서 주공격수가 전위에 서는 로테이션이 백오더 표준(세터 1·6·5번 자리)과 달라집니다. 프론트오더 쪽은 세터 5번 자리 대신 2번 자리에서, 백오더 쪽은 세터 1번 자리 대신 4번 자리에서 주공격수가 전위에 섭니다.
백오더의 리시빙 아포짓은 한국도로공사가 2022-23 시즌에 주로 썼습니다. 대각 문정원이 리시브를 받고 카타리나가 OH 자리에서 리시브에서 빠진 배치입니다. 페퍼저축은행도 2023-24 시즌 이한비를 대각에 두고 야스민을 뺀 같은 배치를 썼고, 2편에서 본 남자부 OK저축은행의 2023-24 시즌(신호진·레오)도 같은 배치입니다.
사이드아웃 성공률
상대 서브를 받은 랠리를 이긴 비율을 사이드아웃 성공률이라고 합니다(상대의 서브 범실로 얻은 점수도 포함합니다). 리시브를 받는 팀의 성적을 가장 직접 보여 주기 때문에, 리시브 대형을 바꾼 효과를 볼 때 먼저 확인할 기록입니다. 2018-19 시즌부터 여자부에서 백오더 표준 배치(대각이 리시브에서 빠진 배치)로 시작한 세트의 사이드아웃 성공률은 64.3%입니다.
비교는 2편과 같은 방식으로 했습니다. 팀마다 선수 구성과 전력이 다르니, 같은 팀이 같은 시즌에 백오더 표준과 리시빙 아포짓 배치를 모두 쓴 경우만 모아 로테이션별로 사이드아웃 성공률의 차이를 계산했습니다(V리그 정규리그 문자중계를 바탕으로 제가 직접 계산한 비공식 통계라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같은 팀의 두 배치
위 칸은 프론트오더의 리시빙 아포짓(여자부 13팀-시즌), 아래 칸은 백오더의 리시빙 아포짓(9팀-시즌)을 같은 팀의 백오더 표준과 비교한 결과입니다. 막대가 오른쪽(+)에 있으면 그 배치의 사이드아웃 성공률이 백오더 표준보다 높았다는 뜻입니다. 전체로는 두 배치 모두 백오더 표준과 거의 같았습니다(-0.7%p, -0.4%p).
차이가 난 곳은 주공격수가 드나든 로테이션입니다. 프론트오더 쪽은 주공격수가 전위로 온 세터 2번 자리가 +4.9%p, 후위로 간 세터 5번 자리가 -1.3%p였습니다. 백오더 쪽은 전위로 온 세터 4번 자리가 +3.1%p, 후위로 간 세터 1번 자리가 -6.1%p였습니다. 주공격수가 온 자리는 사이드아웃 성공률이 증가하고 떠난 자리는 감소해, 네 곳 모두 방향이 같았습니다.
다만 숫자 하나하나를 크게 볼 수는 없습니다. 비교한 세트가 많지 않아서 3%p 정도의 차이는 주공격수와 관계없는 자리에서도 보입니다(프론트오더 쪽 세터 3번 자리 -3.6%p). 막대 끝에 걸친 가로선이 이렇게 우연히 생길 수 있는 차이의 폭입니다. 그래서 두 배치는 사이드아웃 성공률 전체를 증가시킨 배치라기보다 주공격수가 전위에 서는 로테이션을 옮긴 배치였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좌우가 뒤집히는 두 로테이션
1편에서 T.w의 설명을 소개했습니다. 프론트오더의 세터 1·6번 자리에서는 OP 자리가 OH 자리보다 왼쪽에 서기 때문에, 왼쪽에서 때리는 선수를 OP 자리에 두면 이 두 로테이션이 오히려 편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론트오더의 리시빙 아포짓이 바로 그런 배치입니다(리시브를 받는 국내 OH가 OP 자리에 섭니다).
하지만 기록에서는 이 두 로테이션이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앞의 차트 위 칸에서 세터 1번 자리는 백오더 표준보다 3.4%p, 세터 6번 자리는 1.3%p 낮았습니다. 다만 문자중계에는 공격이 코트 어느 쪽에서 이루어졌는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선수들이 실제로 편한 쪽에서 때렸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기록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두 로테이션의 사이드아웃 성공률이 좋아지지 않았다는 데까지입니다.
한국도로공사의 두 배치
두 배치를 가장 오래, 그리고 번갈아 쓴 팀은 한국도로공사입니다.
한 행이 한 시즌이고, 막대의 색은 그 시즌 세트의 배치별 비율입니다. 막대 아래에는 대각에 선 선수와 리시브에서 빠진 선수를 적었습니다. 2014-15부터 2023-24까지 대각은 거의 늘 문정원이었고(2015-16만 황민경), 리시브에서 빠진 선수는 대부분 외국인 주공격수였습니다(이바나·파튜·켈시·캣벨·카타리나·부키리치). 시즌에 따라 박정아가, 2023-24에는 아시아쿼터 타나차가 빠지기도 했습니다.
도로공사의 리시빙 아포짓은 리시브를 두 명에게 거의 다 맡겼다는 점에서도 특별했습니다. 2017-18부터 2019-20까지 문정원과 리베로 임명옥이 팀 리시브의 80% 정도를 받았고(세 시즌 79.9~83.6%), 2022-23에도 두 선수가 68.6%를 받았습니다. 두 배치를 오간 이유는 기록만으로 알 수 없지만, 두 배치 모두 외국인 주공격수를 리시브에서 빼고 문정원에게 리시브를 맡긴다는 점은 같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서브 순서에서 주공격수의 자리와 그에 따라 주공격수가 전위에 서는 로테이션이었습니다.
2024-25 시즌 도로공사는 강소휘·타나차·임명옥이 받는 표준 3인 리시브와 백오더 표준 배치로 돌아섰습니다. 문정원은 36경기에 모두 나왔지만 대부분 후위 수비와 서브를 위한 교체로 들어갔습니다(리시브 점유율 7.1%).
사라진 배치
여자부의 리시빙 아포짓은 2024-25 시즌 프론트오더와 함께 거의 사라졌습니다(1편의 팀별 차트에서 2024-25 시즌 여자부 칸이 모두 회색이었던 것과 같은 시기입니다). 여러 팀이 같은 시즌에 이 배치를 내려놓은 이유는 기록만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2025-26 시즌에는 두 팀이 이 배치를 다시 꺼냈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시즌 초 빅토리아를 대각에 둔 평범한 백오더를 쓰다가 11월 22일과 26일 두 경기에서 프론트오더를 썼습니다(이때는 빅토리아가 그대로 대각에 섰고 리시브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1월 30일 페퍼전부터 백오더로 돌아가면서 빅토리아를 OH 자리에 세우고 대각의 킨켈라에게 리시브를 맡겼습니다. 2월 15일 킨켈라가 부상으로 빠진 뒤에는 황민경이 대각에서 같은 역할을 이어받았습니다. 정관장도 1월 31일과 2월 3일 두 경기에서 박혜민을 대각에 둔 프론트오더의 리시빙 아포짓을 5세트 썼습니다.
심화편을 마치며
심화편 세 편에서 백오더와 프론트오더, 그리고 리시빙 아포짓을 살펴봤습니다. 프론트오더와 리시빙 아포짓은 모두 누구에게 리시브를 맡길 것인가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이드아웃 전체로는 백오더 표준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같은 팀이 프론트오더 표준과 백오더 표준을 모두 쓴 여자부 6팀-시즌에서도 +0.4%p였습니다).
두 선택 모두 특정 팀, 특정 시기의 선수 구성에 맞춘 맞춤형 전술이었습니다. 남자부에서 프론트오더로 시작한 세트의 41.6%는 삼성화재 한 팀의 세트였고 그 삼성화재도 수비가 좋은 OH가 있어야 프론트오더를 이어 갈 수 있었습니다. 도로공사의 리시빙 아포짓도 문정원과 임명옥이 팀 리시브의 80% 정도를 받아 주었기에 가능한 배치였습니다. 남자부의 리시빙 아포짓은 서재덕·신호진 같은 몇몇 선수에게 몰려 있었습니다. 여자부에서 프론트오더와 함께 쓰인 리시빙 아포짓은 대부분 2017-18부터 2023-24 사이의 일이었습니다. 그 팀들도 지금은 백오더를 씁니다(삼성화재는 2020-21 시즌부터, 도로공사는 2024-25 시즌부터).
배구의 글로벌 스탠다드는 백오더에서 OH 두 명과 리베로가 리시브를 받는 3인 리시브입니다. 기본편에서 그린 여섯 로테이션이 바로 이 배치입니다. 1편에서 소개한 일본 블로그 Stay Foolish도 2013년 글에서 정상급 무대에서는 거의 모든 팀이 백오더를 쓰고 프론트오더는 대부분 특별한 경우에만 쓴다고 적었습니다1. V리그도 다르지 않습니다. 2025-26 시즌 14팀 가운데 11팀은 거의 모든 세트를 백오더로 시작했고 대각에 선 선수의 리시브 점유율이 시즌 전체 3.3%를 넘지 않았습니다. 이 배치에서 벗어난 팀은 세 팀뿐이었습니다. 한국전력은 프론트오더를 썼고 현대캐피탈은 대각 신호진에게, IBK기업은행은 대각 킨켈라(부상 뒤 황민경)에게 리시브를 맡겼습니다.
2026-27 시즌에는 경기가 끝날 때마다 그날 처음 등장한 프론트오더나 리시빙 아포짓을 결과 카드에 짧게 적어 두려고 합니다. 표준에서 벗어난 배치가 보이면 그 팀의 선수 구성을 함께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세터 다음에 누가 서브하는지 한 번씩 확인하면 경기가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리즈의 도식은 직접 제작한 것입니다. 문의와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