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내: 로테이션의 이해 심화편 1편입니다. 기본편 5편에서 이어지며, 세 편에 걸쳐 백오더와 프론트오더, 그리고 리시빙 아포짓을 다룹니다.
기본편 5편 끝에서 예고했던 백오더와 프론트오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기본편에서 그린 여섯 로테이션은 모두 한 가지 서브 순서, 세터 바로 다음에 아웃사이드히터(OH)가 서브하는 순서를 따랐습니다. 이 순서를 백오더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프로배구팀이 백오더를 씁니다. 하지만 세터 다음에 미들블로커(MB)를 세우는 프론트오더에도 무언가 장점이 있기에 그 이름이 따로 존재하겠지요. 이번 편에서는 두 오더가 코트 위에서 무엇을 바꾸는지, 그리고 V리그의 어느 팀이 왜 프론트오더를 써 왔는지 정리했습니다.
세터 다음 서버로 가르는 두 오더
기본편 1편에서 로테이션 규칙은 서 있는 자리가 아니라 이웃한 선수와의 순서를 체크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감독이 세트마다 제출하는 오더(라인업)가 바로 이 서브 순서를 정합니다. 세터를 기준으로, 세터 바로 다음에 서브하는 선수가 OH면 백오더(back order), MB면 프론트오더(front order)입니다. 서브 순서로 적으면 백오더는 S → OH → MB → OP → OH → MB입니다. 프론트오더는 S → MB → OH → OP → MB → OH입니다.
실제 경기로 보면 이렇습니다. 2016년 12월 22일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삼성화재는 OH 타이스 → 세터 유광우 → MB 김규민 순서로, 한국전력은 MB 윤봉우 → 세터 강민웅 → OH 전광인 순서로 서브를 넣었습니다1. 세터 바로 다음에 MB(김규민)가 서브한 삼성화재가 프론트오더, OH(전광인)가 서브한 한국전력이 백오더입니다.
국내에서는 이름을 OH의 서브 순서로 설명합니다. OH가 세터의 뒤(back)에 서브하면 백오더, 앞(front)에 서브하면 프론트오더입니다(용어가 처음 생긴 일본에서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조금 다르게 설명하는데, 아래 [참고]에 적었습니다). 두 오더 모두 세터와 아포짓스파이커(OP), 두 OH, 두 MB가 각각 대각으로 짝을 이룬다는 점은 같습니다. OH와 MB가 선 자리만 다릅니다.
세터가 1번 자리에 있을 때를 기준으로 그렸습니다. 백오더에서는 세터 다음 서버인 2번 자리에 OH가, 프론트오더에서는 MB가 섭니다. OH와 MB가 한 칸씩 자리를 바꾸었을 뿐이지만 로테이션을 돌려 보면 여섯 로테이션 모두에서 전위 세 명의 좌우 배치가 달라집니다.
[참고] 백오더·프론트오더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일본의 배구 블로그 Stay Foolish2에 따르면 지도자용 잡지 『Coaching & Playing Volleyball』에 처음 등장한 말이고 해외에는 두 오더를 구분하는 짧은 용어가 따로 없다고 합니다("세터가 사이드 바로 앞에 있는 오더"처럼 풀어서 말하는 표현이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같은 글은 이름이 붙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세터가 2번 자리에 있을 때 전위(front)가 왼쪽부터 OH, MB, 세터로 포지션 순서대로 서는 오더가 프론트오더이고, 세터가 1번 자리에 있을 때 후위(back)가 왼쪽부터 OH, MB, 세터로 포지션 순서대로 서는 오더가 백오더라는 것입니다.
프론트오더의 리시브 라인
프론트오더의 장점은 리시브 라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기본편 3편에서 본 것처럼 리시브는 전위 OH, 후위 OH, 리베로 세 명이 받습니다. 여섯 로테이션의 리시브 라인을 두 오더로 나란히 놓고 함께 봅시다.
리베로가 리시브 라인 가운데에 서는 로테이션이 백오더는 세 번(세터 1·6·3번 자리), 프론트오더는 네 번(세터 6·5·4·2번 자리)입니다. 리시브 라인 가운데는 좌우 양쪽을 모두 챙겨야 하는 자리라 가운데에 선 리시버가 받는 공이 많아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프론트오더에서는 수비 전문 선수인 리베로를 그 자리에 더 자주 세울 수 있습니다. 실제 기록도 그렇게 나타납니다.
2018-19 시즌부터 2025-26 시즌까지 여자부에서 OP가 리시브를 거의 받지 않은 세트만 모아, 리베로가 받은 리시브의 비율(리시브 점유율)을 오더별로 계산했습니다. 전체로는 백오더 24.5%, 프론트오더 29.7%입니다. 로테이션별로 보면 리베로가 30% 넘게 받는 로테이션이 백오더는 둘(세터 6·3번 자리), 프론트오더는 넷(세터 6·5·4·2번 자리)입니다. 같은 팀이 같은 시즌에 두 오더를 모두 쓴 경우(흥국생명 세 시즌, 정관장·현대건설·IBK기업은행 각 한 시즌)만 따로 봐도 여섯 번 모두 프론트오더 쪽이 높았습니다(V리그 정규리그 문자중계를 바탕으로 제가 직접 계산한 비공식 통계라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독들의 말도 같습니다. 황규인 기자가 2016년 12월 동아일보에 쓴 기사1에서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삼성화재가 프론트오더를 쓰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삼성화재는 OP를 국내 선수(당시 박철우)가, OH를 외국인 선수(당시 타이스, 그 전에는 레오)가 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시 남자부 외국인 선수 가운데 리시브를 받는 OH로 뛴 선수는 타이스와 현대캐피탈 톤 둘뿐이었는데, 타이스는 삼성화재 공격의 51.0%를 맡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공격을 많이 하는 외국인 OH의 리시브 부담을 덜어 주려면 리베로가 코트 가운데서 수비를 이끄는 로테이션을 늘려야 했고, 그래서 프론트오더를 썼다는 것입니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더 간단하게 말했습니다. 2018-19 시즌을 앞두고 스포츠동아 김종건 기자와 나눈 인터뷰4에서 이 감독은 백오더는 양쪽 사이드의 공격을, 프론트오더는 서브 리시브를 강화한다고 두 오더를 비교했고, 프론트오더로 바꾸면 리베로가 가운데서 리시브를 더 많이 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리베로 김연견이 성장했기에 가능한 선택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실제로 그 시즌 현대건설은 백오더로 시작한 세트가 훨씬 많았습니다(백오더 101세트, 프론트오더 7세트).
OP가 왼쪽에서 출발하는 로테이션
이번에는 전위를 보겠습니다. OP가 전위에 서는 것은 세터가 후위에 있는 세 로테이션(세터 1·6·5번 자리)입니다. 이 세 로테이션의 전위 세 명을 왼쪽부터 늘어놓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본편 5편의 세터 1번 자리를 떠올려 보시면 백오더에서도 OP의 정위치가 전위 왼쪽(4번 자리)이라 OP의 공격 방향을 어디로 정할지가 팀의 고민이었습니다. 오른쪽에서 때리려면 OP가 코트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나가야 하고 그 사이 오른쪽(2번 자리)의 OH는 왼쪽으로 건너가야 합니다. 프론트오더에서는 이런 로테이션이 세터 1번 자리와 6번 자리, 두 번입니다. 세터 6번 자리에서도 OP(3번 자리)가 OH(2번 자리)보다 왼쪽에 서기 때문입니다. OP가 전위에 서는 세 번 가운데 두 번을 반대쪽에서 출발하는 셈이니 그만큼 OP의 공격 준비 동선이 길어집니다.
하지만 왼쪽 공격이 편한 선수를 OP 자리에, 오른쪽 공격이 편한 선수를 OH 자리에 세운다면 프론트오더의 이 두 로테이션은 오히려 자리를 바꿀 필요가 없는 로테이션이 됩니다. 일본의 배구 전술 블로그 suis annex weBLOG를 쓰는 T.w는 2006년 글3에서 이 약점을 거꾸로 이용한 예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최종예선의 일본 여자대표팀을 들었습니다. 왼쪽 공격이 특기인 선수를 OP 자리에, 오른쪽 공격이 특기인 선수를 OH 자리에 두고 프론트오더를 썼다고 합니다. 이 배치는 2편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프론트오더의 약점
OP의 공격 동선 말고도 약점이 더 있습니다. 임도헌 감독은 같은 기사에서 프론트오더를 쓰려면 리베로만큼 수비가 좋은 OH가 한 명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인 OH의 리시브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국내 OH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삼성화재에서 프론트오더가 "전통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는 것도 신진식, 석진욱처럼 수비가 좋은 OH가 있었던 덕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리베로가 후위 가운데를 맡는 만큼 후위 OH는 리베로 오른쪽에서 리시브를 받게 되고, 그 자리에서 중앙 후위공격을 하러 들어가는 동선이 꼬이기 쉽습니다. 세터 5번 자리처럼 세터가 리시브 라인 뒤, 코트에서 가장 먼 곳에서 달려 나와야 하는 로테이션도 생깁니다.
앞의 [참고]에서 소개한 Stay Foolish도 2013년 글에서 이 세터 5번 자리를 프론트오더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았습니다. 세터가 코트 뒤쪽에서 나와야 해서 네트 앞 세팅 자리까지 들어가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프론트오더를 잘 연구해서 쓰는 팀은 이 로테이션에서 리시버 한 명을 리시브에서 빼고 세터와 함께 앞으로 올려 둔다고 합니다. 같은 글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프론트오더를 쓰던 한국 남자대표팀 세터가 이 자리에서 상대가 서브를 넣기도 전에 조금 일찍 앞으로 나가곤 했는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유난히 엄격한 부심을 만나 이 로테이션에서 포지셔널 폴트를 3~4번 연달아 지적받았다고 합니다.
프론트오더는 공격의 편의를 조금 내주고 리시브를 리베로에게 더 맡기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프론트오더를 쓴 팀들
그렇다면 V리그에서는 어느 팀이 프론트오더를 썼을까요? V리그 정규리그 문자중계로 세트마다 시작 오더를 구분해 팀별로 모아 보았습니다. 2017-18 이전 시즌은 선수 위치 기록이 덜 정확해 이 시리즈에서 로테이션별 수치를 싣지 않지만, 오더는 누가 누구 다음에 서브했는지만 보면 되기 때문에 그 시절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누가 리시브를 받았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칸이 한 팀의 한 시즌이고, 색이 진할수록 프론트오더로 시작한 세트가 많습니다. 남자부는 몇몇 팀이 시기를 달리해 썼고, 여자부는 원년부터 몇 시즌 동안 거의 모든 팀이 썼습니다. 그리고 2024-25 시즌에는 여자부 칸이 모두 회색입니다(그 시즌 여자부 세트의 99.8%가 백오더였습니다).
남자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팀은 삼성화재입니다. 원년(2005)부터 2018-19까지 거의 모든 세트를 프론트오더로 시작했고(2010-11만 85%), 남자부에서 프론트오더로 시작한 세트의 41.6%가 삼성화재의 세트였습니다. 임도헌 감독의 말처럼 삼성화재에서는 프론트오더가 전통이었던 셈입니다.
박철우가 대각을 맡은 시즌들에는 이 전통이 임 감독이 설명한 목적 그대로 쓰였습니다. 외국인 주공격수(가빈·레오·타이스)가 OH 자리에 섰고, 리시브는 수비가 좋은 OH와 리베로가 받았습니다. 2011-12 시즌 삼성화재의 프론트오더 세트에서 가빈은 팀 리시브의 3.7%만 받았고, 석진욱이 56.3%, 리베로가 28.9%를 받았습니다. 삼성화재는 박철우가 한국전력으로 옮긴 2020-21 시즌부터 프론트오더를 쓰지 않았습니다.
남자부의 다른 팀들
삼성화재 말고 다른 팀들은 몇 시즌씩 프론트오더를 썼습니다. 대한항공(2010-11~2014-15)과 OK저축은행(창단한 2013-14부터 2015-16까지)은 그 시즌들의 거의 모든 세트를, 한국전력은 2013-14부터 2015-16까지 대부분의 세트를 프론트오더로 시작했습니다.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의 전신도 2012-13 시즌에 프론트오더를 썼습니다. 그래서 2012-13부터 2014-15까지는 남자부 세트의 65~69%가 프론트오더였습니다. 다만 이 팀들은 대부분 외국인 선수가 OP로 뛰었기 때문에(대한항공 마틴·산체스, 한국전력 밀로스·쥬리치) 삼성화재와 같은 이유(외국인 OH의 리시브 부담)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Stay Foolish의 2013년 글은 그해 월드리그 일본과 한국의 첫 경기(한국이 3:1로 이겼습니다)를 예로 삼아 두 오더의 리시브 대형을 비교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일본은 백오더, 한국은 프론트오더였습니다. 세터 1번 자리에서는 왼손잡이 박철우가 오른쪽으로 옮겨 가는 바람에 오른쪽에서 리시브한 OH(문성민)가 왼쪽까지 가기가 매우 힘들어 보였고, 그래서 절반 정도는 가운데에서 시간차를 때렸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국내리그에서도 프론트오더를 쓰는 팀이 많다며(모든 팀인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이유를 오른쪽에서 출발하는 시간차 공격을 많이 하고 싶어서일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여러 팀이 함께 프론트오더를 쓰던 바로 그 시기에 쓴 글입니다. 지금 남자부에서 프론트오더를 쓰는 팀은 사실상 한국전력 하나입니다(2024-25 60%, 2025-26 76%).
여자부의 프론트오더
여자부는 남자부와 달랐습니다. 원년(2005)에는 모든 팀이 프론트오더였고, 2005-06부터 2008-09까지도 흥국생명을 뺀 모든 팀이 프론트오더를 썼습니다. 이 시기에는 백오더를 쓴 흥국생명이 오히려 변칙이었던 셈입니다. 2009-10부터는 팀마다 갈렸습니다. 정관장은 2012-13까지, IBK기업은행은 창단한 2011-12부터 2014-15까지 프론트오더를 썼고, 2017-18 이후로는 한국도로공사·GS칼텍스·흥국생명이 시즌에 따라 프론트오더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2024-25 시즌에는 모든 팀이 백오더로 돌아섰습니다.
여자부가 오래 프론트오더를 쓴 이유를 기록만으로 확정할 수는 없지만, 앞에서 본 장점과 약점으로 짐작해 볼 수는 있습니다. 프론트오더를 쓰면 리베로에게 리시브를 더 맡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배구에서는 프론트오더의 약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후위 OH의 중앙 후위공격은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면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운 공격이었고, 오른쪽 공격은 MB의 이동공격으로 살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리시브 부담을 덜어 주는 또 다른 방법
지금까지 본 것처럼 팀들이 프론트오더를 쓴 이유는 대부분 리시브와 이어져 있었습니다. 여자부 팀들은 리베로에게 리시브를 더 맡겼고, 삼성화재는 외국인 주공격수의 리시브 부담을 덜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리시브 부담을 덜어 주는 방법이 오더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OP가 리시브를 받고 그 대신 OH 한 명을 리시브에서 빼 주는 리시빙 아포짓(예전에는 리시빙 라이트라고 불렀습니다)도 있습니다. 기본편 3편은 "아예 아포짓에게 리시브를 면제시키고 공격에 집중하게 하자"는 결론으로 끝났는데 그 결론을 거꾸로 돌린 선택이지요.
다음 편에서는 이 리시빙 아포짓을 알아보고, 프론트오더와는 어떤 관계였는지도 V리그 기록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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