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내: 배구 로테이션 시리즈의 3편입니다. 2편 "최선의 공격 조합"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편의 마지막 질문을 다시 꺼냅니다. 4인 공격을 준비한 팀에게 서브를 넣는 상대팀은, 어떤 선수에게 서브를 넣고 싶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우리 팀이 누구에게 리시브를 맡길 것인가부터 정해야 합니다.
퍼스트 터치인 리시브가 안되면 세트도 없고, 공격도 없습니다. 배구 감독들이 리시브의 중요성을 입에 달고 사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팀 코트에 서 있는 여섯 명 중 누가 리시브를 받아야 할까요? 한 명씩 지워가며 답을 찾아봅시다.
대전제: 리시브는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시작 전에 꼭 기억할 것 하나. 규칙상 리시브는 전위든 후위든 누구나 받을 수 있습니다. 전위 선수가 후위 공간까지 내려와 받고 다시 공격하러 나가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소거법 1 : 세터
배구는 한 명의 선수가 연속으로 두 번 공을 터치할 수 없습니다(블로킹 직후는 예외). 그래서 세터가 리시브를 받으면 두 번째 터치인 세트를 할 수 없게 됩니다. 팀의 공격 설계자를 퍼스트 터치에 쓸 수는 없으니 세터는 리시브에서 면제합니다.
소거법 2 : 미들블로커
전위 미들블로커는 보통 민첩성이 떨어지는 장신 선수이고, 서브 리시브보다 속공 준비가 본업입니다. 눈앞에 뚝 떨어지는 플로트 서브를 어쩔 수 없이 걷어 올리는 장면이 가끔 나오긴 하지만 이는 예외 상황입니다. 후위 미들블로커는 1편에서 본 대로 애초에 리베로와 교대되어 코트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미들블로커도 리시브에서 면제합니다.
소거법 3 : 그리고 오른쪽 공격수(=아포짓)
이제 네 명이 남았습니다. 전위 OH, 후위 OH, 리베로, 그리고 아포짓. 만약 이 4인으로 리시브 라인을 세운다면, 상대 서버는 누구를 노릴까요?
무조건 오른쪽 공격수입니다. 이유를 따져봅시다.
까다로운 서브를 받다 보면 자세가 무너집니다. 리시브를 받은 선수는 "받고 일어나 도움닫기까지" 해내야 공격에 참여할 수 있는데, 까다로운 서브 앞에서는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상대 팀 서버는 모든 리시버가 동일한 리시브 실력을 갖추었다고 가정했을 때, 리시브라인의 선수 중 공격 옵션을 지우고 싶은 상대 공격수에게 목적타 서브를 넣을 것입니다.
리베로는 공격이 불가능한 선수이고, 후위OH는 후위공격이라는 난이도 높은 공격을 시도하니 공격 옵션을 지울 선수 타겟의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그러면 이제 남은 선수는 왼쪽 공격수(일반적으로 OH)와 오른쪽 공격수(일반적으로 OP) 입니다. 누구룰 타겟으로 삼아야 할까요?
리시브를 받는 팀 입장에서, 세터가 중앙 오른쪽에 서서 세트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봅시다. 왼쪽, 중앙, 오른쪽, 이 3가지 공격방향 중 세팅의 순방향은 왼쪽과 중앙, 세팅의 역방향은 오른쪽입니다. 왼쪽 공격 옵션을 지우더라도 세터의 세팅은 순방향과 역방향의 2가지 옵션이 살아남지만, 오른쪽 공격 옵션을 지우면 세터의 세팅은 순방향 밖에 남지 않습니다. 블로커 입장에서는 상대 세터의 공이 세팅되는 것을 눈으로 쫒아가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그래서 서브를 넣는 팀이 지워야 하는 상대방의 공격 옵션은 오른쪽이고, 오른쪽 공격을 전담하는 아포짓을 노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서브를 받는, 즉 리시브를 하는 팀 입장에서 결론은 자명합니다. 아예 아포짓에게 리시브를 면제시키고 공격에 집중하게 하자.
3인 리시브 라인의 완성
이렇게 세 번의 소거를 거치면 남은 선수는 세 명입니다 : 전위 OH, 후위 OH, 리베로. 현대 배구의 기본 전술인 3인 리시브 라인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이 구성이 아름다운 것은 어떤 로테이션에서도 성립한다는 점입니다. 리베로는 언제나 후위에 있고(후위 MB와 교대하므로), 두 OH는 대각에 서 있으니 언제나 전위에 한 명, 후위에 한 명이 존재합니다. 1편의 대각 원리가 여기서 다시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다음 편 예고
리시브 라인에 설 세 명이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남아 있습니다. 1편에서 본 대로, 서브 직전까지 여섯 명은 로테이션의 순서를 지키고 서 있어야 합니다.
로테이션은 여섯 가지인데 리시브 라인은 늘 같은 3인 -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서브 직전까지 로테이션상 선수 위치를 어기지 않으면서 3인 리시브 라인을 만들고, 상대 서브가 들어오는 순간 공격 대형으로 헤쳐 모이는 이 모든 일이 불과 3~4초 안에 일어납니다. 알고 보면 아름답기까지 한 이 움직임을, 다음 편부터 하나 하나 뜯어보겠습니다.
이 시리즈의 도식은 직접 제작한 것입니다. 문의와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