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내: 배구 로테이션 시리즈의 4편입니다. 3편 "리시브 라인"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편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봅시다. 서브 직전까지 로테이션의 순서를 어기지 않으면서 3인 리시브 라인을 만들고, 상대 서브가 들어오는 순간 공격 대형으로 헤쳐 모이는 이 모든 일이 3~4초 안에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이번 편과 다음 편에서는 그 3~4초를 6가지 로테이션 하나하나 슬로모션으로 상세 분석해 보겠습니다. 먼저 세터가 전위인 세 자리, 4·3·2번부터. 이해의 난이도가 낮은 쪽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포지셔널 폴트 : 판정 기준은 딱 두 가지
상세 분석에 들어가기 앞서, 1편에서 "이웃한 선수와의 순서"라고만 말해 둔 규칙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상대 서브가 때려지는 순간, 심판이 확인하는 리시브 받는 코트의 선수 위치 관계는 딱 두 종류입니다.
기준 1 : 같은 열끼리는 좌우 순서. 전위 세 명은 4번(왼쪽)·3번(가운데)·2번(오른쪽)의 좌우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후위 세 명도 5번·6번·1번 순서로 마찬가지입니다.
기준 2 : 같은 세로줄 짝끼리는 앞뒤 순서. 코트를 세로로 나눈 세 줄에서, 앞뒤로 짝지어진 두 선수(4↔5, 3↔6, 2↔1)는 전위가 후위보다 네트에 가까워야 합니다.
전위 좌우 두 관계, 후위 좌우 두 관계, 세로줄 앞뒤 세 관계, 합쳐서 일곱 개의 관계가 전부입니다. 이 일곱가지를 지키면 어디에 서 있어도 되고, 목록에 없는 조합끼리는 서로 아무 제약이 없습니다. 어기면 포지셔널 폴트, 즉시 실점입니다.
[참고] 판정은 발의 위치로 합니다. 발의 일부만 조건을 만족해도 정위치로 인정되기 때문에, 실제 장면에서는 발끝 하나 차이로 바짝 겹쳐 설 수 있습니다. 서브 직전의 그 독특한 대형이 전부 합법인 이유입니다.
리시브 라인을 세우는 일반적인 방식 한 가지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3편에서 정한 리시브 라인 3인(전위 OH, 후위 OH, 리베로) 중 전위 OH는 (일반적으로) 리시브 라인의 맨 왼쪽에 섭니다. 리시브를 받자마자 일어나 전위 왼쪽 공격 도움닫기로 이어지는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머지 후위 OH와 리베로는 로테이션상 좌우 순서대로 섭니다. 같은 후위라 순서가 바뀌면 기준 1에 걸려 포지셔널 폴트가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위에서 일반적으로 라고 적은 까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OH간의 리시브 커버리지를 의도적으로 변경하거나, 공격방향에 대한 전술적 결정 등의 이유로 전위 OH가 중앙에서 리시브를 받고 왼쪽으로 크게 돌아나가는 경우도 아예 없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타이밍. 판정 시점은 서브가 때려지는 순간이지만, 선수들은 관행적으로 서브 토스가 올라가는 순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세터 4,3,2번의 세 자리를 알아봅시다.
세터 4번 자리 : 세터가 바쁜 자리
세터의 로테이션 위치가 전위 왼쪽 끝입니다. 2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세터는 네트 중앙 오른쪽에서 세트를 해야 하지만 정위치가 반대편이니 서브 직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왼쪽에 있어야 합니다.
리시브 대형부터 만듭니다. 전위 OH(여기서는 OH²)를 대각선 뒤로 내려 라인 왼쪽에 세우면, 라인은 왼쪽부터 OH²·OH¹·리베로. 이때 포지셔널 폴트 여부를 판정하는 두 개의 기준이 어떻게 지켜지는지 확인해 봅시다. 전위의 좌우 순서 S·MB²·OH²는 그대로 유지되어 있고(기준 1), OH²가 저렇게 깊이 내려올 수 있는 것은 앞뒤 짝인 OP(1번 자리)보다 앞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기준 2). OP는 오른쪽 뒤 구석으로 물러나 자신의 후위공격 도움닫기 공간을 미리 잡아 둡니다.
상대 팀 서브 토스가 올라가면 세터는 코트 왼쪽 끝에서 네트를 따라 중앙 오른쪽의 세트 위치까지 길게 움직이고, 그 사이에 MB²는 중앙으로, OP는 도움닫기 위치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리시브한 공이 세터에게 올라가면 2편에서 본 세터 전위시의 4인 공격 옵션이 그대로 완성됩니다. 왼쪽 OH², 중앙 속공 MB², 중앙 후위공격 OH¹, 오른쪽 뒤 OP.
위의 세 장면을 이어 붙이면 이렇습니다. 서브 직전부터 공격 전개까지의 흐름이 잘 보입니다.

세터 3번 자리 : 모두가 편안한 자리
이번엔 세터의 정위치가 전위 가운데, 세트 위치 바로 옆입니다. 세터로서는 편안한 출발점 중 하나입니다.
리시브 대형도 가장 간단합니다. 전위 OH(OH¹)가 왼쪽으로 내려오면 사실상 끝. 리베로가 라인의 중앙을 맡게 되어 좌우 커버리지를 넓게 가져갈 수 있다는 보너스도 있습니다. OP는 오른쪽의 OH² 바로 뒤에 바짝 붙어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서브가 날아오는 동안의 움직임도 별로 없습니다. 세터는 거의 제자리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되고, MB²는 세터 바로 뒤 오른쪽에서 돌아 나와 속공을 준비하고, OP는 오른쪽으로 돌아나갑니다.
이렇게 세터 전위시의 4인 공격 옵션이 완성됩니다. 전체를 이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세터 2번 자리 : 세터만 편안한 자리
세터의 정위치가 전위 오른쪽, 이상적인 세트 위치 그 자체입니다. 세터는 한 발짝도 움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이번엔 미들블로커와 아포짓스파이커의 동선이 제법 길어집니다.
전위 OH(OH¹)가 후위 OH²의 왼쪽까지 내려와 라인 왼쪽에 서고, MB¹는 리시브라인 맨 왼쪽인 전위 OH보다 조금 더 왼쪽에 서야 하기에 거의 코트 끝에 붙어 서게 됩니다. OP는 리시브라인 중앙의 리베로보다 조금 더 왼쪽에 서서, 오른쪽으로 이동할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서브가 날아오는 동안 MB¹은 왼쪽 끝에서 중앙으로 잘라 들어와 속공을 준비하고, OP는 후위 중앙 뒤에서 리베로 뒤를 돌아 오른쪽 끝까지 나갑니다. 두 선수 모두 세 자리 중 가장 긴 우회 동선이 만들어집니다.
그 결과 동일한 세터 전위시의 4인 공격옵션이 만들어집니다. 전체를 이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모두 4인 공격옵션을 만들기 위한 것
세터 4번·3번·2번, 랠리 시작때의 위치는 로테이션에 따라 모두 달랐지만 세터 전위의 4인 공격옵션을 만드는 움직임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동선의 난이도가 자리마다 다르다는 것. 이것이 나중에 팀의 로테이션별 성적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다음 편 예고
이제 어려운 쪽이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알아보았던 세터 4번·3번·2번 자리에서는 세터가 전위에 있었기 때문에, 세터 4번자리에서 코트 앞을 가로지르는 것 외에는 세터의 움직임이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터가 후위인 1·6·5번 로테이션에서는 세터가 자신의 짝인 전위 선수보다 뒤에 서 있다가 세팅 자리로 나와야 합니다. 세터 후위에서의 움직임은 어떠할지, 다음 편에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 시리즈의 도식은 직접 제작한 것입니다. 문의와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