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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배구 경기의 승리확률 그래프

2026-09-25 · kvolley

배구 경기의 흐름을 그림으로 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세트별 점수차 그래프입니다. 세트가 진행되는 동안 두 팀의 점수 차이가 어떻게 벌어지고 좁혀졌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죠.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 그래프조차 보기 어렵습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의 인스타그램에 간혹 올라오는 것이 거의 전부였으니까요. 그리고 이 그래프에도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세트가 바뀌면 0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1세트를 25:22로 이긴 팀과 4세트를 24:26으로 내준 팀이 같은 팀인데, 그래프에서 두 세트는 서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야구 중계나 통계 사이트에는 승리확률(Win Probability) 그래프가 있습니다.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한 팀이 이길 확률을 한 줄로 이어 그린 것인데, 이닝이 바뀌어도 선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아래는 2011년 월드시리즈 6차전의 승리확률 그래프입니다. 홈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9회말 2사에서 2점을 뒤지다 따라잡고, 10회말에 다시 2점을 따라잡은 뒤 11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이긴 경기죠. 9회말 1사 주자 없이 2점을 뒤졌을 때 카디널스의 승리확률은 4%까지 감소했습니다.

2011년 월드시리즈 6차전 승리확률 추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10:9 텍사스 레인저스 · 카디널스 기준 · 연장 11회1234567891011이닝0%25%50%75%100%최저 4% (9회말 1사 주자 없음, 2점 뒤짐)경기 시작플레이 순서 → (상태가 바뀐 플레이 109개)9회말과 10회말 두 번 2점을 따라잡고 11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끝났다kvolley.com

배구 경기에도 같은 그래프를 그릴 수 있을까요? 궁금해서 직접 그려 봤습니다. 그 그래프를 소개합니다.

승리확률을 계산하는 방법

배구 경기 도중 어느 한 순간을 잘라서 보면 그 순간의 상황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1) 세트스코어 (2) 지금 세트의 점수 (3) 서브권이 어느 팀에 있는가. 승리확률은 이 세 가지가 정해진 상태에서 그 팀이 경기를 이길 확률입니다.

계산에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입니다. 서브를 넣는 팀이 그 랠리에서 득점할 확률(브레이크포인트 성공률)인데, 2025-26시즌 정규리그 기록으로 남자부 30.7%, 여자부 39.0%입니다. 배구는 서브를 넣는 팀이 불리한 경기라 이 확률은 5할을 크게 밑돕니다. 이 확률 하나로 지금 세트의 남은 랠리를 하나씩 이어 붙이면 세트를 이길 확률이 나오고, 아직 시작하지 않은 세트는 두 팀이 5할씩 나눠 갖는다고 두면 경기를 이길 확률이 됩니다(듀스는 끝없이 이어질 것 같지만 동점과 한 점 앞선 상태가 서로를 참조하는 식이라 정확히 풀립니다).

두 팀의 전력 차이는 넣지 않았습니다. 야구의 승리확률 그래프도 평균적인 두 팀이 붙는다고 가정하고 그립니다. 그래서 여기서 말하는 승리확률은 "이 상황에서 평균적인 팀이 이길 확률"이고, 강팀이 앞서고 있으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자주 이깁니다(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몇 가지 상황의 승리확률을 세트스코어 기준으로 적어 두면 아래와 같습니다.

세트스코어 경기를 이길 확률
0:0, 첫 서브를 넣는 팀 남자부 49.1% · 여자부 49.5%
1:0으로 앞선 팀 68.8%
2:0으로 앞선 팀 87.5%
2:1로 앞선 팀 75.0%

세트 안으로 들어가면 서브권이 확률을 가릅니다. 세트를 시작할 때 서브를 넣는 팀이 그 세트를 이길 확률은 남자부 47.6%, 여자부 48.7%입니다. 24:24에서 서브를 넣는 팀은 남자부 41.9%, 여자부 45.0%로 더 감소합니다. 서브권이 있다는 것은 지금 랠리에서 불리하다는 뜻이니까요.

실제 승률을 그대로 세는 방법과의 차이

승리확률을 구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황규인 기자는 2019년 챔피언결정전 세 경기의 그래프를 그리면서(프로배구 챔프전 경기 흐름을 그래프로 그리면?) 반대쪽 길을 택했습니다. 2016-17시즌부터 세 시즌의 남자부 정규리그 378경기에서 세트스코어와 점수가 같은 상황을 전부 찾아, 그 상황에 있던 팀이 실제로 몇 번 이겼는지를 그대로 승리확률로 썼습니다. 5세트 6:9로 뒤진 팀이 17번 가운데 4번 이겼으니 23.5%, 이런 식입니다. 실제 기록을 그대로 세는 방법이라 가정이 필요 없는 대신, 표본이 없는 자리에서 막힙니다.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선 팀이 3세트에서 2:9로 뒤진 경우는 세 시즌 동안 한 번도 없어서 그 구간은 77%(두 세트를 먼저 딴 팀이 3세트를 내주고 4세트를 맞이할 때의 승률)로 하나로 맞춰야 했고, 표본이 적은 점수에서는 승리확률이 너무 일찍 0%나 100%가 됐습니다. 5세트 6:10은 세 시즌에 7번 있었는데 뒤집은 팀이 없어 0%였죠. 본인도 가장 쉬운 보완책으로 표본을 늘리는 것을 꼽았습니다.

우리가 사용한 방법은 조금 다릅니다. 상황마다 실제 승률을 세는 대신, 랠리 하나의 결과를 확률로 두고 그 랠리를 세트가 끝날 때까지 이어 붙입니다. 2018-19시즌 남자부에서 서브를 넣는 팀이 그 랠리를 이길 확률은 32.4%였습니다. 5세트 6:9에서 뒤진 팀이 서브를 넣는다면 다음 랠리를 이겨 7:9가 될 확률이 32.4%, 상대가 이겨 6:10이 될 확률이 67.6%입니다. 7:9와 6:10에서도 같은 계산을 하고, 어느 한쪽이 2점 차로 15점을 먼저 낼 때까지 이 계산을 반복하면 6:9에서 세트를 이길 확률이 나옵니다. 다음 랠리의 확률이 지금 점수만 보고 정해지고, 여기까지 어떤 순서로 점수가 났는지는 따지지 않는 계산이라, 이런 방식을 마르코프 체인(Markov chain)이라고 부릅니다. 배구는 랠리마다 어느 한 팀이 반드시 1점을 얻고 점수는 늘 한 칸씩만 움직이니, 이 계산에 잘 맞는 경기입니다. 여기에 남은 세트를 이길 확률을 곱하면 경기 승리확률입니다. 이렇게 하면 한 번도 발생한 적 없는 점수에도 확률이 있고, 0%와 100%는 세트나 경기가 끝나는 순간에만 됩니다. 같은 상황을 이 방법으로 계산하면 5세트 6:9는 서브권에 따라 10.9~15.0%, 6:10은 4.8~7.1%이고, 황 기자가 77%로 맞췄던 3세트 2:9 구간은 76%로 거의 같습니다. 그 대신 "평균적인 두 팀"이라는 가정이 들어가고, 이 가정이 어디서 어긋나는지는 실제 결과와 비교해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표본이 없는 자리를 가정으로 메우느냐 비워 두느냐의 차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참고] 마르코프 체인은 20세기 초 러시아 수학자 안드레이 마르코프의 이름에서 온 말로, 지금 상태만 알면 다음 상태로 갈 확률이 정해지는 과정을 가리킵니다. 배구 한 세트에서 상태는 지금 점수와 서브권입니다. 서브를 넣는 팀이 랠리를 이기면 1점을 얻고 서브권을 그대로 갖습니다. 지면 상대가 1점과 서브권을 함께 가져갑니다. 그래서 어느 점수에서든 다음 상태는 두 가지뿐이고, 각각으로 갈 확률은 서브 득점률과 그 나머지입니다. 계산은 세트가 끝나는 쪽에서부터 거꾸로 합니다. 세트가 끝난 상태의 세트 승리확률은 1(이김)이나 0(짐)입니다. 그 바로 앞 상태의 세트 승리확률은 다음 두 상태의 세트 승리확률에 각각으로 갈 확률을 곱해 더한 것입니다. 이렇게 한 칸씩 0:0까지 채워 나가면 모든 점수의 세트 승리확률이 나옵니다. 듀스에서는 동점과 한 점 앞선 상태가 서로를 참조해 끝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동점 두 가지(어느 팀이 서브를 넣는지)와 한 점 앞선 두 가지, 네 상태의 식을 같이 풀면 동점에서 서브를 넣는 팀의 세트 승리확률은 1 ÷ (3 - 2 × 서브 득점률)이 됩니다. 2025-26시즌 남자부 30.7%를 넣으면 41.9%, 여자부 39.0%를 넣으면 45.0%입니다. 앞에서 본 24:24의 확률은 이렇게 계산했습니다. 이 계산에는 연속 득점의 흐름 같은 것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다음 랠리의 확률이 지금 점수와 서브권만으로 정해진다고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위키백과의 마르코프 연쇄 문서에 있습니다. 배구 한 세트에 같은 계산을 적용한 예로는 드와이트 윈(Dwight Wynne)이 2021년 채드 고든(Chad Gordon)의 블로그 volleydork에 기고한 「Match Win Probabilities」가 있습니다(영어, 두 팀의 사이드아웃률을 다르게 두고 듀스를 흐름도로 푼 뒤 24:24부터 거꾸로 채워 나갑니다).

한 점이 승리확률을 바꾸는 크기

세트별 점수차 그래프에서는 모든 점수가 같은 한 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승리확률에서는 어떨까요? 같은 한 점이라도 크기가 전혀 다릅니다.

한 점이 승리확률을 바꾸는 크기서브권을 가진 팀 기준 · 득점하면 얼마나 증가하고 실점하면 얼마나 감소하는가1세트 5:3+3.1-1.4+2.7-1.7남여1세트 20:20+7.4-3.3+6.3-4.0남여1세트 24:24+10.9-4.8+10.3-6.6남여세트 2:0 뒤 3세트 10:10+2.8-1.2+2.3-1.5남여5세트 10:10+19.7-8.7+16.8-10.7남여5세트 14:14+29.0-12.9+27.5-17.6남여실점하면 (%p)득점하면 (%p)같은 한 점인데 1세트 초반은 3%p, 5세트 14:14는 29%p서브권을 가진 팀은 실점보다 득점 쪽 변화가 더 크다kvolley.com

1세트 5:3에서 서브를 넣는 팀이 한 점을 얻으면 승리확률은 3.1%p 증가하고, 내주면 1.4%p 감소합니다(남자부 기준). 5세트 14:14에서는 같은 한 점이 29.0%p를 증가시키고 12.9%p를 감소시킵니다.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선 팀의 3세트 10:10은 승리확률이 이미 87%에 가까워서 한 점이 2.8%p밖에 안 됩니다. 이기고 있는 팀의 3세트 초반이 그래프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이유죠.

득점과 실점의 크기가 다른 것도 눈에 띕니다. 왜 그럴까요? 서브를 넣는 팀이 그 점을 얻으면 상대의 리시브가 흔들렸거나 상대의 첫 공격을 막아낸 것이고, 서브권을 계속 가지니 다음 랠리도 같은 조건에서 시작합니다. 반대로 서브를 넣는 팀이 점을 내주는 것은 배구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사이드아웃이라, 확률에 이미 대부분 들어가 있습니다. 여자부는 서브를 넣는 팀의 득점률이 남자부보다 높아서 한 점마다 승리확률이 증감하는 폭이 조금 작고 득점과 실점의 차이도 덜 벌어집니다.

2026년 1월 21일,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

이제 실제 경기입니다. 2025-26시즌 남자부에서 승리확률이 가장 많이 증감한 경기는 1월 21일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의 경기였습니다. 세트스코어 3:2로 KB가 이겼고 세트 점수는 25:22, 21:25, 25:23, 24:26, 24:22였습니다(홈이 KB라 그래프도 KB 기준입니다).

KB손해보험 : OK저축은행 승리확률 추이2026년 1월 21일 · KB 기준 · 2025-26 남자부에서 승리확률이 가장 많이 증감한 경기1세트25:222세트21:253세트25:234세트24:265세트24:220%25%50%75%100%최저 29% (5세트 13:14)최고 91% (4세트 9:5)랠리 순서 → (총 237랠리)경기 시작4세트 9:5에서 91%까지 증가했다가 24:26으로 세트를 내주고 50%로5세트에서는 29%까지 다섯 번 감소했다가 24:22로 끝났다kvolley.com

KB 기준으로 그린 선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1세트를 이기고 2세트를 내주면서 50%로 돌아온 선은 3세트를 25:23으로 가져가 75%가 되고, 4세트 9:5에서 91%까지 증가합니다. 세트별 점수차 그래프였다면 4세트는 초반에 4점을 앞서다가 듀스 끝에 2점 차로 진 세트일 뿐입니다. 하지만 승리확률로 보면 91%에서 50%로 감소한 세트고, 그 하락이 세트 막판 몇 개의 랠리에 몰려 있는 것이 보입니다.

5세트는 그래프가 한 점마다 크게 흔들립니다. 한 점마다 승리확률이 29%p씩 증감하는 구간이라, KB가 뒤진 13:14, 14:15, 15:16, 18:19, 19:20에서 다섯 번이나 29%까지 감소했다가 21:20 차영석의 속공으로 71%로 증가했고, 24:22 황택의의 서브 에이스로 100%가 됐습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확률을 가장 크게 바꾼 랠리 다섯 개를 골라 보면 전부 5세트입니다(팀 이름은 득점한 쪽입니다).

상황 랠리 KB의 승리확률
5세트 13:14 디미트로프 백어택 (OK) 58% → 29%
5세트 17:16 OK 범실 42% → 71%
5세트 18:19 박창성 블로킹 (OK) 58% → 29%
5세트 21:20 차영석 속공 (KB) 42% → 71%
5세트 24:22 황택의 서브 에이스 (KB) 71% → 100%

다섯 랠리 모두 29%p입니다. 5세트 듀스 근처의 한 점은 어느 쪽이 얻든 크기가 같고, 1세트 초반 한 점(3.1%p)의 아홉 배가 넘습니다.

2025년 11월 1일,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

여자부에서 같은 기준으로 고르면 11월 1일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경기입니다(시즌 초반의 경기였죠). 세트스코어 2:3으로 도로공사가 이겼고 세트 점수는 22:25, 25:22, 23:25, 25:18, 14:16이었습니다. 총득점은 GS가 109:106으로 앞서고도 진 경기라, 어느 팀이 이겼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경기였습니다.

GS칼텍스 : 한국도로공사 승리확률 추이2025년 11월 1일 · GS 기준 · 2025-26 여자부에서 승리확률이 가장 많이 증감한 경기1세트22:252세트25:223세트23:254세트25:185세트14:160%25%50%75%100%최저 21% (4세트 14:15)최고 70% (5세트 6:4)랠리 순서 → (총 215랠리)경기 시작5세트 14:14에서 45%였던 GS의 승리확률은 두 랠리 뒤 0%가 됐다총득점은 GS가 109:106으로 앞섰다kvolley.com

GS 기준의 선은 앞의 경기와 모양이 다릅니다. 1세트와 2세트 내내 50% 아래에 머물다가 2세트를 가져와 50%로 돌아오고 3세트 중반에 69%까지 증가했다가 세트를 내주면서 25%로 감소합니다. 4세트 14:15의 21%가 경기 최저점인데, 여기서 25:18로 세트를 가져와 다시 50%가 됩니다. 5세트 6:4에서 70%로 경기 최고점을 찍고 14:14에서 45%였던 승리확률은 김세빈의 블로킹 두 개로 두 랠리 만에 0%가 됐습니다.

상황 랠리 GS의 승리확률
5세트 12:11 실바 서브 에이스 (GS) 47% → 66%
5세트 12:13 타나차 오픈 (도로공사) 54% → 32%
5세트 13:14 모마 오픈 (도로공사) 45% → 27%
5세트 14:14 유서연 퀵오픈 (GS) 27% → 45%
5세트 14:16 김세빈 블로킹 (도로공사) 27% → 0%

승리확률이 증감한 거리

두 경기를 "승리확률이 가장 많이 증감한 경기"라고 불렀는데, 그 기준은 간단합니다. 경기 안의 모든 랠리에서 승리확률이 변한 폭을 방향과 상관없이 전부 더한 것입니다. 야구에서 같은 계산을 Excitement Index라고 부르는데, 저는 접전도라고 부르겠습니다. 접전도가 큰 경기가 흔히 접전이라고 부르는 경기입니다. 60%에서 30%로 떨어졌다가 70%로 증가하면 승리확률 자체는 10%p 증가했을 뿐이지만 접전도에는 0.7이 더해집니다.

접전도는 최소 0.5입니다(50%에서 시작해 100%나 0%로 끝나니까요). 2025-26시즌 정규리그에서 3:0으로 끝난 경기는 남자부 2.4, 여자부 2.8 정도였고 5세트까지 간 경기는 남자부 6.6, 여자부 6.2 정도였습니다. 시즌 상위 경기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날짜 경기 세트 접전도
남자부 2026년 1월 21일 KB손해보험 : OK저축은행 3:2 10.98
2026년 2월 21일 KB손해보험 : 우리카드 2:3 9.46
2026년 3월 29일 우리카드 : 현대캐피탈 2:3 8.58
여자부 2025년 11월 1일 GS칼텍스 : 한국도로공사 2:3 9.06
2026년 2월 16일 GS칼텍스 : 현대건설 2:3 9.05
2025년 10월 29일 GS칼텍스 : 흥국생명 3:2 8.59

여자부 상위 세 경기가 전부 GS칼텍스 경기인 것이 눈에 띕니다. 다만 GS 경기가 늘 접전이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기당 평균으로 따지면 2025-26시즌 여자부 1위는 한국도로공사였고 GS는 4위였습니다. 극단적인 경기가 몇 번 있었던 것과 평균이 높은 것은 다른 이야기죠.

역대 1위와 읽을 때 감안할 것

원년부터 셈해 보면 남자부 1위는 2011년 11월 29일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2:3, 11.99), 여자부 1위는 2012년 3월 11일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의 경기(3:2, 12.82)입니다. 공교롭게도 남녀 모두 2011-12시즌입니다(14년 전 경기라 저도 기억은 없습니다만, 기록으로는 그렇습니다).

접전도를 읽을 때 두 가지는 감안하셔야 합니다. (1) 합계라서 긴 경기가 유리합니다. 랠리가 많으면 증감할 기회도 많으니, 순간순간의 긴장감만 보려면 랠리 수로 나눈 평균을 봐야 합니다. (2) 남녀부를 서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여자부는 한 점이 승리확률을 바꾸는 폭이 남자부보다 작아서 같은 접전이라도 접전도가 작게 나옵니다. 남자부 10.98과 여자부 9.06의 차이는 접전의 차이라기보다 서브 득점률의 차이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그래프에서 조심할 점

앞에서 미뤄 둔 전력 차이 이야기를 마저 하겠습니다. 이 승리확률은 두 팀의 전력을 모르는 상태에서 계산한 확률이라, 실제 결과와 비교해 보면 한 방향으로 어긋납니다. 여러 시즌의 랠리를 전부 비교했을 때 모델이 65~70%로 계산한 상황에서 실제로는 8%p쯤 더 자주 이겼고 10~15%로 계산한 상황에서는 4%p쯤 덜 이겼습니다. 앞서고 있는 팀은 대개 강팀이기 때문입니다. 점수 차는 상황이면서 동시에 전력의 신호이기도 한데, 이 모델은 상황으로만 계산합니다. 홈 경기 승률도 남자부 54.0%, 여자부 53.7%로 5할보다 높지만 모델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그래프는 승부를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라 지나간 경기를 되돌아보는 도구입니다(예측에 쓰려면 팀 전력을 따로 넣어야 하는데,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어느 세트의 어느 랠리에서 승부가 갈렸는지, 이긴 팀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진 팀이 얼마나 가까이 갔는지를 한 줄로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세트별 점수차 그래프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한 세트 안에서 점수가 어떻게 벌어지고 좁혀졌는지는 여전히 그쪽이 더 잘 보입니다.

기대득점과 승리확률 기여

이 그래프에서 다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선을 랠리 단위로 쪼개는 것입니다. 위의 표에서 본 것처럼 랠리 하나가 승리확률을 얼마나 증감시켰는지 알 수 있으니, 그 크기를 선수 앞에 적어 두면 선수마다 승리확률을 얼마나 증가시켰는지 셀 수 있습니다. 야구에서 WPA(Win Probability Added)라고 부르는 지표인데, 저는 승리확률 기여라고 부르겠습니다. 배구에서는 리시브와 디그가 점수를 내지 않는다는 문제가 걸리지만 이 문제는 배구의 기대득점 시리즈에서 리시브와 디그를 포함한 모든 플레이에 득점확률을 증감시킨 폭(EP)을 적어서 해결했습니다. 플레이마다 적힌 EP에 그 랠리에 걸린 승리확률의 폭(이겼을 때와 졌을 때의 차이)을 곱하면 그 플레이의 승리확률 기여가 됩니다.

두 지표의 차이는 야구로 보면 쉽습니다. 야구의 기대득점(Run Expectancy)은 아웃카운트와 주자만으로 계산하고 점수와 이닝은 넣지 않습니다. 주자 없을 때 친 솔로 홈런은 1점을 내고도 아웃카운트와 주자가 그대로라 기대득점이 변하지 않으니, 그 플레이의 가치는 언제 치든 정확히 +1점입니다. 앞의 월드시리즈 6차전에는 이런 솔로 홈런이 네 개 있었는데 승리확률로는 크기가 모두 달랐습니다. 8회말 3점 뒤진 상황의 솔로 홈런은 +6%p, 11회말 동점 상황의 끝내기 솔로 홈런은 +33%p였습니다. 같은 1점이 승리확률로는 다섯 배 넘게 차이 납니다.

배구에서는 EP가 야구의 기대득점과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세트스코어와 점수를 계산에 넣지 않으니 랠리 안의 상황이 같다면 1세트 초반의 공격 성공과 5세트 듀스의 공격 성공이 같은 크기로 적힙니다. 승리확률 기여는 야구의 WPA처럼 그 순간의 상황을 반영합니다. 앞의 GS칼텍스 경기에서 실바는 EP 득실 +5.8로 GS 선수 가운데 1위였지만 승리확률 기여는 -27%p였습니다. 1~4세트의 EP +7.2는 승리확률로 +36%p였는데, 5세트의 EP -1.3이 -63%p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지표는 쓰는 곳이 다릅니다. 한 경기에서 누가 승부를 갈랐는지는 승리확률 기여로 보고, 한 시즌 동안 누가 잘했는지는 EP 총계로 봅니다. 접전은 선수가 고를 수 없고 5세트가 많은 팀의 선수는 승리확률 기여가 크게 증감하기 쉬우니까요. 야구에서도 WPA는 그 경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으로 쓰고 선수의 실력을 비교할 때는 상황을 넣지 않은 기대득점을 바탕으로 만든 지표를 쓰는 편입니다. 한 시즌의 EP 총계를 승수로 바꾸는 방법은 기대득점 8편에 적어 두었습니다.

맺으며

2026-27시즌에는 경기가 끝날 때마다 이 그래프를 그려 볼 생각입니다. 이긴 팀에서 승리확률 기여가 가장 큰 선수는 그 경기의 수훈 선수로 함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시즌이 끝났을 때 접전도 1위가 어느 경기일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


수치는 V리그 정규리그 문자중계를 바탕으로 직접 셈한 것입니다. 문자중계 기반의 비공식 통계라 공식기록과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브를 넣는 팀의 랠리 득점률은 시즌마다 따로 계산해 그 시즌 경기에 적용했고, 여자부 초기 시즌의 백어택 2점 규정은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황규인 기자의 수치는 해당 글에서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야구 그래프는 Retrosheet의 2011년 포스트시즌 이벤트 파일을 Greg Stoll의 파서와 상황별 승률표(Apache-2.0)로 계산해 직접 그렸습니다. The information used here was obtained free of charge from and is copyrighted by Retrosheet. Interested parties may contact Retrosheet at www.retroshee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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