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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교실 · 배구 기록의 이해 · 1편

서브 : 멈춰 있던 공이 움직이는 유일한 순간

2026-09-12 · kvolley

시리즈 안내: 배구의 여섯 가지 플레이를 하나씩 알아보는 시리즈의 1편입니다. 네이버 블로그 시절의 "배구 기록" 연재를 새로 고쳐 쓴 글이며, 랠리가 흘러가는 순서대로 서브, 리시브, 세트, 공격, 블로킹, 디그의 6편으로 이어집니다.

시작에 앞서 : 이 글은 배구를 사랑하는 일반 팬이 배구 초심자를 위해 작성한 안내문입니다. 배구 전문가가 읽으실 때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러한 부분을 발견하셨다면 제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글에 나오는 수치는 한국배구연맹(KOVO) 홈페이지의 문자중계를 정리해 만든 비공식 통계이며, 공식 기록과 몇 개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배구는 공이 멈추지 않는 스포츠입니다. 축구나 농구는 한 선수가 공을 잡고 멈추거나 드리블을 할 수 있지만, 배구는 공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각 선수의 움직임이 물 흐르듯 연결되며 공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배구는 템포가 빠르고 보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지만 그만큼 따라가기 어려운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서브는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배구의 플레이 가운데 유일하게, 멈추어 있던 공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플레이입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도 서브에서 시작합니다. 서브가 어떤 플레이이고, KOVO의 공식 기록은 서브의 무엇을 세고 무엇을 세지 않는지, 그리고 문자중계를 들여다보면 무엇을 더 볼 수 있는지를 차례로 알아보겠습니다.

배구 기록의 여섯 단위

그 전에 시리즈 전체의 순서를 한 문단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배구의 랠리는 어느 경기의 어느 랠리를 잘라 보더라도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서브로 시작해서, 상대가 그 공을 리시브하고, 세터가 세트하고, 공격수가 공격하고, 그 공격을 네트 앞에서 블로킹하거나 코트 뒤에서 디그한 뒤, 다시 세트와 공격으로 이어집니다. 공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범실이 나올 때까지 이 순서가 반복됩니다.

KOVO의 공식 기록도 이 여섯 플레이를 단위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플레이마다 시도와 성공과 범실을 세고 그 위에 순위를 매기는 기준은 셋 중 하나입니다. 공격은 성공률, 서브·블로킹·디그·세트는 세트당 평균, 리시브는 효율. 이 시리즈는 매 편마다 이 공식 기록에서 출발해 공식 기록이 세지 않는 것을 문자중계에서 찾아보는 순서로 진행하려 합니다. (문자중계에는 공식 기록에 없는 것이 훨씬 많이 남아 있습니다. 서브 편이 그 첫 사례입니다)

서브의 종류 : 스파이크서브와 플로터서브

두 가지 서브, 두 가지 방향위쪽이 상대 코트 · 서브는 아래 엔드라인 뒤에서네트OHLOH상대 코트우리 코트OP서버①②목적타① 스파이크서브높이 던지고 뛰어올라 때린다 - 빠르고 강하게② 플로터서브회전을 죽여 흔들리며 떨어진다 - 궤적을 읽기 어렵다목적타리시브가 약한 선수를 겨냥한다 - 받게 하되 공격은 못 하게방식은 둘, 스파이크서브와 플로터서브방향은 선수와 선수 사이, 아니면 리시브가 약한 선수kvolley.com

KOVO는 문자중계에서 서브를 그 방식에 따라 (일반)서브와 스파이크서브 두 가지로 나누어 표기합니다.

스파이크서브는 서버가 공을 높이 토스한 뒤 뛰어올라 상대 코트로 공격하듯 강하게 날리는 서브입니다. 남자배구의 아웃사이드히터(OH)나 아포짓스파이커(OP)는 대부분 스파이크서브를 구사합니다.

스파이크서브로 구분되지 않는 일반 서브의 상당수는 플로터서브(float serve, floater)입니다. 제자리에서 또는 가볍게 점프한 뒤 공을 수평으로 강하게 때려 회전을 없애는 서브인데, 회전이 없는 공은 야구의 너클볼처럼 좌우상하로 흔들리며 떨어져서 리시버가 공의 궤적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여자배구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2025-26시즌 정규리그에서 스파이크서브의 비중은 남자부 44.8%, 여자부 7.3%였습니다. 남자부는 서브 두 개 중 하나가 스파이크서브이고 여자부는 열 개 중 하나도 되지 않습니다.

서브의 방향 : 선수 사이, 그리고 목적타

서브의 방식이 둘이라면, 서브의 방향은 어디로 정할까요? 상대 서브를 받는 선수들은 보통 후위 5번, 6번, 1번 자리에 세 명이 서 있습니다(로테이션 시리즈 3편의 리시브 라인). 그래서 서브 방향의 기본은 선수와 선수 사이입니다. 두 리시버 중 누가 받을지 정하기 어려운 그 사이로 넣는 것이죠. 다른 하나는 리시브가 약한 선수를 골라 그 선수에게 받게 하는 서브인데, 흔히 목적타 서브라고 부릅니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그 선수는 곧바로 이어지는 공격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리시버가 공의 반발력을 죽이려고 뒤로 물러서며 받거나 아예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받게 되면 더욱 그렇습니다.

목적타의 방향은 서버 혼자 정하지 않습니다. MBC "신인감독 김연경" 1화에서 김연경 감독은 원더독스가 서브를 넣을 때마다 작전판으로 가린 손가락으로 코스를 지시하는데, 그 숫자는 코트의 자리 번호가 아니라 상대 코트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선수 사이사이의 위치를 차례로 매긴 것이었습니다. 리시브가 좋지 않은 선수 옆의 사이로 넣으라는 사인이 그 경기에서 실제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었습니다. 리시버의 구성과 위치를 서버보다 옆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사람이 감독이기 때문에 이런 약속이 생깁니다. (그 사인을 그림으로 정리한 예전 글이 있습니다)

서브의 두 가지 목표

서브(serve)는 말 그대로 상대편이 공격을 하도록 공을 넘겨주는 서비스(service)의 성격이었지만 점점 "상대방이 공격을 시작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 발전해 왔습니다. 그래서 서브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1) 아예 공격을 못하게 하는 것. 서브 에이스, KOVO 기록으로는 서브 성공, 즉 서브 득점입니다.

(2) 상대 공격의 첫 단추인 리시브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것. 서브를 받아내더라도 세터에게 정확히 가지 못하면 상대 공격의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이 둘 중 공식 기록에 남는 것은 (1)뿐입니다. (2)를 기록에서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뒤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KOVO 공식 기록 : 시도, 성공, 범실, 세트당 평균

한국배구연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서브 기록은 서브 시도, 성공, 범실, 그리고 세트당 평균 성공 수입니다.

서브 성공은 상대 선수가 리시브에 실패한 서브입니다. 서브가 리시버의 손이나 몸에 닿지 않고 그대로 떨어진 경우에도 KOVO는 가장 가까운 선수의 리시브 실패로 기록합니다. 그래서 KOVO의 서브 성공 수는 상대팀의 리시브 실패 수와 언제나 같습니다. (일본 V리그는 몸에 닿지 않은 에이스를 clean kill로 따로 세고 있습니다)

서브 범실은 아웃, 네트걸림, 라인오버로 나뉩니다. 아웃은 서브가 코트 밖으로 나간 경우, 네트걸림은 네트를 넘기지 못한 경우, 라인오버는 서브를 넣는 선수의 발이 엔드라인을 밟거나 넘어간 경우입니다. 2025-26시즌 남자부 서브 22,083개 중 아웃이 1,973개(8.9%), 네트걸림이 1,549개(7.0%)였고 라인오버는 46개에 그쳤습니다. 그 밖에 서브를 넣는 선수가 로테이션 순서를 어겼을 때 주는 로테이션 범실이 있습니다만 한 시즌에 남녀 각각 한 번씩 나왔고 나머지는 기타범실로 기록합니다.

서브가 범실 없이 넘어가면 반드시 상대의 리시브가 뒤따르므로, 서브 시도에서 서브 범실을 빼면 상대 리시브 시도가 됩니다.

KOVO의 서브 개인 순위는 세트당 평균 서브 성공으로 매깁니다. 순위에 들려면 팀 서브 시도의 10% 이상을 넣어야 합니다.

2025-26시즌 서브 순위를 다시 세어 보면

2025-26시즌 정규리그의 상위 다섯 명을 문자중계로 다시 세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세트당은 문자중계에서 센 출전 세트로 나눈 것이라 공식 기록과 소수점 아래에서 다를 수 있습니다.

남자부 서브 세트당 성공률 범실률 스파이크서브 비중
러셀 (항공) 494 0.55 14.2% 23.5% 97%
베논 (한전) 552 0.42 10.7% 29.7% 85%
아라우조 (우리카드) 545 0.40 10.5% 24.4% 83%
레오 (현대캐피탈) 518 0.39 9.7% 24.7% 89%
알리 (우리카드) 506 0.36 9.1% 27.7% 87%
여자부 서브 세트당 성공률 범실률 스파이크서브 비중
자스티스 (현대건설) 596 0.35 8.2% 5.2% 0%
실바 (GS) 508 0.31 8.5% 18.1% 73%
빅토리아 (IBK) 471 0.28 8.3% 12.7% 1%
피치 (흥국) 332 0.28 8.7% 9.6% 0%
자네테 (정관장) 409 0.26 7.3% 11.3% 0%

남자부 상위 다섯 명은 모두 외국인 선수이고 모두 스파이크서버입니다. 1위 러셀은 성공률이 2위와 3.5%p 차이가 나는데, 범실률은 다섯 명 중 가장 낮습니다. 여자부는 다릅니다. 1위 자스티스는 플로터서브만 넣는 선수인데, 2위 실바보다 성공 수는 조금 많으면서 범실은 3분의 1 정도입니다. 같은 세트당 성공 순위인데 남자부 1위는 강한 서브, 여자부 1위는 정확한 서브인 셈입니다.

이 순위는 앞서 말씀드린 서브의 목표 (1)만을 평가합니다. 범실은 순위에 들어가지 않고 리시브를 흔든 서브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세 가지 표기

배구 기록의 세계 표준인 데이터발리(Data Volley) 프로그램은 서브의 결과를 여섯 가지로 나눕니다. S#은 성공, S/는 상대 리시브가 우리 코트로 바로 넘어온 오버패스, S+는 상대가 세터에게 제대로 보내지 못한 리시브를 만든 서브, S!는 상대가 어느 정도 받아낸 서브, S-는 상대가 완벽하게 받은 서브, S=는 범실입니다. 리시브와 서브는 야구에서 타자의 삼진과 투수의 탈삼진 기록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기록이라 상대 리시브의 품질이 곧 우리 서브의 품질이 됩니다.

KOVO 홈페이지의 서브 기록은 성공과 범실 두 가지뿐이지만 문자중계에서는 리시브의 결과로 그 사이를 나눌 수 있습니다. 상대가 리시브에 실패했는지, 세터가 아닌 선수가 두 번째 터치를 했는지, 아예 공이 넘어왔는지를 문자중계의 행 순서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시리즈에서 서브의 결과를 성공, 오버패스유도, 강함(상대 리시브 나쁨), 일반(리시브 일반), 약함(리시브 정확), 범실의 여섯 가지로 나누어 부르겠습니다. 공식 기록, 문자중계 분류, 데이터발리 코드 세 가지를 나란히 놓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서브 기록의 세 가지 표기공식 기록 · 문자중계 분류 · 데이터발리 코드KOVO 공식 기록문자중계 분류데이터발리 코드서브 성공성공S#상대 리시브 실패(닿지 않아도 가까운 선수의 실패로 적는다)(없음)오버패스유도S/리시브가 우리 코트로 곧장 넘어온다(없음)강함S+상대 리시브 '나쁨' - 세터가 아닌 선수가 올린다(없음)일반S!~S+상대 리시브 '일반' - 세터가 움직여 받는다(없음)약함S-상대 리시브 '정확' - 세터 반경 1m서브 범실아웃·네트걸림·라인오버·기타·로테이션S=공식 기록은 양 끝(성공·범실)만 센다 - 가운데 넷은 문자중계에 남아 있다kvolley.com

2025-26시즌의 여섯 가지 결과

2025-26시즌의 서브 결과를 이 여섯 가지로 나누면 아래와 같습니다.

서브 결과 남자부 여자부
성공 4.8% 4.9%
오버패스유도 2.7% 2.7%
강함 (리시브 나쁨) 5.2% 8.2%
일반 (리시브 일반) 40.0% 44.7%
약함 (리시브 정확) 31.0% 31.3%
범실 16.2% 8.0%

공식 기록에 남는 양 끝(성공과 범실)을 합해도 남자부 21%, 여자부 13%입니다. 나머지 79%(여자부 87%)의 서브는 공식 기록에서는 아무 표시도 없이 "시도"로만 남지만, 문자중계에서는 상대 리시브를 얼마나 흔들었는지가 네 가지 품질로 남아 있습니다. 서브의 목표 (2)는 여기서 셀 수 있습니다.

같은 표를 서브 종류별로 나누면 스파이크서브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남자부 스파이크서브는 성공이 7.9%, 범실이 26.8%인 반면, 플로터서브는 성공 2.3%에 범실 7.6%입니다. 스파이크서브는 성공을 세 배 넘게 만들지만 범실도 세 배 넘게 냅니다.

기록이 보지 못하는 것

(1) 서브의 방향과 속도가 없습니다. 선수 사이로 넣었는지 목적타였는지, 얼마나 빠른 공이었는지는 공식 기록에도 문자중계에도 없습니다. 남는 것은 스파이크서브와 플로터서브의 구분뿐입니다.

(2) 서브 성공은 상대 리시버의 실패로 적힙니다. 리시버의 손에 닿지 않은 공도 가장 가까운 선수의 리시브 실패가 되므로, 서버의 공이 좋았던 것인지 리시버가 못 받은 것인지는 기록으로 가를 수 없습니다.

(3) 공식 기록의 범실은 하나입니다. 아웃인지 네트걸림인지 라인오버인지는 문자중계에만 있고, 원년인 2005시즌은 문자중계도 범실의 종류를 적지 않았습니다.

(4) 서브 뒤 상대의 첫 공격이 어떻게 됐는지는 잇지 않았습니다. 상대 리시브를 얼마나 흔들었는지까지는 문자중계로 되살렸지만, 그 뒤 공격의 성패까지 서브의 값으로 매기는 일은 이 시리즈의 범위 밖입니다.

기록으로 남는 서브 : 연속 서브득점

마지막으로 서브에만 있는 기록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KOVO 최다 연속 서브득점 기록은 2022년 2월 3일 삼성화재 러셀이 한국전력을 상대로 2세트에 세운 8연속입니다. 문자중계 22시즌을 전부 뒤져 보면 그 다음이 5연속으로 두 번뿐입니다. 2013년 2월 27일 오지영(당시 한국도로공사), 2022년 1월 19일 야스민(당시 현대건설). 4연속은 22번 있었지만 6연속과 7연속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러셀의 8연속이 어느 정도의 기록인지 짐작이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러셀이 네 시즌 뒤 대한항공에서 다시 서브 1위에 올라 있습니다. 2026-27시즌에는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습니다. 한국전력, 삼성화재, 대한항공에 이어 V리그에서 네 번째 팀인데, 팀이 바뀌어도 세트당 성공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8연속 기록을 세운 그날의 상대가 한국전력이었으니, 이번엔 어느 팀이 그 서브를 받게 될지도요)

다음 편 예고

서브 기록의 절반은 상대 코트에 남습니다. 서브 성공은 상대의 리시브 실패로 기록되고 서브의 강약은 상대 리시브의 품질로만 남습니다. 그렇다면 그 리시브는 어떻게 기록될까요. 다음 편, 리시브에서 이어집니다.


이 시리즈의 도식과 차트는 문자중계를 정리해 직접 제작한 것입니다. 문의와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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