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배구연맹(FIVB)이 10월 26일 2027 여자 월드컵(옛 세계선수권)의 조 추첨을 했습니다. 한국은 브라질·체코·케냐와 함께 B조에 들었고, 조별리그는 2027년 8월 20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올랜도에서 치릅니다. 각 조의 두 팀이 16강에 오릅니다.
이 글에서는 조 편성과 16강 조건을 먼저 보고, 한국이 어떻게 출전권을 받았는지를 세계랭킹으로 풀어 본 뒤, 2026년의 결과와 2027년의 일정, B조 상대와 대표팀의 전력, 그리고 2027년 엔트리의 아포짓 문제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경기 기록은 FIVB가 공개하는 경기 기록(VIS)을 제가 직접 집계한 비공식 수치라 공식 기록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 편성과 16강 조건
여덟 조의 편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B조 세 경기의 날짜는 연말에 발표됩니다. 각 조의 두 팀이 16강에 오르고, 16강부터는 한 경기로 승부를 가립니다. 브라질이 세계랭킹 2위(420.13점)라 B조의 2위 자리는 15위 체코(233.14점), 24위 케냐(174.85점), 28위 한국 중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월드컵에는 LA 올림픽 출전권도 걸려 있습니다. LA 올림픽의 여자배구 12팀 중 6팀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개최국 미국과 대륙선수권 우승 팀인 태국·캐나다·튀르키예·브라질·이집트입니다.
남은 6장 중 3장은 2027 월드컵에서 출전권이 없는 팀 중 상위 세 팀에게, 3장은 2028년 6월의 세계랭킹으로 나눠 줍니다. 월드컵의 3장을 두고 경쟁할 팀에는 이탈리아·폴란드·일본·중국·세르비아·네덜란드·러시아·독일·도미니카공화국이 있습니다. 차상현 감독은 재신임 뒤 「올림픽 진출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겠다」(연합뉴스, 10월 14일)고 말했습니다.
출전권 : 세계랭킹 14장 중 열두 번째
한국은 어떻게 이 32팀에 들어갔을까요? 월드컵의 32팀은 개최국 두 팀(미국·캐나다), 전 대회 우승 팀(이탈리아), 대륙선수권 상위 15팀, 그리고 세계랭킹 상위 14팀으로 채워졌습니다. 아시아의 세 자리는 태국·중국·일본이 가져갔고, 한국은 10월 2일 기준 세계랭킹으로 출전권을 받았습니다.
랭킹으로 들어온 14팀을 순서대로 적으면 네덜란드(10위)·러시아(11위)·독일(12위)·체코(15위)·벨기에(16위)·프랑스(17위)·슬로베니아(18위)·스웨덴(19위)·멕시코(21위)·우크라이나(22위)·그리스(25위)·한국·불가리아(29위)·스위스(30위)입니다.
한국은 14팀 중 열두 번째였고, 마지막 자리인 스위스(144.73점)와 다음 순위인 루마니아(142.86점)의 차이는 1.87점이었습니다. 10월 15일에 갱신된 공식 랭킹에서 한국은 28위, 156.00점입니다.
세계랭킹 반영 여부에 따른 국제 대회 분류
출전권을 가른 세계랭킹은 어떤 대회에서 쌓일까요? 여자배구 대표팀의 국제대회는 FIVB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계랭킹은 승패를 세는 순위표가 아니라 경기마다 포인트를 주고받는 점수표입니다. 경기 전 두 팀의 점수 차로 기대되는 세트스코어를 계산해 두고, 실제 결과가 기대보다 좋으면 포인트를 얻고 나쁘면 잃습니다(같은 방식을 V리그에 적용한 것이 kvolley랭킹입니다). 대회의 격에 따라 한 경기의 가중이 다르고, 이긴 팀은 포인트를 잃지 않습니다.
랭킹에 반영되는 대회는 (1) 올림픽 (2) 월드컵(2027년부터 세계선수권의 새 이름입니다) (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4) 대륙선수권(아시아선수권·유럽선수권 등 다섯 대륙) (5) 대륙연맹이 매년 개최하는 공식 대회(AVC 네이션스컵·유러피언 발리볼리그·팬아메리칸컵) (6) 존 대회(동아시아선수권)입니다. 성인 대표팀 네 팀 이상이 참가하는 공식 대회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반대로 종합대회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지난 9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치른 여섯 경기가 그렇습니다.
랭킹이 정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VNL의 빈자리(최하위 팀 대신 직전 대회에 나오지 않은 팀 중 랭킹이 가장 높은 팀이 들어갑니다), 월드컵 출전권 32장 중 14장, 그리고 2028년 6월 기준으로 나눠 주는 LA 올림픽 출전권 3장입니다. 월드컵 조 추첨의 포트도 랭킹 순입니다.
도식의 오른쪽 칸에는 그 대회가 2027년에 열리는지를 적었습니다. 위쪽 그룹이 랭킹에 반영되는 대회, 아래쪽 그룹이 반영되지 않는 대회이고, 아래쪽 화살표는 쌓인 랭킹이 무엇을 정하는지를 보여 줍니다. 아시아선수권은 2026년에 끝나 2028년에 다시 열리고, VNL은 2025년 강등 뒤 한국에 출전권이 없습니다.
2026년의 결과
2026년에 한국 여자 대표팀은 네 대회에 나갔습니다. 출전권이 없어 나가지 못한 VNL도 함께 적었습니다.
도식의 오른쪽이 세계랭킹 반영 여부이고, 빨간 글자가 패배입니다. 점선 상자의 VNL은 한국에 출전권이 없었던 대회라 결과만 적었습니다. 다른 대륙에서는 캐나다·튀르키예·이집트·브라질이 선수권 우승으로 LA 올림픽 출전권을 받았습니다.
아시아선수권에서는 8강 태국전에 져 6위에 머물렀고, 그 결과 상위 세 팀에게 주는 월드컵 출전권을 아시아에서는 받지 못했습니다. VNL은 2025년에 최하위(1승 11패)로 강등돼 2026년에는 나가지 못했습니다(한국 자리에는 우크라이나가 들어갔습니다). 예전에는 최하위 팀이 챌린저컵에서 승격을 노릴 수 있었지만, 챌린저컵은 2024년을 끝으로 폐지됐습니다.
2027년의 일정
2026년에 남은 대표팀 경기는 없습니다. 2027년 한국의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VNL 2027은 러시아가 돌아오면서 19팀으로 늘었지만, 빈자리를 채우는 순서가 랭킹이라 28위 한국의 차례는 아닙니다. 한국이 2026년에 우승한 AVC 네이션스컵은 2027년 개최지와 참가 규정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평가전도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대표팀은 차상현 감독이 계속 맡습니다. 대한배구협회는 아시안게임 뒤 평가를 한 다음 10월 13일 이사회에서 재신임을 결정했고, 임기는 2028년까지입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의 전력
2026년 한국의 21경기를 진 상대와 이긴 상대의 두 그룹으로 나누면 어떻게 달랐을까요?
도식의 파란 점이 2026년 한국의 16승(기타 경기)이고 빨간 점이 5패(일본·태국전)이며, 화살표는 기타 경기에서 일본·태국전으로 갈 때 감소한 폭입니다. 일본·태국전의 세트당 5.2점 차이를 세 국면으로 나누면 서브 국면은 +0.6으로 대등했고, 첫 공격 국면 -2.9와 반격 국면 -2.9에서 차이가 났습니다. 리시브 효율은 두 상대에게 5.5%p 차이인데 공격 효율은 14.0%p 차이입니다. 공을 받은 뒤에 끝내지 못한 것이 두 상대와의 차이였습니다.
같은 상대를 거쳐 본 B조 상대
한국이 브라질·체코와 직접 만난 경기는 2018년 이후 브라질 9경기, 체코 1경기뿐이라 그 경기만으로는 세 팀을 견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세 팀이 모두 자주 만난 상대인 일본·중국·태국을 거쳐 간접적으로 비교했습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한국·브라질·체코가 이 세 나라와 치른 경기를 따로 모아, 같은 상대에게 어떤 기록을 냈는지를 같은 지표로 계산한 것이 아래 도식입니다. 케냐는 이 기간에 일본과 한 경기(2024 파리 올림픽 0:3)만 치러 도식에 넣지 않았습니다.
도식에서 볼 곳은 체코의 리시브 효율입니다. 체코는 세 나라를 상대로 리시브 효율 14.7%로 한국(15.5%)보다 낮았는데, 사이드아웃 성공률은 64.7%로 한국(56.9%)보다 7.8%p 높았습니다. 리시브가 흔들려도 공격 효율 32.9%와 첫 공격 효율 36.5%로 사이드아웃을 만든 것입니다. 한국의 공격 효율은 19.2%로 두 팀보다 13%p 이상 낮았고, 세트당 블로킹도 1.8개로 가장 적었습니다. 전위 평균 신장은 브라질 188.4cm, 체코 186.6cm, 한국 181.1cm입니다. 다만 브라질과 체코의 경기는 VNL이 대부분이라 주전이 고르게 나온 경기가 아닐 수 있고, 제가 보기에도 여섯 경기와 열한 경기로는 한 팀의 수준을 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맞대결 기록과 체코전
맞대결 기록을 보면 브라질에게는 2018년 이후 1승 8패인데, 유일한 승리가 2019년 9월 28일 오사카 월드컵의 3:1이었고 그 뒤 7경기는 모두 0:3이었습니다. 체코와는 2025년 6월 7일 VNL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한 번 만나 2:3으로 졌습니다. 1세트 25:17과 3세트 25:21을 이겨 2:1로 앞서다가 4세트를 9:25, 5세트를 9:15로 졌는데, 4세트의 득실 -16점 중 반격 국면이 -15점이었고 사이드아웃 성공률은 32.0%였습니다. 케냐와는 2019년 월드컵과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두 번 만나 모두 3:0으로 이겼습니다.
B조에서 16강에 가는 조건은 조 2위입니다. 브라질이 조 1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 8월 올랜도의 체코전이 2027년 대표팀의 한 해를 가를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2027년에 한국이 상대할 브라질·체코·케냐의 팀 구성은 지금과 다를 것이고, 이 팀들을 상대할 한국 대표팀의 구성도 지금과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위의 비교와 맞대결 기록은 내년 경기 직전에 한 번 더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월드컵의 경기 날짜가 발표되면 2027년 일정 도식도 갱신하겠습니다.
2027년의 관건 : 아포짓스파이커
2026년의 선수 구성이 2027년에도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으니 선수 구성은 간단히만 적겠습니다. 네 대회 21경기에 모두 출전한 선수는 세터 대각 자리의 나현수, 아웃사이드히터(OH) 자리의 이예림, 세터 김다인, 리베로 한다혜, 그리고 선발 없이 교체로만 들어간 김효임 다섯 명입니다. 여기서 자리는 등록 포지션이 아니라 서브 순서에서 세터와 몇 칸 떨어져 있었는지로 확인한 것입니다(세터에서 세 칸이 대각, 즉 아포짓 자리입니다). 아시안게임 엔트리 12명의 평균 나이는 2027년 8월 20일 기준으로 26.6세이고, 2027년 엔트리는 소집 때 정해집니다.
그보다는 아포짓스파이커를 누구로 쓸지가 2027년 엔트리의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제2의 황연주를 기다리며에서 적었듯이 대표팀의 약한 자리는 언제나 아포짓이었습니다.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세터 대각 자리의 공격 89.4%를 외국인과 아시아쿼터 선수가 맡았고, 대표팀 아포짓은 소속팀에서 거의 맡아 보지 않은 자리를 국제대회에서 맡아 왔습니다. 그 글의 자료를 2010년 이후 대표팀 아포짓 명단으로 다시 놓고, 그 선수가 대표팀에서 시도한 공격과 직전 V리그 시즌에 소속팀에서 세터 대각 자리에서 시도한 공격을 경기당 횟수로 나란히 놓았습니다.
대표팀 아포짓의 소속팀 공격 시도
역대 대표팀 아포짓은 직전 V리그 시즌에 소속팀에서 얼마나 공격했을까요?
도식의 파란 점이 대표팀, 빈 점이 소속팀이고 값은 경기당 공격 시도입니다. 2010년 세계선수권과 2012년 올림픽 예선의 황연주는 소속팀(흥국생명·현대건설)에서 경기당 39.0회와 29.2회의 대각 공격을 시도했고 대표팀에서는 28.3회와 21.9회를 시도했습니다(소속팀에서 한 시즌 1,092회와 876회). 소속팀에서 하던 공격을 대표팀에서도 한 것입니다. 그 뒤 열두 번의 대회 중 직전 시즌 소속팀 대각 공격이 0회였던 경우가 다섯 번입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21년 도쿄 올림픽의 김희진, 2018년 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과 2024년 VNL의 박정아입니다. 2022년 세계선수권의 이선우(정관장)는 소속팀 0.8회·대표팀 23.4회, 2023년 VNL의 김다은(흥국생명)은 1.8회·17.7회, 2025년 VNL의 이선우는 5.1회·21.3회, 2026년 아시안게임의 나현수는 8.6회·20.8회입니다. 소속팀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때리던 공격을 국제대회에서는 그 공격을 거의 해 보지 않은 국내 선수가 맡아 온 것입니다. 예외는 2022년 VNL의 김희진 한 번인데(소속팀 23.8회·대표팀 20.6회), 소속팀에서 아포짓으로 뛴 2021-22 시즌 직후였습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의 김희진도 소속팀 16.5회로 대표팀 19.2회와 비슷했습니다.
소속팀에서의 나현수
2026년에 나현수는 21경기 모두 세터 대각 자리에서 뛰었습니다. 선발로 나간 59세트가 모두 대각이었고, 코트 위에 있던 랠리의 98%가 그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의 자리는 다릅니다. 등록 포지션은 미들블로커이고, 지난 시즌 현대건설에서 코트 위에 있던 랠리 중 세터 대각은 75%, 미들블로커 자리는 22%였습니다(세터와 아포짓을 함께 바꾸는 더블 스위치로 들어간 랠리는 그때 코트에 있던 세터를 기준으로 셌습니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에는 2026년 KOVO컵 두 경기에서 모두 세터 대각을 맡은 아시아쿼터 메가가 왔고 양효진이 은퇴한 중앙을 채워야 해서, 2026-27 시즌의 나현수는 미들블로커 자리에서 뛸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6년 KOVO컵의 최정민
IBK기업은행의 최정민은 미들블로커로 등록되어 있고 지난 시즌 코트 위 랠리의 92%를 미들블로커 자리에서 뛰었는데도, 2026년 KOVO컵 네 경기에서는 랠리의 85%를 세터 대각 자리에서 뛰었고 공격 105회 중 96회를 그 자리에서 시도했습니다. 최정민이 2026-27 시즌에도 아포짓스파이커로 뛰면서 공격력이 검증된다면, 2027년 월드컵의 주전 아포짓으로 적극 검토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 수치를 센 방법
경기 기록은 FIVB가 공개하는 경기 기록(VIS)의 2018년 이후 여자 대표팀 경기를 랠리 단위로 다시 집계한 것입니다. 랠리 수와 세트 점수가 원문과 맞는 경기만 썼고, 2021년 도쿄 올림픽의 한국 경기 세 개는 터치 기록이 없어 승패만 적었습니다. 국면은 V리그 경기 카드와 같은 기준입니다. 서브와 리시브까지가 서브 국면, 그 뒤의 첫 세트와 첫 공격이 첫 공격 국면, 블로킹이나 디그 뒤의 플레이가 반격 국면이고, 랠리를 끝낸 플레이의 국면으로 득실을 세므로 세 국면의 합은 세트 점수 차와 같습니다. 리시브 효율은 (정확 - 실패) / 시도, 공격 효율은 (성공 - 차단 - 범실) / 시도입니다. 세계랭킹은 FIVB 공식 페이지의 2026년 10월 15일 갱신값, 반영 대회의 기준은 FIVB의 세계랭킹 설명 문서, 대회 결과와 일정은 FIVB·대륙연맹·대한배구협회 발표와 보도입니다. 역대 대표팀 아포짓의 대표팀 공격 시도는 FIVB 공식 경기 기록과 대회 결과책에서 옮긴 것이고(2018년 세계선수권은 대각 선발 세 경기, 2022년 VNL은 출전 8경기만), 소속팀 대각 공격 시도는 V리그 정규리그 문자중계에서 서브 순서로 세터 대각 자리를 맡은 선수를 확인해 센 것입니다. 이 자리는 서브 순서상의 칸이라 실제 위치와 다를 수 있고, 소속팀 경기 수는 팀의 정규리그 경기 수입니다. 선수의 자리도 같은 방법으로 확인했는데, 대표팀은 FIVB 경기 기록의 랠리별 라인업에서 세트(흔히 토스라 부르는 두 번째 터치) 기록이 가장 많은 선수를 세터로 보았고, 2026년 KOVO컵과 V리그는 문자중계에서 랠리마다 코트 위의 등록 세터(없으면 공을 올린 기록이 많은 선수)를 세터로 보았으며, 더블 스위치처럼 교체로 세터가 바뀌면 바뀐 세터를 기준으로 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