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인감독 김연경」 시즌1이 방송되던 2025년 10월에 세터 이나연이 흥국생명으로 갔습니다. 원더독스에서 곧바로 V리그 코트에 섰고, 2025-26 시즌의 기록이 있습니다. 저는 이나연의 기록을 원더독스 전과 후로 나눠 살펴봤습니다(12월에 정관장으로 간 인쿠시의 기록은 다음 편에서 다룹니다).
(경기 수와 성공 횟수는 KOVO 공식 기록의 정규리그 값이고, 기대득점(EP)은 문자중계를 정리한 비공식 집계입니다. EP는 선수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팀의 득점확률을 얼마나 증가시키거나 감소시켰는지를 모두 더한 것으로, 자세한 설명은 배구의 기대득점 1편에 있습니다.)
이나연 - 은퇴에서 흥국생명 주전까지
이나연은 2011-12 시즌 신생팀 IBK기업은행의 우선지명으로 데뷔해 GS칼텍스, IBK기업은행, 현대건설을 거친 왼손잡이 세터입니다. 2018-19와 2019-20 두 시즌은 IBK의 주전이었고, 현대건설로 옮긴 2020-21부터는 백업으로 출전이 줄어 2023-24에는 4경기 5세트만 뛴 뒤 은퇴했습니다(본인이 방송에서 밝힌 사유는 입스였습니다).
원더독스에서 시즌1을 시작한 이나연은 방송 중이던 2025년 10월 24일 흥국생명에 영입됩니다. 주전 세터 이고은이 허리 부상으로 빠진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2025-26 정규리그 28경기 93세트에 나와 흥국생명 세트 시도의 37.2%를 맡았습니다(흥국생명은 19승 17패로 4위였습니다). 은퇴했던 세터가 복귀 첫 시즌에 팀 세트의 3분의 1 이상을 올린 셈입니다.
전과 후의 기록
| 시즌 · 팀 | 경기 (경기) | 세트 (세트) | 세트 시도 (회) | 세트 성공 (회) | 세트 성공률 (%) | 점유율 (%) |
|---|---|---|---|---|---|---|
| 2018-19 IBK | 30 | 116 | 3,058 | 1,152 | 37.7 | 68.3 |
| 2019-20 IBK | 27 | 101 | 2,699 | 996 | 36.9 | 70.5 |
| 2020-21 현대건설 | 28 | 66 | 971 | 385 | 39.6 | 20.6 |
| 2021-22 현대건설 | 28 | 52 | 474 | 198 | 41.8 | 11.2 |
| 2022-23 현대건설 | 17 | 23 | 168 | 53 | 31.5 | 3.0 |
| 2023-24 현대건설 | 4 | 5 | 51 | 10 | 19.6 | 0.9 |
| 2025-26 흥국생명 | 28 | 93 | 1,975 | 799 | 40.5 | 37.2 |
세트 성공률은 세트 시도 중 공격 성공으로 이어진 비율이고, 점유율은 팀의 세트 시도 중 이 선수가 올린 세트의 비율입니다. 현대건설의 네 시즌 동안 점유율은 20.6%에서 0.9%까지 감소했습니다. 2025-26의 37.2%는 IBK 주전 시절의 절반쯤인데, 서채현, 김다솔과 자리를 나눴고 시즌 중간에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세트 성공률 40.5%는 점유율이 30%를 넘은 세 시즌 중 가장 높습니다.
| 시즌 · 팀 (단위: EP) | 터치 (회) | 세트선택 | 세트연결 | 서브 | 블로킹 (평균 대비) | 디그 (평균 대비) | 합계 |
|---|---|---|---|---|---|---|---|
| 2018-19 IBK | 4,064 | +2.3 | +3.3 | -4.8 | +4.0 | +2.2 | +7.8 |
| 2019-20 IBK | 3,614 | +3.2 | +1.6 | -4.8 | -6.5 | +4.9 | -3.2 |
| 2020-21 현대건설 | 1,262 | +1.7 | +1.3 | +0.8 | -3.7 | +3.7 | +1.7 |
| 2021-22 현대건설 | 609 | +1.8 | -2.4 | +0.2 | -2.0 | +0.7 | -2.6 |
| 2022-23 현대건설 | 211 | -0.7 | -0.4 | -0.9 | +0.4 | +0.5 | -1.2 |
| 2023-24 현대건설 | 62 | +0.1 | -0.4 | 0.0 | 0.0 | 0.0 | -0.7 |
| 2025-26 흥국생명 | 2,700 | +6.1 | -0.7 | -3.7 | -11.5 | +2.7 | -7.1 |
블로킹과 디그는 시도가 많을수록 EP가 증가하는 플레이라, 여자부의 평균 선수가 같은 횟수를 시도했을 때의 EP와의 차이를 적었습니다(2025-26의 원값은 블로킹 -7.3, 디그 +18.1, 합계 +12.6입니다). 합계에는 표에 적지 않은 공격과 리시브가 들어 있습니다. 이 표에서 볼 곳은 2025-26 행의 세트선택 +6.1과 블로킹 -11.5입니다(디그는 IBK 주전 시절과 마찬가지로 평균보다 조금 높았습니다).
세트선택 +6.1 - 어려운 공에서도 빠른 공격
세트선택은 세터가 고른 공격 옵션이 같은 상황의 평균보다 얼마나 좋은 공격 기회를 만들었는지를 측정한 값입니다(배구의 기대득점 4편). 이나연의 2025-26 세트선택 +6.1은 300터치 이상 뛴 여자부 세터 18명 중 2위였고(1위는 GS칼텍스 김지원 +6.4), 본인의 이전 최고였던 2015-16의 +4.5보다 큽니다. 다만 EP만으로는 코트에서 무엇이 달랐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트를 바로 앞의 터치에 따라 세 가지 상황으로 나누고, 상황마다 세트 성공률과 빠른 공격(속공, 퀵오픈, 시간차, 이동)을 고른 비율을 살펴봤습니다.
| 2025-26 상황 | 세트 (회) | 세트 성공률 (%) | 여자부 세터 (%) | 빠른 공격 (%) | 여자부 세터 (%) |
|---|---|---|---|---|---|
| 리시브 정확 | 402 | 48.5 | 47.4 | 85.6 | 83.8 |
| 리시브 일반 | 762 | 39.1 | 37.7 | 55.7 | 50.8 |
| 디그 | 811 | 37.7 | 36.2 | 56.4 | 52.4 |
| 합계 | 1,975 | 40.5 | 39.3 | 62.2 | 59.4 |
(정규리그 문자중계 집계이고, 여자부 세터는 이나연을 뺀, 세트를 300회 이상 올린 세터 15명입니다. 리베로가 올린 세트는 넣지 않았습니다.)
리시브가 정확하게 올라온 공에서는 어느 세터나 빠른 공격을 씁니다(83.8%). 차이는 공이 흔들렸을 때입니다. 리시브가 일반일 때와 디그 뒤에 이나연은 빠른 공격을 56%쯤 골랐고, 다른 세터들은 51~52%였습니다. 공이 네트에서 떨어지면 높은 오픈으로 올리는 편이 안전한데, 그 자리에서 퀵오픈이나 속공을 더 자주 쓴 것이죠. 디그 뒤에 속공과 이동을 고른 비율은 11.8%로 다른 세터(7.2%)보다 높았고, 리시브가 정확할 때는 37.8%(다른 세터 29.0%)였습니다. 미들블로커를 그만큼 많이 썼다는 뜻입니다.
고른 공격이 성공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을 텐데, 세트 성공률도 세 상황 모두 다른 세터보다 높았습니다(디그 뒤 37.7% 대 36.2%). 같은 공격수들과 뛴 흥국생명의 서채현과 견주어도 방향이 같습니다. 서채현의 빠른 공격 비율은 리시브가 일반일 때 44.4%, 디그 뒤에 51.0%였습니다. 그리고 IBK 주전이던 2018-19의 이나연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그 시즌의 세트 성공률은 37.7%(다른 세터 37.8%), 빠른 공격 비율은 44.3%(44.7%)로 평균과 거의 같았습니다.
다만 공격 종류는 기록원이 판정하는 것이고(같은 공을 퀵오픈으로 적을지 오픈으로 적을지), 세트 성공률에는 공격수의 능력도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은 감안하고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나연은 여전히 왼쪽으로 세트했을까?
이나연은 왼쪽으로만 올린다는 평가를 받아 온 세터입니다(아웃사이드히터에게 가는 앞 세트는 좋은데 등 뒤로 가는 세트가 적다는 것이죠). 그래서 세트가 오른쪽으로 간 비율을 시즌별로 살펴봤습니다.
여자부에서 오른쪽 공격은 세 가지입니다. 아포짓이 전위에 있을 때는 아포짓이 오른쪽에서 때리고, 아포짓이 후위로 내려가면 아포짓의 후위공격과 전위 미들블로커의 이동공격이 오른쪽을 맡습니다. 후위공격은 중앙에서 때리기도 하는데, 2025-26 흥국생명의 개막전 영상을 돌려보니 레베카의 후위공격은 상당수가 오른쪽에서 때린 공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위 아포짓의 공격, 아포짓의 후위공격, 이동공격을 더해 오른쪽으로 간 세트로 봤고, IBK와 현대건설 시절도 같은 기준으로 세어 봤습니다.
| 시즌 · 팀 | 이나연 (%) | 같은 팀 세터 (%) | 여자부 다른 세터 (%) |
|---|---|---|---|
| 2018-19 IBK | 32.9 | 28.7 (염혜선) | 43.8 |
| 2019-20 IBK | 29.1 | - | 40.6 |
| 2020-21 현대건설 | 26.6 | 34.0 (김다인) | 46.8 |
| 2021-22 현대건설 | 38.4 | 36.6 (김다인) | 48.1 |
| 2025-26 흥국생명 | 40.7 | 51.6 (서채현) | 43.6 |
2025-26의 40.7%는 IBK 주전 시절(32.9%, 29.1%)보다 8~12%p 높습니다. 다만 이 차이는 대부분 레베카의 후위공격입니다. IBK 시절의 외국인 선수 어나이는 아포짓이 아니라 아웃사이드히터였습니다. 이나연이 올린 세트의 36~40%를 왼쪽의 어나이가 받았고, 후위공격도 대부분 어나이가 때렸습니다(두 시즌에 228회와 212회였고, 아포짓 김희진은 37회와 45회였습니다). 반면 2025-26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레베카는 아포짓이고, 후위공격 207회를 이나연의 세트로 때렸습니다. 이나연의 선택이 바뀌었다기보다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이 달라진 결과로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견줄 대상은 같은 공격수들과 뛴 세터입니다. 2025-26의 이나연은 여자부 다른 세터(43.6%)보다 2.9%p 낮은 정도였지만, 서채현(51.6%)과는 10.9%p 차이가 납니다. 아포짓의 후위공격을 빼고 전위 아포짓의 공격과 이동공격만 세어도 이나연 29.5%, 서채현 39.2%로 차이는 9.7%p입니다(이렇게 세어 보면 IBK 시절은 30.4%와 27.0%로 2025-26과 비슷합니다).
| 2025-26 (단위: %) | 이나연 | 서채현 | 여자부 다른 세터 |
|---|---|---|---|
| 세터 후위 - 전위 아포짓의 공격 | 46.6 | 56.5 | 50.5 |
| 세터 전위 - 이동공격 | 6.8 | 14.1 | 6.8 |
| 세터 전위 - 속공 | 13.6 | 5.5 | 7.8 |
| 세터 전위 - 아포짓의 후위공격 | 26.1 | 29.6 | 24.9 |
레베카가 전위에 있는 로테이션에서 이나연은 세트의 46.6%를 레베카에게 올렸고 서채현은 56.5%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세터가 전위인 로테이션에서 서채현은 등 뒤로 가는 이동공격을 14.1% 썼는데, 이나연은 6.8%만 쓰고 대신 앞의 속공을 13.6% 썼습니다. 같은 미들블로커를 쓰더라도 등 뒤가 아니라 앞으로 올린 것이죠. 왼쪽으로 올린다는 평가와 방향이 같습니다. 반면 같은 로테이션에서 후위의 아포짓에게 올린 후위공격은 26.1%로 다른 세터(24.9%)와 거의 같았습니다.
앞에서 본 빠른 공격과 함께 보면, 이나연은 오른쪽을 덜 쓰는 대신 왼쪽과 가운데의 빠른 공격을 골랐고 세트 성공률은 다른 세터보다 높았습니다. 약점은 그대로였지만 다른 선택으로 메운 시즌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이 실제로 어느 쪽으로 갔는지는 기록에 없습니다. 후위공격의 방향은 한 경기 영상으로 확인한 것이고, 나머지는 선수의 자리와 공격 종류로 미루어 본 것이라는 점은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블로킹 -11.5 - 173cm 세터의 전위
반대로 블로킹 -11.5는 18명 중 가장 낮았습니다. 세터가 전위에 있는 로테이션에서는 상대의 왼쪽 공격을 세터가 막아야 하는데, 이나연은 173cm입니다(1편의 사이드 2번 자리 이야기 그대로죠). 공식 기록으로 보면 2025-26의 블로킹은 시도 141회에 성공 2회, 유효블로킹 61회였습니다. 2018-19에는 시도 241회에 성공 13회, 유효블로킹 137회였고 그 시즌의 블로킹은 +4.0으로 여자부 세터 11명 중 3위였습니다. 다만 2018-19가 예외에 가까웠고, 주전으로 뛴 2017-18(GS칼텍스, -4.4)과 2019-20(-6.5)에도 이나연의 블로킹은 세터 중 가장 낮았습니다. 예전부터 있던 약점이 복귀한 뒤에도 이어졌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블로킹은 옆의 미들블로커와 함께 서는 플레이라 팀이 바뀐 영향도 있을 것이고, 33세 시즌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2025-26의 이나연은 블로킹 -11.5가 들어간 EP 합계(-7.1)로는 18명 중 17위였지만, 세터의 선택만 보면 리그에서 두 번째였습니다. 합계만 보고 세터를 줄 세우면 이런 선수를 놓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시즌1이 끝난 12월에 정관장의 아시아쿼터 선수로 들어가 17경기를 뛴 인쿠시의 기록을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