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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 배구의 기대득점 · 3편

같은 리시브, 다른 가치

2026-09-19 · kvolley

시리즈 안내: 배구의 기대득점 시리즈 3편입니다. 2편에서 서로 다른 세 확률로 랠리의 큰 틀을 그렸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 안을 플레이 단위로, 그리고 품질 단위로 쪼갭니다. 재료는 12월 14일 문정원이 받은 리시브 25개입니다.

시작에 앞서 : 글에 나오는 수치는 KOVO 문자중계 기록을 직접 집계한 비공식 통계라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고, 공식 기록과도 다를 수 있습니다.

플레이를 더 쪼개 보면

2편에서 본 것은 서브, 첫 공격(FBSO), 반격(Transition)이라는 큰 장면 세 개뿐이었습니다. 이제 그 사이에 리시브, 세트, 블로킹, 디그를 제자리에 채워 넣어 보겠습니다. 플레이가 다 들어오면 랠리에 처음으로 입구와 출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모든 플레이에는 입구가 하나, 출구가 여럿 있습니다. 공이 그 선수에게 도착하는 자리가 입구이고, 그 플레이가 만들어 낸 결과가 나가는 자리가 출구입니다. 출구는 두 종류입니다. 랠리가 끝나는 출구와 랠리가 이어지는 출구. 에이스와 범실은 서브의 끝나는 출구이고 인플레이(범실 없이 넘어가 랠리가 이어지는 것)는 이어지는 출구입니다. 공격 성공과 차단은 공격의 끝나는 출구이고 블로킹에 맞고 살아나거나(바운드와 막힘) 디그에 걷혀 살아나는 것은 이어지는 출구입니다. 랠리란 한 플레이의 출구가 다음 플레이의 입구가 되기를 반복하다 어느 끝나는 출구로 빠져나가는 과정이고, 그 전체를 한 장에 그려 본 것이 아래 도식입니다.

랠리의 입구와 출구2025-26시즌 여자부 실측 · 칸 안의 숫자 = 그 플레이의 입구 확률A팀 득점B팀 득점= 랠리 종료아래 화살표 = 랠리 계속왼쪽 출구는 A팀의 득점, 오른쪽 출구는 B팀의 득점입니다A팀 서브0.391A팀 득점에이스 4.9%B팀 득점범실 8.0%인플레이 87.1%B팀 리시브0.576실패A팀 득점연결B팀 세트0.595B팀 첫 공격(FBSO)0.635범실A팀 득점공이 A팀 블로킹 위로공이 블로킹 위를 지나는 순간차단A팀 득점블로킹 터치 · 공이 살아 있음랠리 계속 · A팀 0.548블로킹 터치 · 터치아웃 실점B팀 득점블로킹 터치 없음 · 그대로 득점B팀 득점블로킹 터치 없음 · 디그 성공랠리 계속 · A팀 0.572블로킹 터치 없음 · 디그 실패B팀 득점공을 살렸다면A팀 세트0.595A팀 반격(Transition)0.607킬A팀 득점B팀 득점범실·차단당함인플레이 · 이번엔 B팀 차례로, 득점까지 반복모든 랠리는 이 출구들 가운데 하나로 반드시 나갑니다확률 = 그 팀이 랠리를 이길 확률(리그 평균)kvolley.com

새로 등장한 플레이들의 2025-26시즌 여자부 평균 득점확률을 달아 보면 리시브 0.576, 세트 0.595, 유효블로킹(공격 기록으로는 바운드, 수비팀 기준) 0.548, 디그 성공 0.572입니다.

눈 밝은 분은 리시브의 0.576이 2편 표의 0.609와 다른 것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0.609는 상대가 서브를 넣기 직전의 확률이고 0.576은 그 서브가 범실 없이 인플레이로 살아 넘어온 뒤의 확률입니다. 살아 넘어오는 순간 "상대가 범실해 줄 가능성"이 증발한 만큼 리시브팀의 확률이 감소하는 것인데(공짜로 얻을 수도 있었던 점수가 사라진 셈이니까요), 이 하락을 누구의 계정에 적어야 하는지는 4편에서 다룰 문제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3가지

첫째, 모든 플레이의 확률은 그 출구 너머의 미래가 포함된 평균입니다. 서브의 0.391이라는 확률 안에는 에이스로 끝나는 미래, 범실로 끝나는 미래, 인플레이로 이어지는 미래가 발생 빈도만큼 섞여 있습니다. 어느 플레이든 마찬가지라서 출구 하나의 확률이 바뀌면 그 앞의 모든 확률이 연쇄적으로 다시 계산됩니다. 전체가 하나로 맞물린 장부인 셈입니다.

둘째, 공이 네트를 넘을 때마다 칸의 색이 바뀝니다. 서브가 인플레이로 넘어가면 리시브팀의 칸으로, 공격이 블로킹이나 디그에 걸려 살아나면 수비팀의 칸으로 넘어갑니다(블로킹에 맞고 공격한 쪽으로 되돌아오는 막힘만 예외입니다). 리시브에서 세트, 세트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화살표는 같은 팀 안에 있습니다. 2편의 시소는 여기서 공이 네트를 넘는 순간마다 기우는 방향이 바뀌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셋째, 공을 살려 내기만 하면 유리한 쪽이 바뀝니다. 상대 공격이 우리 블로킹에 맞고 우리 코트로 튀면(유효블로킹) 0.548, 그 공을 디그로 걷어 올리면 5할을 넘긴 채로 반격을 준비합니다. 방금까지 공격당하던 팀이 공을 살려 낸 순간 어느새 유리한 쪽이 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두 플레이에는 다른 플레이들과 결이 다른 구석이 하나 있습니다. 서브와 리시브와 공격은 랠리가 그 지점을 지나면 누군가 반드시 하게 되는 플레이지만, 블로킹과 디그는 그 행이 적혔을 때만 기록에 나타납니다. 지금은 이 한 문장만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5편에서 이 차이 때문에 장부를 한 번 고치게 됩니다.

문정원의 리시브 25개

여기까지는 플레이마다 확률이 하나씩입니다. 그런데 그 평균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장면들이 섞여 있습니다. 배구 기록의 이해 2편의 리시브 다섯 등급(문자중계의 정확·실패에 다음 행으로 나눈 일반·나쁨·오버패스)으로 나누고 각 등급 뒤에 벌어진 랠리를 전수조사하면 이렇게 됩니다(리시브한 팀 기준, 2025-26시즌 여자부).

리시브 품질 그 랠리를 이길 확률
정확 0.674
일반 0.608
나쁨 0.477
오버패스 0.248
실패(상대의 서브 성공) 0.000

리시브가 "정확"이면 그 랠리를 세 번 중 두 번 이기고, "나쁨"이면 5할 아래로 떨어지고, 상대 코트로 넘어가 버린 "오버패스"는 네 번 중 한 번밖에 못 이깁니다. 효율에서 같은 시도 하나로 세어지던 장면들이 이렇게 갈라집니다.

배구 기록의 이해 2편에서 미뤄 둔 질문에 이 표로 답할 수 있습니다. 리시브 100개를 받아 A선수는 정확 40개에 실패 10개, B선수는 정확 30개에 실패 없이 전부 받아 올렸고 두 선수의 효율은 똑같이 30%였습니다. 나머지 리시브가 전부 일반이었다고 놓고 위 표의 확률을 곱해 더하면 A는 57.4, B는 62.8입니다. 100개당 랠리 다섯 개 넘게 B가 앞섭니다. 일반 리시브를 기준으로 정확 하나는 +0.066, 실패 하나는 -0.608이니 실패 한 개를 만회하려면 정확 아홉 개가 필요합니다. 정확 하나를 더한 것과 실패 하나를 뺀 것은 같을 수 없다는 그 편의 결론이 숫자로는 이렇게 됩니다.

같은 리시브효율 30%, 다른 EP리시브 100개씩 · 정확 0.674 · 일반 0.608 · 실패 0.000을 곱해 더하면A선수정확 40일반 50실패 1040 × 0.674 + 50 × 0.608 + 10 × 0.000 = 57.4효율은 똑같이 30% · 100개당 이길 랠리 57.4개B선수정확 30일반 70실패 030 × 0.674 + 70 × 0.608 + 0 × 0.000 = 62.8효율은 똑같이 30% · 100개당 이길 랠리 62.8개차이 62.8 - 57.4 = 랠리 5.4개일반 기준으로 정확 하나는 +0.066, 실패 하나는 -0.608리시브 실패 하나를 만회하려면 리시브 정확 아홉 개가 필요하다정확 하나를 더한 것과 실패 하나를 뺀 것은 같을 수 없다kvolley.com

이날 문정원의 리시브 25개를 이 표에 얹어 보겠습니다. 정확 21개, 일반 3개, 나쁨 1개였습니다(오버패스와 실패는 없었습니다). 정확 21개가 장부에 적은 EP는 합쳐서 +1.915, 일반 3개는 +0.098, 나쁨 1개는 -0.100입니다. 리시브 계정 합계 +1.91, 1편 표의 +4.09 가운데 절반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정확 한 개가 평균 +0.09, 일반 한 개가 +0.03, 나쁨 하나가 -0.10이니, 2편 끝에 적어 둔 첫 번째 질문(정확과 일반이 정말 다른 가치인가)은 여기서 답이 됩니다. 정확 21개끼리는 가치가 같았을까요? 실제로는 전부 같지 않았습니다.

같은 정확이 왜 다른 가치일까

같은 시즌, 같은 선수, 같은 "정확"인데 가치가 왜 다를까요? 문정원이 정확하게 받은 21개를 서브를 넣은 선수별로 나눠 보면 이렇게 됩니다(한 개씩만 받은 서버 둘은 표에서 뺐습니다).

서브를 넣은 선수 서브가 넘어온 순간 도로공사의 확률 문정원이 정확하게 받았을 때의 몫
빅토리아 (4개) 0.545 +0.129
이주아 (2개) 0.566 +0.108
박은서 (1개) 0.569 +0.105
킨켈라 (4개) 0.575 +0.099
최정민 (2개) 0.608 +0.066
육서영 (6개) 0.613 +0.061
같은 정확, 서버마다 다른 가치12월 14일 문정원의 리시브 정확 19개 · 서브를 넣은 선수별 · 2025-26 여자부 실측0.500.550.600.650.70리시브 정확 = 0.674 (여자부 평균)빅토리아서브 4개0.545+0.129이주아서브 2개0.566+0.108박은서서브 1개0.569+0.105킨켈라서브 4개0.575+0.099최정민서브 2개0.608+0.066육서영서브 6개0.613+0.061막대의 왼쪽 끝 = 그 서버의 공이 넘어온 순간 리시브팀의 확률(여자부 시즌 평균)도착점은 같아도 출발점이 다르다kvolley.com

오른쪽 열은 전부 0.674에서 가운데 열을 뺀 것입니다. 정확한 리시브가 도착하는 자리는 언제나 0.674로 같지만 출발하는 자리가 서브마다 다릅니다. 가운데 열은 그 선수의 서브가 인플레이로 넘어온 순간 리시브팀의 확률인데 이 시즌 그 선수의 서브를 받은 모든 리시브의 결과를 평균한 것입니다. 빅토리아의 서브는 받는 쪽의 확률을 0.545까지 감소시키는 까다로운 서브이고, 육서영의 서브는 넘어온 뒤의 확률이 서브 직전의 평균(0.609)보다 오히려 높은, 받기 쉬운 서브입니다. 그래서 빅토리아의 서브를 정확하게 올리는 일과 육서영의 서브를 정확하게 올리는 일은 같은 "정확"이라도 다른 일이고 장부에는 그 차이가 두 배가 넘는 EP로 적힙니다.

제 눈에 띈 것은 문정원이 이날 가장 많이 받은 서브가 육서영의 것(6개)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받기 쉬운 서브를 여섯 번 정확하게 받아 +0.366, 가장 어려운 빅토리아의 서브를 네 번 정확하게 받아 +0.516. 개수는 육서영 쪽이 많은데 EP는 빅토리아 쪽이 큽니다.

서브와 리시브는 같은 사건의 양면

위 표에는 리시브만 적혀 있는 게 아닙니다. 서브의 가치가 함께 적혀 있습니다.

빅토리아의 서브가 넘어온 순간 도로공사의 확률이 0.545이니 IBK의 확률은 자동으로 1 - 0.545 = 0.455입니다. 2편의 규칙(두 팀의 합은 항상 1)이 여기서 처음 쓰입니다. 서브와 리시브는 별개의 두 사건이 아니라 같은 사건을 양쪽 팀에서 부른 이름이므로(이것을 거울 원리라고 부르겠습니다) 리시브의 가치를 측정하는 순간 서브의 가치는 공짜로 따라옵니다. 서버의 가치는 에이스 개수가 아니라 "상대의 리시브 뒤 확률을 평균적으로 어디까지 감소시키는가"로 측정할 수 있게 됩니다. 배구 기록의 이해 1편은 서브 기록의 절반이 상대 코트에 적힌다는 말로 끝났는데, 장부에서는 그 절반이 곧 서브의 가치입니다.

이날 서브 계정에서 가장 많이 얻은 선수가 빅토리아인 이유입니다. 서브 26개 중 에이스 2개, 범실 0개, 나머지 24개가 인플레이였고 서브 계정 합계는 +0.85였습니다(에이스 2개가 +1.22, 인플레이 24개가 합쳐서 -0.37입니다. 이날 도로공사 리시버들이 빅토리아의 서브를 시즌 평균보다 잘 받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반대쪽 끝에는 모마가 있습니다. 서브 15개 중 범실이 5개였습니다. 범실 한 개마다 서브 직전의 확률 0.391을 그대로 내놓아 다섯 개로 -1.96이 됐고, 인플레이 열 개가 합쳐서 +0.25를 얻어 서브 계정은 -1.71이 됐습니다. 1편 표에서 모마와 문정원의 차이가 0.8점에 그친 데에는 이 서브 범실 다섯 개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2편에 남겨 둔 남녀 차이의 다른 한 축이 풀립니다. 남자부의 서브 범실률은 16.4%로 여자부(8.0%)의 두 배입니다. 남자부 서브팀이 더 불리한(0.308) 이유는 랠리가 짧아서만이 아니라 공짜로 내주는 점수가 많아서이기도 합니다. 이날 도로공사가 서브 범실 15개로 IBK(6개)보다 9점을 더 내주고도 이긴 것은, 여자부에서는 많지 않은 경기였을 것입니다(제가 세어 보지는 않았습니다).

공격의 종류별, 상황별 EP

공격도 같은 방식으로 쪼개집니다. 어떤 국면이냐(첫 공격 FBSO인지 반격 Transition인지), 어떤 리시브 뒤냐, 어떤 종류냐에 따라 전부 다른 확률이 붙습니다.

다만 이 확률들에는 "전체 평균"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고 이 꼬리표를 떼고 읽으면 안 됩니다. 속공의 확률이 높은 데에는 속공이라는 기술의 위력만이 아니라 "속공을 때릴 수 있을 만큼 좋은 상황"과 "속공을 맡는 선수"가 함께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조건을 고정하면 이 순서가 뒤바뀌기도 합니다. 그 이야기는 꼬리표가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 자리, 세터가 공격을 고르는 순간에서 다시 하겠습니다.

2025-26시즌 여자부에서 공격을 시도한 순간 그 랠리를 이길 확률입니다. 가운데 열이 모든 상황을 섞은 전체 평균이고, 오른쪽 두 열은 상황을 고정한 확률입니다.

공격 종류 전체 평균 첫 공격, 정확 리시브 뒤 반격
이동 0.694 0.694 -
시간차 0.686 0.686 -
속공 0.673 0.683 0.672
퀵오픈 0.652 0.673 0.644
백어택 0.617 0.672 0.584
오픈 0.580 0.673 0.584

전체 평균에서는 속공과 오픈이 0.09 벌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리시브 뒤로 조건을 고정하면 여섯 종류가 0.67~0.69 안에 모입니다. 전체 평균의 차이 대부분은 기술이 아니라 상황이었습니다(이동과 시간차는 정확한 리시브 뒤에만 발생하는 종류라 전체 평균이 곧 그 확률이고, 반격에서는 표본이 적어 속공과 묶어 측정합니다).

확률 측정은 여기까지

이제 제 손에는 랠리의 모든 갈래와, 갈래마다 품질로 쪼개진 확률이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기준입니다.

이제 할 일은 이 기준으로 랠리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측정하는 것입니다. 문정원의 리시브가 +0.129를 얻는 동안 빅토리아의 계정에는 무엇이 적히고, 그 뒤에 이어진 세트와 공격과 디그는 각자 얼마씩 가져가는지, 그리고 랠리가 끝났을 때 이 모든 몫의 합이 정말 1점이 되는지. 다음 편에서는 3세트의 랠리 하나를 회계 장부처럼 한 행씩 펼칩니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편입니다.

(4편에서 계속)


이 시리즈의 도식은 직접 제작한 것입니다. 문의와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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