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안내: 배구의 기대득점 시리즈 5편입니다. 4편 끝에서 고백을 하나 했습니다. 이 회계에는 플레이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손해가 되는 계정이 있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 계정이 어디서 틀렸는지 데이터로 찾고 기준을 고칩니다. 12월 14일 임명옥의 디그 실패 여섯 번과 5세트 9:7 랠리의 김세빈 블로킹이 그 장면입니다.
시작에 앞서 : 글에 나오는 수치는 KOVO 문자중계 기록을 직접 집계한 비공식 통계라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고, 공식 기록과도 다를 수 있습니다.
두 종류의 플레이
서브와 리시브와 세트와 공격, 이 4종은 랠리가 그 지점을 지나면 누군가 반드시 하게 되는 플레이입니다. 서브는 누군가 반드시 넣고, 들어온 서브는 누군가 반드시 받습니다(아무도 받지 않으면 그대로 실점입니다). "안 하는 선택지"가 없으니 그 플레이를 맡은 선수를 그 장면의 평균과 비교해도 공정할 것입니다. 4편에서 육서영의 나쁜 리시브에 -0.080이 적힌 것이 그 예이고, 2세트에 임명옥이 타나차의 서브를 놓쳤을 때 리시브 계정에 -0.555가 그대로 적힌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3편에서 기억해 두시라고 했던 문장이 있습니다. 블로킹과 디그는 그 행이 적혔을 때만 기록에 나타납니다. 상대 공격이 블로커 옆으로 그냥 지나가 버리면 기록에는 블로킹이라는 플레이 자체가 없습니다. 배구 기록의 이해 6편에서 본 대로 상대 공격 성공의 셋 중 하나는 블로킹 실패도 디그 실패도 아닌 팀실점으로 적힙니다. 존재하지 않는 플레이는 전수조사에 들어가지 않고 누구의 원장에도 적히지 않습니다.
실패한 회계
한때 이 장부는 블로킹 행이 적힌 플레이를 "플레이들의 평균" 대비로 측정했습니다. 필수 플레이에 쓰던 방식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 중에는 평균 이하인 것(블로킹에 맞고도 우리 쪽에 불리하게 흐른 경우)이 꽤 많아서 블로킹에 자주 가담하는 선수일수록 EP-가 쌓였습니다. 2025-26시즌 남자부에서 한 시즌 122번 블로킹 행이 적힌 세터의 블로킹 계정이 블로킹 성공으로 얻은 몫까지 합치고도 -9.6이었고, 9번밖에 닿지 않은 세터는 -0.2에 그쳤습니다. 블로킹 기량의 차이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그 자리에 서느냐가 순위를 갈랐다는 뜻입니다.
디그도 같았습니다. 실패한 디그를 개인의 EP에서 차감했더니, 어려운 공에 많이 몸을 던지는 선수일수록 EP-가 쌓였습니다.
12월 14일의 임명옥으로 그 계산을 다시 해 보겠습니다. 이날 임명옥은 디그를 31번 시도해 6번 실패했습니다(4편의 분개장에서 비어 있던 그 행들입니다). 옛 회계라면 실패 한 번마다 그 순간 IBK의 확률(0.27에서 0.42 사이)이 전부 임명옥의 계정에서 빠져나갔을 것이고, 여섯 번을 합치면 -2.2입니다. 1편 표의 +3.51은 +1.3으로 감소하고 경기 3위는 순위표 중간 어디쯤이 됩니다. 가장 많은 공에 몸을 던진 선수의 계정이 그렇게 만들어지는 구조를 제가 만들어 놓은 셈이었습니다.
블로킹 터치가 있었던 공과 없었던 공
4편에서 세운 첫 규칙, 그 장면의 평균 확률로 측정한다는 규칙은 필수 플레이에서는 잘 작동합니다. "안 한 경우"가 없으니 플레이들의 평균과 견주면 그만입니다. 다만 조건부 플레이의 올바른 비교 대상은 플레이들의 평균이 아니라 블로킹 터치 없이 공이 그냥 지나간 경우입니다.
그런데 블로킹 행이 없는 경우도 기록에 플레이가 없을 뿐 흔적은 있습니다. 유효블로킹 행 없이 바로 디그가 뜨면 공이 블로커 옆을 지나간 것이고, 블로킹 행 없이 바로 득점이 적히면 디그 실패이거나 팀실점입니다. 4편 분개장의 마지막 행에서 모마의 공격 성공 반대편에 "노블록터치킬몫"(블로킹 행 없이 떨어진 공격 성공의 몫, 기록 시리즈 6편의 디그 실패와 팀실점 행에 해당합니다)이라는 이름으로 IBK 팀 계정에 적힌 -0.424가 바로 그 흔적입니다. 이 흔적으로 양쪽의 확률을 전부 셀 수 있습니다. 상대 공격이 범실 없이 우리 코트로 넘어온 뒤(득점이 된 공까지 전부) 수비팀이 그 랠리를 이긴 비율을, 블로킹 터치가 있었던 쪽과 없었던 쪽으로 나눠 세어 보겠습니다.
2025-26시즌 여자부에서 블로킹 터치가 있었던 랠리의 수비팀 승률은 0.416이고, 블로킹 터치가 없었던 랠리에서는 0.253으로 떨어집니다(남자부는 0.381 대 0.154로 차이가 더 큽니다). 열 번에 네 번 이기는 쪽과 네 번에 한 번 이기는 쪽이니, 블로킹 터치가 있었던 쪽이 1.6배 유리한 셈입니다. 블로킹 터치가 있었던 쪽을 결과별로 나누면 차이는 더 큽니다. 옛 회계에서 마이너스가 적히던 "맞고 상대 코트로 되돌아간 막음"의 확률이 0.451로(유효블로킹은 0.548), 블로킹 터치가 없었던 공의 평균 0.253보다 1.8배 높습니다(이 0.548과 0.451은 배구 기록의 이해 5편에서 블로킹 터치가 있었던 공의 결과별로 세어 본 54.8%와 45.3%와 같은 것을 측정한 확률입니다. 집계 범위가 조금 달라 끝자리가 다릅니다). 블로킹 터치가 있었던 쪽이 팀에 명백히 이득으로 보이는데, 옛 회계에서는 그 이득이 선수의 손해로 뒤집혀 있었던 것입니다.
두 확률의 차이를 그대로 쓸 수 없는 이유
그럼 터치가 있었던 플레이는 터치가 없었던 쪽의 평균 0.253과 견주면 될까요. 이것도 아닙니다. 블로킹 터치는 블로커가 닿을 수 있는 공에서만 생깁니다. 블로커를 정면으로 때린 공과 블로커가 닿을 수 없는 코스로 빠진 강타는 애초에 다른 공이라, 0.416과 0.253의 차이 0.163을 블로킹 터치의 효과로 셀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계산해 보면 숫자가 이상하게 커집니다. 남자부 블로킹 계정의 리그 합계가 +4,100, 경기마다 랠리 서른 개를 블로킹 하나로 더 이긴 셈이 됩니다. 1편 표에서 이 경기 1위 모마의 여섯 계정 합이 +4.88이었던 것과 견주면 있을 수 없는 크기입니다.
그래서 세 번째 기준을 골랐습니다. 블로킹 직전의 상태입니다. 상대 공격이 날아오는 순간 수비팀의 확률에서 출발해 블로킹 터치 뒤의 확률까지 증감한 폭을 전액 블로커의 계정에 적습니다. 4편 분개장에서 문정원의 디그가 +0.198을 받은 것이 같은 계산입니다. 육서영의 공격이 인플레이로 날아오던 순간 도로공사의 확률 0.349에서 디그로 살려낸 뒤의 0.547까지 늘어난 폭 전액입니다.
5세트 9:7, 김세빈의 블로킹 터치
블로킹으로 같은 계산을 보여 드리기에 이 경기에서 가장 좋은 재료는 김세빈입니다. 5세트 9:7, 도로공사 서브로 시작한 랠리입니다.
김다은 서브 → 킨켈라 리시브(정확) → 박은서 세트 → 최정민 속공(막힘) → 김세빈 블로킹 → 임명옥 어택커버 → 박은서 세트 → 빅토리아 퀵오픈(바운드) → 김세빈 유효블로킹 → 문정원 디그 → 김다은 세트 → 모마 오픈(바운드) → 최정민 유효블로킹 → 박은서 디그 → 최정민 오픈(디그당함) → 문정원 디그 → 김다은 세트(정확) → 임명옥 디그(실패) → 모마 오픈 성공
어택커버와 유효블로킹이라는 이름은 배구 기록의 이해 시리즈의 문자중계 재분류 그대로입니다(어택커버는 6편, 유효블로킹은 5편에 있습니다).
김세빈은 이 랠리에서 블로킹 터치를 두 번 했습니다. 최정민의 속공을 막아 세운 순간 도로공사는 0.317에서 0.451로 증가했고, 김세빈의 블로킹 계정에 +0.134가 적혔습니다. 빅토리아의 퀵오픈이 손끝을 스쳐 살아났을 때는 0.371에서 0.548로, +0.178입니다. 두 번 다 상대 공격이 날아오던 순간의 확률에서 출발해 블로킹 터치 뒤의 확률까지 증감한 폭 전액입니다.
이날 김세빈의 이름은 블로킹 행에 37번 적혔습니다(기록 시리즈의 시도 34번에 어시스트 3번을 더한 수입니다). 배구 기록의 이해 5편이 답을 내지 않고 넘어온 어시스트의 가치는 이 장부에서 절반입니다. 둘이 함께 뛰어 막은 공은 성공한 가치를 공에 닿은 블로커와 옆 블로커가 반씩 나눠 갖습니다. 블로킹 성공 7번(성공 4개와 어시스트 3개), 상대 공격을 살려 보낸 유효블로킹과 막음 21번이 합쳐서 +5.13을 쌓았고, 블로킹 실패로 적힌 8번과 범실 1번이 -3.64를 내놓았습니다. 블로킹 계정 합계 +1.49, 이 경기 블로킹 1위입니다.
자주 가담하는 선수에게 EP- 대신 기회가 그만큼 쌓이는 구조로 바뀐 것입니다(남자부의 그 세터도 같은 계산으로 -9.6이 +12로 뒤집혔습니다). 블로킹 실패의 -0.4쯤은 가담 자체에 적힌 마이너스가 아니라, 블로킹에 뛴 이상 공을 위로 띄워 팀의 확률을 지킬 수 있었던 시도가 실패한 몫입니다. 성공하면 +0.13에서 +0.18을 얻던 바로 그 계산의 반대쪽인 셈이죠. 그리고 블로킹 행이 없는 공격 성공은 여전히 누구의 계정에도 적히지 않습니다. 4편의 -0.424처럼 팀의 계정에 적어 둔, 이 장부의 숙제입니다.
이 랠리의 확률 흐름을 4편과 같은 그림으로 그리면 김세빈의 블로킹 터치 두 번이 어디인지 보입니다. 열아홉 번의 플레이 가운데 도로공사의 확률을 가장 크게 증가시킨 둘이 모두 김세빈의 블로킹 터치였습니다(마지막 모마의 득점을 빼면 그렇습니다).
디그도 같은 방식으로
조건부 플레이인 디그도 같은 방식으로 고쳤습니다. 몸을 던졌으나 살리지 못한 디그 실패를 개인의 EP에서 차감하지 않습니다(블로킹 행이 없는 공과 같은 자리에 두는 셈입니다). 임명옥의 실패 여섯 번이 분개장에서 빈 행이 된 이유이고, 그 여섯 번의 몫 -2.2는 임명옥이 아니라 IBK의 팀 계정에 "노블록터치킬몫"으로 적혔습니다. 블로킹 터치 없이 넘어와 디그로도 살리지 못한 공격 성공은 전위의 블로커와 후위의 디거 가운데 누구의 플레이로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몫은 개인이 아니라 팀에 적습니다.
이 방식으로 문정원의 디그 28개를 열어 보면 디그 계정 +2.14가 어떻게 계산됐는지 보입니다. 상대 공격을 직접 걷어 올린 10번이 한 번에 +0.198씩 +1.98, 유효블로킹 뒤의 공을 받은 9번이 합쳐서 +0.07, 프리볼 6번이 +0.10, 우리 공격이 막혀 돌아온 공을 살린 어택커버 1번은 막힘 뒤의 확률이 그대로라 0, 실패 1번은 이 편의 규칙대로 적지 않아 0, 오버패스 1번이 -0.01입니다.
유효블로킹 뒤의 공을 받은 디그의 가치가 회당 +0.008에 그치는 것이 눈에 띕니다. 위 5세트 랠리에서 김세빈의 블로킹 터치 직후 문정원이 받은 디그가 그 경우인데, 시소는 이미 김세빈의 블로킹 터치에서 넘어왔고(0.548) 디그는 그 확률을 지킨 몫만 받습니다. 문정원의 +2.14 가운데 열 번의 공격디그가 +1.98을 차지하는 이유입니다. 배구 기록의 이해 6편이 범위 밖으로 둔 디그의 가치는 이렇게 네 상황마다 다르게 적힙니다.
성적표(실력)가 아니라 장부(현상의 기록)
이렇게 고치는 과정에서 원장 전체를 읽는 법도 한 줄로 정해 두게 됐습니다. EP는 성적표(실력)가 아니라 장부(현상의 기록)입니다. 음수는 "못한다"가 아니라 "그 계정에서 이만큼의 EP를 잃었다"는 기록입니다. 이날 김다은의 블로킹 계정이 -0.23인 것은 상대가 세터 자리를 공략해서 실제로 뽑아간 EP의 실측이지(블로킹 실패 4번이 -1.56입니다), 그 선수에 대한 평가가 아닙니다. "잘한다, 못한다"는 같은 포지션끼리, 기회당으로, 시즌을 넘겨도 유지되는지 확인한 뒤에만 할 수 있는 말입니다(6편에서 원장을 열 때 이 단서를 다시 꺼내겠습니다).
덧붙여 이 편에서 한 일이 이 모델을 만든 방식이기도 합니다. 규칙을 세우고, 그 규칙으로 계산한 숫자에서 이상한 패턴(가담할수록 손해)을 찾고, 원인을 데이터로 찾고(블로킹 터치가 있었던 공과 없었던 공), 기준을 고치고, 고친 뒤의 숫자가 상식에 맞는지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다음 글
4편에서 배분 규칙을 세웠고, 이 편에서 그 규칙이 조건부 플레이에서 틀렸던 자리를 고쳤습니다. 이제 12월 14일의 210개 랠리를 이 장부에 전부 쌓을 수 있습니다.
6편에서는 1편의 두 번째 표로 돌아갑니다. 득점 0점의 문정원이 +4.09로 2위에 오르고, 33점의 빅토리아가 -1.37로 내려간 그 표를 계정별로 전부 펼쳐 보겠습니다.
(6편에서 계속)
이 시리즈의 도식은 직접 제작한 것입니다. 문의와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